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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버와 샬롯 Sep 18. 2024

연휴 마침표

: 친정이 없는 결혼한 여자

친정이 없는 결혼한 여자가 누구보다도 지혜로운 늙으신 시어머니가 싸준 반찬들을 또다시 펼쳐 일회용기에 덜어내 가까이 사는 친정오빠를 부른다.


"오빠, 커피 한 잔 할래?"


본가에 갔다 와 한나절 푹 늦잠이나 자고 있으려나 했는데, 그새 아침 운동을 갔다 온 오빠는 시원한 카페에서도 땀이 송글하다.


"무슨 일 있어?"


"그냥. 나도 명절엔 친정 식구가 보고 싶어서."


부모가 없는 자들에겐 친정도 본가도 없는 거지.


이상하지. 참 좋으신 시부모를 고 있어도 명절엔 마음이 쓸쓸하지.


이런 날엔 그저 나도 조건 없는 사랑을 받고 싶은 거지. 나이가 들어도 한 곳쯤은 한 사람에게쯤은 그런 사랑을 받고 싶은 거지.


누구는 그랬지. 만나고 싶지 않은 부모가 있는 거와

이미 가버린 부모를 그리워하는 거,(기억할 그 무엇이 없다 해도 존재의 없음은 실체 없는 그리움을 부르는 법) 어떤 게 나은 건지 하고.


아무리 멀어도 부모를 만나러 가는 마음이 무언지 부모 없는 여자는 모르지. 마땅히 그런 날이기에 하는 건지(며느리 자리는 그런데) 정말 보고 싶으니까 도로에서 그렇게 시간을 허비해도 아깝지가 않은지.


그러다 화들짝 놀라지. 이런 생각을 하는 여자는 어떤 부모일지. 둥지를 떠날 미래의 아이들은 늙은 여자를 보러 올지.


명절이라는 본연의 따스함을 느끼고 싶어 여자는 늙으신 시어머니가 싸준 반찬을 꾸역꾸역 들고 친정 오빠를 만났지.


 

"오빠, 난 여기서 일 좀 하고 가려고."


"그럴래?"


얼음만 남기고 훌쩍 커피를 다 마신 오빠는 자신의 둥지로 돌아간다.


잠시 혼자다. 기름진 명절 음식들은 아직 얼음이 있는 이 커피로 소화를 시켜보고 누군가 틀어준 카페 피아노 bgm으로 명절과 쿨하게 안녕해 본다.


친정이 없는 결혼한 여자는

조금 괴로웠고

불안했지만

아무튼 버텼고

스스로 구했다.


그럼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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