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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기 Oct 13. 2019

할 말1

술만 들어가면

할 말이 그렇게나 많던 선배들은

오래 걸어온 길에서 할 말을 다 잊었는지

인생이라는 재판에서

함구라도 지시 받았는지

말 없이 술잔만 기울인다


그들의 흥분을 불러일으켰던 독한 소주가

이제는 그들을 잘 타이르고 달래는

순한 소주의 시대가 되었다


이제 할 말이 없나요,

우리 할 말 참 많았는데

할 말만 삼키고들 있네요


애는 잘 커요, 제수씨는 잘 지내니,

서로에게


서로가 아닌 사람들의

소식만 줄기차게 묻고

생의 궤도가

크게 이탈하지 않았음을 체크하고

서로의 맞은편에서 택시를 기다리며


갈 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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