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칭찬 아니에요
힘든 일을 말하건 좋은 일을 말하건 사람들은
"연자는 혼자서 잘하니까 헤쳐나갈 수 있을거야."
"역시. 연자는 혼자서 참 잘해."
"연자는 혼자서 잘해서 괜찮아."
등등
20살 때 부터 지금까지 타인에게 제일 많이 들은 말은 "혼자서 잘한다." 이다.
모두 칭찬인양 하는 이 말.
나는 전혀 칭찬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물며 나의 부모님은 단 한 번도 혼자서 잘한다는 말의 칭찬을 하신 적이 없다.
첫째에게 혼자서 잘한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가족이 아닌 타인만이 나에 대한 칭찬으로 "혼자서 잘한다" 는 말을 한다.
그렇지 않다고 하는 내 말에도 기어코 "혼자서 잘해" 라는 말을 항상 던지는데
가만보면 나를 둘러싼 타인들은 나를 "혼자서 잘하는 아이"라는 틀에 가둬놓고 있는 것 같다.
얼핏 들으면 칭찬같지만 사실 칭찬이란 포장지를 감싼 칭찬이 아닌 이 말.
전엔 그래도 칭찬으로 해주는 말이니까... 라는 생각에 참았건만
이젠 스트레스가 너무 쌓여 터지기 일보 직전인 상태가 되었다.
왜냐면
지금 내 심정은
혼자 지내고 싶고 혼자 있기 싫고
이기 때문이다.
해당 문장은 세븐틴의 <청춘찬가> 의 가사 중 일부이다.
나는 내가 봐도 혼자서 잘 하는 사람이긴 하다.
그런데 이걸 내가 혼자서 잘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내 의지가 아닌 외부의 의지로 이렇게 된 것 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기대고 싶은 순간들이 한 번 쯤 있지 않은가?
그런 순간들 마다 내곁에 타인은 없었다.
부모님께는 미안해서 말 못하고 친구들에겐 내가 항상 뒷전이였다.
나보다 우선순위가 되는 것들이 그들에겐 많았다.
그래서 혼자서 잘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이 무서운 세상에 나같은 사람은 혼자서 "잘" 할 수 밖에 없거든.
그렇다보니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로인해 혼자 지내는 순간들이 좋긴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혼자인게 매순간 좋냐? 아니다.
혼자 지내는 건 좋지만 혼자 있기는 싫은 순간이 또 칼같이 찾아오고
인생 살면서는 점점 길어진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지? 싶어 고민을 털어놓으면
또 나오는 대답은
"연자씨는 혼자가 어울리긴 해요. 혼자 잘 하니까."
"연자는 혼자 잘 하니까 또 그냥 시간 지나다 보면 익숙해질꺼야."
"연자씨는 나이 들어도 혼자 잘 사실 것 같아요."
혼자가 싫은 내게 혼자를 열렬히 말하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난 앞으로도 "혼자서 잘한단"말이 참 싫을 예정이다.
아무리 칭찬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이 글의 결말은 없다. 깨달음도 사실 없다.
불쑥불쑥 찾아오는 "혼자서 잘한다"는 말이 참 아픈 요즘에
저 노래를 듣고 잠시 기분이 좋아져서 오랫동안 감춰왔던 마음을 적어보았다.
어쩌다 보니 처음으로 마주하는 오늘이라서
사무치게 아픈 말 한마디에 내가 더 싫어도 신경 쓰지 말자
그렇게 기분 좋지 않은 오늘도
혼자서 잘하는 나는 혼자 찾은 노래로 잘 위로 받았다.
힘들어도 딱히 위로해주는 사람도 없고 해서
혼자 산지 연차가 꽤 쌓인 저는 힘들때마다
위로 받을 영상과 노래들을 하이에나 처럼 찾아 다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적고 나니 "혼자서 잘한다" 가 사실이 되어버렸잖아요?!
다시 정정
혼자서 잘 하지만... 혼자는 싫습니다...!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세븐틴 새앨범 듣지 않은 분과 겸상하지 않고
선재를 보고 계시지 않은 분과도 겸상하지 않습니다.
세븐틴과 선재가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