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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기 Sep 03. 2020

대통령과 목사와 순대국밥

태풍이 지나간 목요일의 점심
순대국밥집
인부 아저씨 넷이 들어온다
스포츠 티셔츠를 입은 아저씨 
따라 들어오는 쿨토시를  아저씨 
모두 군복 바지에 목에는 타월을 둘렀다
땀을 닦으며
메뉴는 순대국으로 대동단결
식당 반찬은  연합뉴스

티비에 대통령이 나온다
이쪽에 쿨토시 아저씨들이 뭐라고뭐라고 하는데,
맞은편 둘은 말없이 국물만 휘젓는다
티비에 목사가 나온다 이번엔
저쪽에 국밥만 뜨던 아저씨들이 이를 가는데,
쿨토시 아저씨세계 최고의 깍두기를 찾겠다는 
깍두기 그릇만 뒤적인다

아저씨의 대결을 곁눈으로 보는 나의
왼편에는 숟가락이
오른편에는 젓가락이 놓여있다
중요한 건 어떤 식기로 밥을 떠먹냐는 것이지
 이상의 의미는 없다
나는 충분히 지쳤고 허기져있다

아슬아슬 태풍이 비껴가는 국밥집
티비는 태연하고 식당은 고요하고
아저씨는 끓어오르는데,
순대국만 차갑게 식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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