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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일 도슨트 Mar 26. 2020

이젠 지겹다, 그만하자 우리, 프랑스 코로나야

 파리는 지금. 파리지앵의 선택은? 잔류 혹은 귀국

파리에 살면서 평소에 뉴스를 오랫동안 앉아서 보지않았습니다. 사람이 죽는 등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내용들이 많은 것 같고, 중요한 소식들은 요즘엔 헤드라인 위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위주로 빨리 접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생활에 관련된 내용은 카카오톡을 통해 지인들이 알아서 간단하게 정리해서 보내주고 각종 커뮤니티 카페에는 파리 특파원들이 계시는지, 알아서 현 상황들을 올려 주시기도 합니다. 외국에 산다는 것은 비자 연장, 복잡한 서류 등으로 한국보다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들어가서, 청소를 하면서 뉴스를 틀어놓는 경우는 있어도 자세히 쳐다보는 일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삶의 모든 기반이 "CORONAVIRUS 코로나뷔휴스(불어식발음)"에 맞춰져서 이뤄지기 때문에 뉴스에 한 글자에 집중하는 상황이에요. 3월 17일 이후로 프랑스 전국이 통제 상황이고, 이동 가능한 상황에 대한 범위(어느 곳들을 갈 수 있는지 등), 앞으로 얼마나 격리(le confinement)가 지속될지, 정부 관리들은 어떤 망언을 할지 등 서로를 만날 수 없는 상황에 유일하게 일방적인 소통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지요.


아마 대부분 프랑스에 남아 있는 한국인들은 하나같이 현 시국에 대해 불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정확히 한 달 전(2020년 2월 25일)만 하더라도 프랑스는 코로나 청청 지역이었습니다. 한국이 이곳보다 상황이 심각해서 유럽으로 피신 오라고 고국의 지인들에게 당당히 이야기했을 터인데, 지금은 빠른 속도와 확실한 상하구조의 명령체계 아래, 총선이 걸려있는 사람들의 노력 끝에 극복해서, 프랑스 언론에서도 한국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제는 놀리던 사람들이 놀림을 받는 상황이 되어버렸고요. 그 이유가 프랑스를 비롯한 유로국가들이 코로나를 단순히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들이 많기 때문일 거예요. 느긋하고 때로는 남 탓하기를 좋아하느 프랑스 사람들, 정해지지 않은 행정과 기다림, 융통성 없는 일처리를 경험한 사람들은 이 사태를 너무나 당연하게 여길 거예요.


이들이 당황하는 순간 확진자 숫자는 이제 하루 천 명, 심지어 일부 지역은 사망자가 천 명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곳 파리, 프랑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사업체의 어려움 등으로 경제적인 이유로 한국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24일까지 유럽에서 대한항공에서 유일하게 매일 파리행 비행기를 띄워 왔는는데, 평소보다 높아진 가격 때문에 망설이고 못 간 것이라고 보구요. 한 번이라도 프랑스의 응급실을 다녀온 사람들은 병원에 입원하면 어떤 형태로 한국보다 부실하게 진료가 이루어질지 뻔히 알고 있습니다. 가격은 제가 계속해서 지켜본 결과 평소 대한항공이 파리 출발, 인천 도착이 800유로 선에서 결재하는 게 일반적인데, 1,300유로까지 치솟았고, 대략 180만 원 정도이니 비싼 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통제 이후의 삶이 불편하고 갑갑하긴 하지만 오히려, 평소에는 지인들을 만난다고, 유럽에 산다는 이점으로 여행 다닌다, 가격 대비 좋은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카페 등을 다니던 시간 중에서 정말 나에게서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 줄어서 자연스럽게 미니멀 라이프(simple life)가 되어, 오히려 잘 되었더고나 할까요? 평소에 한가한 날에는 오전 9시나 10시에 일어나던 삶이 자연스럽게, 7시만 되면 눈이 떠지고, 시간이 나도 하지 않던 운동을 집에서 억지로 하는 걸 보니, 삶에 대한 외부의 관심이 자연스레 나에게 돌려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확실히 돈을 벌 일도 줄었지만, 쓸 일도 줄었습니다. 밖에서 커피나 맛있는 디저트를 사 먹던 돈들이 고스란히 들어가지 않게 되었고요, 다행히 파리 시내에 살고 있어서, 집 근처의 마트와 과일가게, 빵집들이 다 문을 열어서 원하면 언제든지 가서 살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조심하는 의미에서 그리고 출입인원을 통제하는 까닭에 오후에 방문하게 되면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약국도 다 열고 있고요, 지난주 까지만 해도 손 세정제도 구하기 힘들었는 데,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고요. 가격 통제까지 하고 있습니다. 50ml까지는 2유로에, 100ml까지는 3유로로 환율을 비교해도, 한국과 거의 비슷합니다. 마스크는 여전히 구할 수 없습니다. 중국과 케어링 그룹(구찌 등의 합작 브랜드)에서 대량 생산해서 지원을 받지만, 의료진도 감염되는 상황에 일반 사람들에게는 돌아오기는 힘듭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마스크 쓸 필요 없고, 다만 손만 잘 씻고 서로 거리두기를 주요 예방책으로 내어 놓는 상황이니 마스크를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못 쓰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이런 정책이 옳은지 틀린지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신종이니, 그리고 전 세계가 처음 겪고 있으니, 끝나야 알겠지만, 마스크가 없는데 국민 모두 사야 한다고 혼란을 만드는 것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프랑스에서는 각종 통신사에서 유로 채널 프로그램(영화, 스포츠 등)을 무료로 4월 말까지 하기로 하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할 일이 없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한 신문사에서는 페이스북 라이브로 홈트레이닝할 수 있도록 실시간 방송까지 하는 데, 파리의 많은 집들이 넓지 않은 관계로 저는 따라 보지는 않습니다.


동양인 차별에 관련된 부분은 1월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jenesuispasunvirus(I am not a virus, 나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라고 하는 운동이 불었다고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인류 역사상 차별이라는 것은 없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봅니다. 일부 지역에서 있었고 여행자들도 경험했을 것입니다. 저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퍼지고 직접 경험하거나 본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곳에서도 그런 인종 차별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무지하게 봅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배움을 이어온 사람이라면, 내면 혹은 같은 인종끼리는 그런 이야기를 할 수는 있어도, 공공장소에서는 하는 행위는 무지하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한국에서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겨났을 때, 중국인들이 마음 놓고 서울 한복판을 걸어 다닐 수 있었을까요? 본인이 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이러한 사태에 대해서도 신중히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곳의 많은 유학생들이 프랑스의 의료 시스템의 어려움을 알고 귀국길을 서두르는 것에 대한 불만에 대해 염려합니다. 하지만, 귀국을 위해서 커뮤니티 카페와 오픈 단톡 방에서 지켜본 결과, 많은 학생들이 자가 격리를 하겠다고, 굳이 조치하지 않아도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피해 주지 않겠다고, 가족들 곁에 가지 않고 에어비엔비까지 알아보는 글까지 보면서, 한국을 잠시 떠나 있다는 이유만으로 고국에서도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이들이, 인종차별 움직임과 어떤 다른 점이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곳의 한인들은 통제로 정말 답답한 상황, 그리고 점점 더 엄격해지는 격리에 대한 규제조치와 최대 6주까지 연장하겠다고 언론들의 발표로 한 발자국도 움직이는 데 신중을 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4월 15일 까지 에드워 필립 총리의 발언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이 상황이 힘들어, 국내로 돌아가는 단기로 머무는 학생들과 교민들이 마치 국내를 감염시키는 또 다른 숙주처럼 취급되는 일은 한국사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어차피 이곳도 격리이고 한국가도 격리이니 차라리 맘 편히 이곳에 있겠다는 의견들도 종종 보았습니다. 


파리 사람들은 열심히 돌아다니는 편입니다. 세느 강변은 분명히 운동제한이라고 출입금지라고 공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람들은 오늘도 그곳에서 산책하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관광객들과 현지인을 구분하는 방법중에 하나가 바로 무단횡단을 하냐 안하냐를 가지고 판단한다고 하는 데, 국가를 움직이는 규칙들(세금납부 등)은 엄격하게 지키는 반면에 생활에서의 자잘한 법규(길가에 쓰레기 투하, 무단횡단등)은 잘 잘지켜지지 않습니다. 사회와 도덕적인 규율을 지키는데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이런부분은 프랑스인들의 무질서하게 느껴질 수 있는 모습입니다.


자유로운 시간이 많아진 만큼, sns나 인터넷, 유튜브, 넷플릭스에 시간을 쓸 여유가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sns에서든 한국 뉴스에서든 프랑스, 미국, 영국 주요 매체에서는 수 없이 "코로나 corona"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처음에야 나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지만 지금은 사실 지겹습니다. 백신도 없는 눈에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저의 생활에도 큰 변화가 생겼지만 파리는 지금 40년 만에 가장 공기가 맑은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길거리에 사람이 줄어서 "좀비 도시"가 돼버린 한가한 파리 속, 물론 집 근처를 1KM 이내 한 시간 동안의 산책이지만, 평생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오늘을 보내려고 합니다. 왜 나면 파리는 어떤 모습이든 축제이기 때문이죠.


파리에 처음 와서, 이 사람들은 와인을 그렇게 많이 마신다는 데 음주 운전 측정을 안 하는 것을 보고 현지 친구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축제를 망치면 안 된다."


저는 한가한 파리에서 저만의 축제를 누리겠습니다.



현재 파리는 4월 15일까지 생필품 필수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마트, 병원, 약국등)을 제외하고 닫는 것으로 확정되었습니다.

택배는 배달이 가능하나, 우체국 택배 ems로 보낼 시 제대로 전달이 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택배 DHL등 기타 배송업체들로는 집 앞으로 배송해주는 것 같습니다.

약국에서 마스크 구입은 어렵고, 손세정제 파는 곳은 늘어났습니다. 우체국은 지금 계속해서 열었지만, 점점 닫는 추세입니다.

개인 운동 및 개 산책시 1KM이내, 1시간으로 정해졌고, 통행허가서는 몇 시에 나가는지까지 적어야 합니다신분증도 지참하는게 원칙입니다. 하지만, 파리시내 인력부족인지 차량위주로 단속중입니다. 지하철에서는 종종 단속이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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