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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론의 꽃 Jun 13. 2024

소금


 졸린 눈을 비비며 잠을 쫓기 위해  앞으로 나왔다. 집앞세탁소에서 주인 남자와 고객이 싸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60대 초반의 여자는 분을 참지 못 하고 세탁소 주인 남자를 향해서 흥분한 모습으로 소리 지르고 있었다.

 “내가 맡긴 바지가 없다고 하면 그게 말이나

 돼요? 빨리 찾아내세요.”

 “아주머니가 다른 세탁소에 맡긴 것을 착각하고 우리 집에 맡겼다고 억지 쓴 것 같은데 여기는 그런 바지 없으니까 집에 가서 잘 생각해 보세요.”

 떠밀리다시피 밖으로 나온 여자는 뒤돌아보며 악을 쓰며 나갔고 세탁소 젊은 주인 남자는 소금을 한 바가지 가지고 나와서 세탁소 앞에다 쏟다시피 뿌리는 게 분풀이 하는 것 같이 비쳤다. 길바닥에 우박이 내린 듯 하얀 소금이 사람들 발길에 밟히고 있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두 사람의 행위가 언짢아 보였다. 화가 난다고 나이 든 여자를 떠밀어서 애꿎은 소금을 가게 앞바닥에 하얗게 뿌려 논 것이 흉하게 보였다. 여자가 맡긴 바지를 세탁소 안주인이 받아서 세탁해서 보관한 걸 관리대장에 기재되지 않아서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였다며 여자는 소금 세례까지 받았다며 분에 못 이겨서 부들부들 떨며 말하는 것을 보았다.

흔히 상갓집에 갔다 오면 집에 들어오기 전에, 집에서 가족들은 기다리고 있다가 대문 앞에서 소금을 뿌리면 소금을 온몸에 맞고 집안에 들어가는 행위를 간혹 봤다. 궂은일에 갔다 왔으니 액땜을 한다는 뜻이다. 장사하는 사람들도 손님과 옥신각신 다툼 후에는 재수 없다며 소금을 뿌리는 행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소금이 이처럼 부정적인 데에 사용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선지 안 좋은 일에는 소금을 뿌려서 액땜을 한다고 들었다.


 소금은 우리 실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필수품이다. 성경에도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라’ 고 부탁한다. 어둠이 있는 곳을 비춰서 밝게 하고 부패하기 쉬운 것은 소금을 뿌려서 부패를 막게 한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소금이 화폐의 역할도  했다. 소금을 Salarium이고 소금의 어원인 봉급을 Salary라고 한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군인들의 봉급을 소금으로 지급했다. 또 노예를 사고팔 때도 노예의 몸무게만큼 소금을 지불해서 소금이 시장경제의 기능을 했다. 금처럼 귀하다고 해서 어느 곳에서나 필요한 소금이 이처럼 냉대받는 곳에 쓰이는 것을 보면 소금의 진정한 가치를 몰라서 하는 행위일 것이다.

전에 일본에서 일어난 쓰나미 사건 때 국내산 소금이 시장에서 바닥난 적이 있었다.

방사능에 오염된 소금이 유통될 거라며 소금을 사재기하던 일이 있었다. 나도 김장 때 전년에 사뒀던 소금으로 겨우 김장을 했다. 짠 바닷물의 결정체인 하얗고 보슬보슬한 소금은 이토록 쓰임새가 다양하다.

요즘은 건강을 생각해서 염분섭취를 줄이라고 하지만 입맛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습관 때문인지 음식 간이 싱거우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소금을 탓하기 전에 우리들의 생활습관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살피는 것도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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