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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러라 호박 Sep 11. 2019

1. 5박 7일 이탈리아 여행의 시작

허버허버 5박 7일 이탈리아 여행기

5박 7일 이탈리아 여행기 #1

살아보는 거야. 한 달 살기 등의 여행이 유행하는 요즘.

심지어 프리랜서가 유독 많은 내 주변 사람들도 한 달, 두 달씩 여행을 떠나는 일이 흔치 않다.


하지만 나는 이미 묶인 몸, 퇴사 및 휴직할 수 없는 이 몸뚱어리는 월차와 짧은 여름휴가를 닥닥 긁어 모아 5박 7일이라는 어찌 보면 무모한 여행 계획을 세웠고 2018년 8월 비행기 티켓은 2017년 9월에 그동안 부지런히 모아 놓은 마일리지로 발권했다.


하루라도 월차를 더 쓰면 주말을 끼고 7박 9일쯤으로 늘어날 수도 있었지만 어쩌겠나 휴가 이야기에 인상부터 확 구기는 사장님 덕분에 소심한 5박 7일이 되었다.

이탈리아를 5박 7일 간다니 부럽다고들 했지만 비행기 값이 아깝다는 소릴 가장 많이 들었다. 여권에 도장 꽉! 찍혔음에도 그렇게 갔다 온 것은 갔다 온 것이 아니란 말도 하더라. 물론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지만 짧은 여행도 여행이다.


1박 밀라노 2박 피렌체 2박 로마


갈 때는 폴란드 항공 올 때는 터키항공

여행 시 스케줄은 몇 개 잡지도 않았는데 여유라곤 쥐뿔도 없는 숨쉬기도 바쁜 일정.


여유 없음.  관광지만 다님.

시간 많으면 나도 좋겠지.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렇게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조금이라도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여행을 다니지 않을까 한다. 나만 그런가?

어떻게든 여행 좀 해보겠다고 아득바득 다니는 직장인과 그 친구, 친구 딸까지 꼬드겨 셋이어 떠난 이탈리아 여행. 주부 둘과 중학생 하나. 발로 뛴 이탈리아 여행기를 시작해보자.




주변인들에게 이탈리아 여행을 간다고 일 년동안 노래를 불렀지만 4~5월부터 몰아치는 마감과 출장으로 당장 눈앞의 일거리 처리하기에 바빠 여행 계획이라곤 하나도 짜 놓지 못했다. 떠나는 날 며칠 남겨 놓고  한 것이라곤 바티칸 예약과 도시 간의 기차 예매 정도. 세세한 일정은 출발하는 순간까지 못 정했으니 다행이라면 일정이 짧아 뭘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 심지어 여행책은 너무 오래전에 사놔서 어디다가 뒀는지 잊어버려 2019년인 지금까지도 아직 개봉을 못했다. 이탈리아도 사람 사는 곳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우리에겐 구글이 있잖아 등의 마음으로 출발. 실제로 매일 밤마다 구글을 검색해서 다음날 갈 곳을 찾았는데 어떻게든 되더라.


출발할 때야 컨디션도 최고조에 구라파 뽕이 차오를 데로 차올라서 뭐든지 좋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흰 구름도 남달라 보여 항공사진만 농담 안 하고 몇 백장 찍었으며 두 번이나 먹어야 하는 이코노미 기내식조차 맛있었다.

경유 비행기는 잘 안 타봤는데 바르샤바에서 경유하는 것도 시간에 잘 맞춰 도착하고 무사히 밀라노로 가는 비행기로 탑승했다.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 도착하니 내가 다른 도시에 왔음을 알려주는 모르는 언어와 색다른 색 진초록의 이탈리아 표지판이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아 반갑다. 알랭 드 보통 아저씨는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이런 것을 느꼈겠지만 쪼랩 여행자인 나는 아직 전 세계에서 느낄 수 있다.


마침 타이밍 좋게 도착한 시내로 들어가는 기차를 타고 여행의 시작이 좋다며 자화자찬을 했지만 몇 정거장 가지 않아 이 기차는 우리의 목적지인 밀라노 중앙역으로 가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어 그야말로 멘붕이 왔다. 모르는 도시에서는 목적지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탑시다. 기차를 한 대 놓치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 했어야 했다. 엉뚱한 곳에 내려서 고생하고 허비한 시간이 아까울 뿐...


 대충 가까운 역에 내려 해결하기로 하고 개찰구를 빠져나오니 이미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고 택시는커녕 사람들도 거의 지나다니지 않았고 이 당시엔 어떻게 시내에 택시가 한 대도 없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우리가 도착한 다음 날인 8월 15일은 성모축일로 크리스마스 다음 가는 휴일이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신정, 혹은 추석인 것인데 밀라노 시내 전체가 유령도시가 된 듯 텅 비었으며 이 성모축일과 이탈리아인들의 여름휴가는 앞으로도 쭈~욱 우리 여행의 방해물이 된다.

 오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다 결국에는 이탈리아의 돌바닥을 저주하며 덜거덕덜거덕 캐리어를 끌고  가까운 전철역으로 걸어가 밀라노 중앙역에 도착을 하니 초승달이 애처롭게 우리를 반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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