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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자 Apr 27. 2024

반성문

내가 나에게 쓰는 



요 며칠 떠들썩 했던 기사 마냥 연락망도 한동안 떠들썩 했다.

다들 첫마디가 "기자회견 봤어?" 였는데.

그 기자회견과 내가 무슨 상관 이길래 다들 이렇게 물어보나 조금 짜증나던 찰나

봤다는 나의 말에 곧바로 오는 대답들이 전부 같았다. 


니 생각 나더라. 좋은 의미로
싸바싸바 안하고 정공법으로 진정성있게 창작하는 모습에


그 말에 머쓱해서 시큰둥하게 대답했지만 사실 알고 있었다. 

나도 그 기자회견을 보며 '나 같네?' 라고 생각했기에. 


편을 떠나서 

기자회견에서 그녀의 태도와 워딩을 보며 매번 판을 깨던 내 모습이 보여서 웃펐고 

여론을 보면서는 부러웠고 

그녀가 말한 몇 몇 문장을 통해 스스로 반성하기도 했다. 


나는 초중고대학교 그리고 사회생활까지 단 한 번도 판을 깨보지 않은 적이 없다. 

초중고 때 부당한 이유로 벌을 서고 오토바이자세를 하고 야구방망이로 엉덩이를 맞을 때 

내 딴에선 참고 참다가 말한거 였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엔 되바라진 년이 였다. 

그렇게 속된 말로 깽판을 치고 나면 벌은 종료 되지만 

이후에 오는 후폭풍들 때문에 나는 반에서도 배척 받는 아이가 되곤 했다. 


대학교에서도 사회생활에서도 부당한건 내딴에선 참다가 터트리곤 했는데 

판도 깨지고 내 인간관계도 깨지고 내 작품도 깨지고... 

그렇게 망가져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말도 안하고 사람도 만나지 않고 숨 죽이고 있는 내가. 


그래서 그녀의 모습이 웃펐다. 괜시리 눈물도 좀 나고. 

그러나 한 편으론 그녀는 실력이 이미 증명되었고 나는 증명 되지 않았으니 

그녀는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에 반해 

나는 사람도 관계도 모두 잃었으니 내가 이렇게 된 건 실력이 없어서였나? 

누구도 응원받지 못한 이유, 도움 주는 사람도 없었던 이유엔 이런 차이가 있었나? 싶어서 

문득 서글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콩쥐가 이겨." 라고 했을 때, 내 마음엔 불꽃이 타올랐다. 

숨 죽이다 보니 이제 깰 판도 없고... 더 이상 핍박 받지 않기 위해 판도 만들지 않는 나를 

무슨 콩쥐에 대입해.. 싶겠지만.

그 문장 하나로 K-노동자라면, 돈을 벌려면 어쨌든 실력을 증명하기 까지는 

싫지만 그만한 크기의 판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으니까. 

이제껏 판을 피해다녔던 내 모습이 참 싫어졌다.

그래서 반성했고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된 후 며칠 뒤에 이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제 정말 없구나. 맨땅에서 시작해야하는데 어디서부터 해야할 지 모르겠는 이 시기에 

그녀는 나에게 "결국 콩쥐가 이긴다"는 명언을 던져주고 갔다. 


그렇게 마음을 먹자 친구의 연락이 왔다.


사람들은 진정성있는 사람을 원하고 지지한다고.

그러니 콩쥐연자를 내가 응원한다고. 

니 주식 내가 샀으니까 화이팅이라고.




지지부진하게 내게 남아있던 계약기간이 드디어 정식으로 끝나고 정말로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이 날 만을 기다렸는데 막상 다가 오니 신나진 않고... 오히려 

3년간의 고생이 물거품 되었다는 생각 + 가진게 없다는 생각에  많이 우울해졌습니다.


설상가상 오랜만에 만난 지인의 뭐 하고 있냐는 말에 백수라 대답하자 

"저번에도 그렇더니 지금도 똑같네요." 라는 말을 듣고 많이 작아진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속상한 마음을 다스린다는 핑계로 이것저것 많이 먹고 

운동도 안하고 누워있던 찰나에 '니 생각 나더라'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업계에 참 XXbaby들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력을 증명한 그녀를 보고 내 생각을 하다니...

참... 별 일이야 싶다가도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정말 닮아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정공법으로 진정성 있게 창작 하는, 설사 내가 백수라고 밖에서 말해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창작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적히지 않는다고 미뤄둔 것들을 꺼내야 되겠지요. 

지켜봐주세요. 정말 그런 사람이 되기로 여기서 약속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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