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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Feb 22. 2023

#5. 내 삶에 감사함을 느낄 때.

잊고 있던 것들을 깨닫는 시간.


이렇게 말하니 정말 꼰대같지만 이제 벌써 어느덧, 어쩌다보니, 정신차려보니 인생의 전반전을 산 나이가 되었다. 되돌아보면 태어난 게 엊그제같지만 세월은 속절없이 나를 아저씨로 만들어버렸다.

총명하고 총기어린 눈빛과 굳게 다문 입술에서 느껴지는 절개는 그대로이지만 남들의 눈에 나는 그냥 40대의 아저씨이다. 물론 아직도 30대 중반으로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 ^^;;


나이를 먹는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와 이야기가 있겠지만 나는 '꼰대가 되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꼰대가 되지 않겠다고 발악을 하고 발버둥을 쳐도 꼰대가 되어가는 건 막을 수 없다.

이렇게 표현하니 마치 '꼰대 = 나이먹은 사람'으로 느껴지겠지만 사실 꼰대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다들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에 꼰대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물론 이성을 가장 좋아하지만 살아가면서 즐겨하는 두 가지의 취미 아닌 취미가 있다.

하나는 봉사활동이고, 또 하나는 산책이다.

이 두 가지를 즐겨하는 이유는 내가 잊고 있던 것들을 깨닫게 해주는 아주 고마운 시간이자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봉사활동과 후원을 하고 있다. 횟수로 10년째이다.



30대에 생일을 맞아 의미있는 일을 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봉사와 후원


봉사나 후원을 이전에는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나마 선행에 가까운 행동이라곤 헌혈을 하는 정도?

돌아보니 정확히 10년 전에 나는 봉사를 처음 시작했다. 마침 내 생일이 다가왔고 나는 내게 무언가 뜻깊은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때 인터넷을 통해 후원광고나 봉사에 대한 광고같은 배너를 보게 되었는데...

무언가 머리를 땡~ 하고 때리는 느낌이었다.


어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적으로 아픔을, 또 어떤 이들은 어려서 부모의 버림을 받아 고통을... 세상에 사연없는 집이 어디있겠냐만은 "이들에 비하면 나는 진짜 복 받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작정 봉사 모임에 가입해 바로 활동을 시작했다. 물론 봉사활동은 생각보다 힘들다. 그닥 착하지 못한 애가 착한 척 하려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주말에 시간 만들어 봉사지로 가야하고, 회비도 내야하고...그렇다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이런 걸 왜 하려고 했나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아이들이 다가와 안길 때, 몸이 불편함에도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줄 때 그 표정에서 나는 내가 잊고 지내던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사지육신(四肢肉身) 멀쩡하게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지금까지 크게 아프지 않음에 감사하고 내 힘으로 떳떳하고 당당하게 돈을 벌어 쓸 수 있음에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웃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내가 자주 걷는 의정부 - 양주 산책로 구간, 양주 시청 인근 다리에서 한 컷.



혼자라고 느낄 때 산책을 하면...정말 혼자가 된다


내가 자주하는 행동 중 또 하나는 바로 산책이다. 딱히 운동의 개념이라기 보다는 홀로 생각하기 딱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대낮의 시간보다는 이른 아침 또는 늦은 오후에 걷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대인 기피증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시간대가 정말 혼자 사색(思索)에 잠기기 딱 좋은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나는 걸으면서 많은 다양한 생각을 한다.

업무 생각도 하고 내가 한 실수나 잘한 일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그리고 로또가 당첨되는 생각, 여자친구가 생기는 생각, 야구장에 갈 생각 등등 잠시도 쉬지 않고 생각을 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걷다 보면 어느 새10km는 거뜬히 걷게 된다. 지루할 틈도 없이.


봉사활동이 내 육체와 정신이 건강함에 감사하는 계기라면 산책은 '오늘도 무사히 살아감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돈 걱정을 하고 일 걱정을 하고 야구장 갈 생각을 한다는 건 따지고 보면 '내가 지금 잘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 말이다. 산책은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이자 생각인 것이다.



하루를,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는 개개인의 자유이다.

잠을 자도 되고, 그냥 멍하니 있어도 된다. 

하지만 본인의 삶을 가끔은 정확히, 제대로 돌아다 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오늘 못한 일은 내일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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