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노트 #32
어느 순간 아득해졌다. 그간 확실히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내 오만이었다고 순순히 인정하게 되었다.
최근 운동 중 부상을 당했다. 그간 정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운동에 대한 자세에 문제가 많았었다. 스파크와 함께 일상에 대한 의욕이 많이 사라졌었다. 당연한 사실이었고 참으로 씁쓸했었다.
하지만 복귀하기에는 이틀도 채 걸리지 않았다. 현재 유지하는 일상은 계단의 시작점이었다. 스스로가 인간답게 살고 있다는 방증이자 내 존재가치에 대한 최솟값이었다.
그렇기에 생활은 다시 무리 없이 이어갔다. 부상의 후유증이 현재까지도 남아있지만, 운동에 대한 고찰 또한 더욱 심오해졌으니 분명한 성장통으로 여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불안함은 찾아왔다. 내 소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오만이자 아집이지 않을까. 일상의 유지도 버거운데, 꿈에 대한 열망은 얼마나 비현실적인 광년을 가리키고 있을까.
어떻게든 손가락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어느 정도의 불안정성과 끄덕일만한 계획으로 한 해를 다짐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지금이 좋았다. 이렇게 그냥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벌이도 크게 나쁘지 않고. 워라밸도 좋으며. 업무 스트레스 또한 진절머리가 나서 세상에 대한 혐오감이 생길 정도가 아니다.
누구는 한 달 중 절반 이상을 야근을 하며, 또 어떤 사람은 주 6일을 사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보다 더하고 고된 삶을 사는 이들 또한, 슬프게도 너무나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오만한 나는 다른 것들을 할 수 있다. 남은 시간에 사람을 만나도 되고, 내 가치를 더욱 다독여도 된다.
그래, 그래서 올해의 계획에는 공부해보고 싶었던 자격증과 더욱 견고한 자기 관리를 약속했었다. 아니, 그들은 스스로 찾아왔었고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하지만 온몸에서 거부반응이 일었다. 오히려 당연한 결과였을까. 내 시간 중 휴식을 위한 최소한의 것을 제외한 모든 행동이 내 발전을 위한 모루질이었다.
'이렇게 살 수만 있다면, 정말 멋있겠다.'
'이렇게 살면 기계와 다를 바가 없잖아.'
'지금을 위한 내 행복은 어디에 있지?'
따라붙은 물음은 거침없이 나를 찔렀다.
'남는 시간'에 게임을 하고 미디어를 시청해도, 이러한 조각들로 일상을 완성해도 불안하지는 않았다. 정당한 일상 뒤에 보내는 합당한 휴식으로 생각이 들었다.
다만 어느 정도의 찝찝함만이 남을 뿐이었다.
현실에 대한 인정과 불안한 후퇴는 별의 밝기를 확 낮추었다.
하지만 별빛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꺼진 것은 아니다.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는 것처럼, 꿈은 항상 어느 자리에 존재하고 있다.
고통과 함께 고찰이 반복된 것처럼, 방황 뒤에는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아주 어두운 태양은 아직도 나를 이끌어주며 살아가게 하고 있다. 단지 아득해졌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