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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산 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

by 샤론의 꽃


아침햇살이 부채처럼 펼쳤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바삐 움직인다. 가방을 둘러메고 뛰어가는 사람, 바쁜 아침시간에 아이들과 가족들을 돌보며 직장과 가사를 병행하는 피곤한 모습의 여성 직장인의 처지가 드러나 보인다. 산으로 가는 길목에 청소차가 다니며 길가에 쌓아둔 쓰레기 더미를 들어 올리는 미화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새벽에 골목골목 누비며 거리를 치우는 그들은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어있다. 새벽부터 땀 흘려 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힘이기도 하다.


배달트럭이 주문한 물품을 마트 앞에 내려놓고 도망치듯 달린다. 이른 아침에 나왔는지 리어카에 폐지를 실은 할머니의 굳은 표정은 꼭 더위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삐그덕 거리는 리어카에 자신의 운명을 싣고 다닌 것 같다. 가다가 지치면 쉬고, 쉬고 나면 지친 몸을 이끌고 가던 길을 다시 간다. 할머니의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한 장면이다.


조그마한 가게 앞 파라솔 아래 젊은 여인 셋이 앉아서 캔맥주를 마시고 있다. 아이들 아침 식사시간에 한가하게 앉아 있는 그녀들은 야간근무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잠시 쉬어가려고 앉아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 시간에 어떤 사람은 마라톤을 하듯 뛰고 어떤 사람은 캔맥주를 들고 앉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각 개인의 일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낮과 밤을 바꿔서 생활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시간에 관계없이 더위를 피해 등산하는 등산객들도 눈에 띈다.


비 온 뒤의 등산로는 비바람에 떨어진 파란 나뭇잎이 뒹군다. 길가에 습기를 흠뻑 머금고 서 있는 벚나무 위를 아슬아슬하게 타오르는 아기다람쥐가 가까이 다가온 사람을 보고는 딱따구리가 파놓은 나무 굴속으로 재빨리 들어가 버리는 얌체짓을 한다. 뼈가 드러나듯 파인 굴에 간밤에 내린 비가 스며들었는지 나무껍질에서 흘러내린 밤색 물이 나무 몸통 아래에 고여 있다. 귀여운 녀석의 모습을 보려고 기다렸더니 나무 굴속에서 얼굴을 빼꼼히 드러낸다. 자기를 해치려는 불청객으로 알고 이내 모습을 감춰버린다. 길가에 썩은 낙엽을 헤치고 땅의 기운을 받은 버섯들이 하얀 우산처럼 올망졸망 마을을 이루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옛날 어린 시절 추억이 살며시 고개를 든다. 솔밭에서 하얀 갓버섯을 따서 호박잎에 싸서 소금 뿌려서 아궁이에서 구워 먹던 쫄깃하고 담백한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낙엽을 헤치고 주변을 살펴보니 진한 색상의 노란 버섯도 우산을 펼치듯 땅에 붙어있다. 독성 있는 버섯을 잘못 먹으면 사망에 이르기까지 하기 때문에 함부로 따서 먹기는 위험하다.


산으로 가는 길에 강아지를 데리고 같이 등산하는 사람도 보인다. 돼지처럼 뚱뚱한 몸을 이끌고 주인을 따라 무리 없이 잘 따라간다. 오히려 주인이 헉헉거리며 힘들어한다. 산 위에는 벌써 여러 사람이 운동기구를 사용하고 있다. 노년층들이 대부분이다.남은 시간을유용하게 운동으로 체력을 연마하고 있다. 산 위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자연을 훼손하지 말고 가져온 쓰레기는 버리지 말고 다시 가져가자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시민들이 운동하고 휴식할 수 있도록 길을 닦고 계단을 만들어 오르기 쉽게 설치구조물을 해놓았으니 지킬 건 지키는 게 시민의 의무이다.


팔각정에 오르면 부천 시가지가 한눈에 보인다. 맑은 날에는 멀리 서울과 인천까지도 훤히 보인다. 빈 곳은 그림을 그리듯 여전히 아파트로 채워나가고 있다. 건설장비들이 올라간 곳에 새로 들어선 고층아파트가 들어선 곳이 눈에 띈다. 인간이 탐욕스러운 바벨탑을 올리듯 갈수록 건물의 높이는 높아만 간다.

낮은 곳에서 일하는 폐지 줍는 할머니부터 쓰레기 치우는 미화원, 하루의 일을 위해 뛰면서 출근하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보았다. 행복은 높은 건물에 존재한 것이 아니라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오늘 하루도 산을 오르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하루의 일상에 만족한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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