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등성이에 바람결이 스친다. 연두색으로 입었던 옷을 어느새 초록색으로 갈아입었다. 터를 잡고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쭉쭉 뻗어 키를 올리고 하늘을 가리기 시작한다.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이 무리지어 산속을 꽉 채운 숲길을 따라서 산중턱에 이르렀다. 맑은 공기와 산새울음소리가 어우러진 산속은 신선이 나올 것처럼 조용하다. 등산로 중턱에 졸졸 흐르는 옹달샘이 맑은 물을 담고 있다. 산새들이 목을 추이고 날개를 퍼덕이며 옹달샘 물로 몸을 담근 후 날개깃을 움직여 물기를 털고 있다. 작은 새 두 마리가 우물가에 내려앉아 목욕하는 모습을 숨죽이고 보고 있다가 들켜 버렸다. 인기척에 놀라 날개를 퍼덕이며 나뭇가지위로 날아간다. 정답게 망중한을 즐기는 새들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한 것 같다. 산꼭대기 위에서 사방을 둘러본다. 부천과 시흥 인천 서울이 한눈에 보인다. 변천하는 도시는 해마다 높은 빌딩숲을 만든다. 햇볕에 반짝이는 큰 빌딩사이로 새로 몸을 세우는 빌딩은 건설업계의 불경기로 건축주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운동기구가 비치된 산 정상위에서 몸을 단련하느라 운동기구 위에서서 땀을 흘리며 운동에 열심이다. 집안에만 있다가 찌뿌둥한 몸을 풀려고 올라온 사람들은 한눈에 트인 세상풍경을 바라보며 행복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진달래 동산 쪽으로 내려가면 진달래군락지가 있다. 자생적으로 서식한곳에 부천시에서 산등선 빈곳에 진달래를 심어놨다. 진달래 동산에 꽃이 피면 온산이 붉게 물들어 꽃동산이 된다. 진달래 축제기간에는 산을 찾는 사람이 꽃의 수효만큼 붐빈다. 경사진 곳에 나무뿌리를 내놓고 서있는 갈참나무도 터를 잘못 잡아 고생을 하고 있다. 굵은 밑동이 이어진 곳에 뿌리가 훤히 드러난다.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흙이 쓸려나간 흔적이다. 그 자리가 싫다고 터를 옮길 수도 없고 사람들 발길에 밟혀도 질긴 생명력은 당당한 모습으로 의연하게 서있다. 등산로 길가에 나뭇가지가 옆으로 쭉 뻗어 있다. 나뭇가지가 뻗어 나온 곳을 봤더니 큰 나무속에서 어릿한 구부러진 몸에서 꺾인 떡갈나무가지가 햇볕을 찾아 길게 가지를 뻗고 있다. 부러진 가지는 찾아온 햇볕을 찾아서 가지를 뻗었다. 나무이파리가 햇볕에 반짝인다. 부러진 곳을 끈으로 감싸지 않고도 자연치유된 것인지 큰 나무 옆에 겨우 파고든 자리에 원 몸통의 나무이파리보다 더 큰 잎을 달고 있다. 이곳에는 계절에 따라 햇볕과 바람과 눈비가 나무들의 목을 추이고 비를 뿌려서 생기를 돋아준다.
몇 년 전,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할 때 산속도 적막강산이었다. 사람들 발소리와 숨소리를 들으며 생동감 있게 살아가던 숲에 전염병확산을 막기 위해 입산금지로 아무도 찾아주지 않은 곳에 서걱거리며 흔들리는 나뭇잎의 소리만이 가득 했을 것뿐다. 이제는 마음껏 제 몸의 향기를 풍겨내는 아카시아는 오월만 되면 진한 향을 날리고 가지마다 팝콘처럼 꽃줄기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는 가는 잎을 달고 가지마다 쩍쩍 갈라진 몸을 부끄럽지 않게 자랑하고 있다. 갈참나무는 자랑스러운 잎사귀를 넓히느라 햇볕을 기다린다.
다람쥐가 살금살금 사람들 눈을 피해 어디론가 도망치듯 지나간다. 새들은 앉은 곳이 제 보금자리다. 나뭇가지위에 앉은 새가 사람들을 내려다본다. 사람들의 세계가 궁금한가보다. 나무는 열매를 맺어서 산속동물들의 먹이로 준다. 커다란 나무는 제 몸속에 파고들어간 들어간 딱따구리의 보금자리가 되어준다.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서로 미워하지 않고 아귀다툼도 없는 동식물이 공생관계를 이어가는 푸른 산속의 모습이 평화롭다. 스치는 바람이 머릿결을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