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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이소 Apr 25. 2021

한낮에 외근 다녀오는 길

평일에 이런 사치를 누렸다고 하네요.

 살랑살랑. 끝이 위를 향한 하얀 털 꼬리가 짧은 네 다리의 걸음걸이에 맞춰 흔들리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포동포동 몽실몽실한 뒷모습은 무어가 그리 신기한지 짧은 보폭을 옮길 때마다 온갖 것에 참견을 해댔다. 


 듬성듬성 솟아난 초록 풀잎들부터 새 아파트를 짓고 있는 공사장의 입구 틈새-여기서 주인이 목줄을 더 단단히 끌어당겼다-까지. 분명 근처 아파트 주민인 그들에게는 종종 산책하는 코스일 터인데도 작고 하얀 생명체에게는 그리도 새롭고 재미있는가 보다. 


 폴짝폴짝 신난 털 뭉치와 그의 목줄에 넉넉하게 연결된 끈을 잡고 있는 트레이닝복 차림의 사람은 비교적 심드렁한 발걸음이다. 


 그 페어의 뒷모습이 쨍한 햇빛의 여유로운 평일 오전 한적한 거리와 잘 어울려서 그들의 뒤에서 한참을 발걸음을 늦추고 걸었다. 



 횡단보도에 다다라서야 그들과 나는 출발선이 같아졌다. 나른한 그들의 뒷모습에 빼앗겼던 시선은 어느새 건너편 회사 건물로 돌아왔고 나는 그제야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신호등 뒤 그늘로 몸을 숨겼다.



/외근 다녀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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