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호 Nov 21. 2019

찍. 먹. 국. 수.

 유니여니의 소울푸드

  아이는 학교를 마치면 전화를 한다. 끝났다고 말한 후 곧바로 이어지는 말은 배고프단다. 중학생이 되고 늘어난 수업시간 때문에 학원가기 전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나는 급하게 준비를 시작한다. 오늘의 메뉴는 국수다.

     

  나는 끓는 물에 소면을 삶아 한쪽에 준비해 놓는다. 오뚜기에서 나온 메밀소바장국을 작은 그릇에 담는다. 청양고추를 쫑쫑 썬다. 메밀소바장국을 따라놓은 그릇에 썰어놓은 청양고추와 얼음을 넣어준다. 삶아놓은 소면을 널찍한 그릇에 담고 생수를 넣고 얼음을 띄운다. 덜어 먹을 그릇까지 식탁 위에 놓아주면 준비 끝.

 찍.먹.국 수 다.     

 

 전에 케이블 채널에서 여자방송인의 집으로 가서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왔다. 그들은 메인 요리를 먹고 난 후 자기네끼리는 알고 있는 음식을 게스트가 집주인에게 주문했다. 집주인은 국수와 소스를 내왔다. 게스트가 먹으며 하는 말이 국수를 먹는데 양치질을 하고 난 느낌이라고 표현을 했다. 그걸 보며 바로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리법도 간단하고 양치질을 하고 난 느낌이라니. 여러 양념이 들어가지 않은 깔끔한 맛이 입안에 그려졌다. 집에서 바로 해봤다. 찍어 먹는 소스를 시판 국시장국을 따라 청양고추를 넣으니 소스의 첫맛은 달짝지근하지만 청양고추가 뒷맛을 잡아준다. 그러면서 소면이 입안을 헹궈주는 것 같다. 그래서 양치질을 하고 난 느낌이라고 했구나 라며 게스트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아이들도 단순하고 심심한 맛에 익숙해져 찍.먹. 국수를 자주 찾는다. 청양고추는 우리집에서는 음식 끝에 늘 들어가는 재료이므로 아이들도 익숙하다. 배불리 먹고 쇼파에 누워 쉬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오늘 저녁은 뭐먹지? 하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도 모성은 자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