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자 May 11. 2024

혼자 지내고 싶고 혼자 있기 싫고

그거 칭찬 아니에요 


힘든 일을 말하건 좋은 일을 말하건 사람들은

"연자는 혼자서 잘하니까 헤쳐나갈 수 있을거야." 

"역시. 연자는 혼자서 참 잘해." 

"연자는 혼자서 잘해서 괜찮아." 


등등 


20살 때 부터 지금까지 타인에게 제일 많이 들은 말은 "혼자서 잘한다." 이다. 

모두 칭찬인양 하는 이 말.

나는 전혀 칭찬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물며 나의 부모님은 단 한 번도 혼자서 잘한다는 말의 칭찬을 하신 적이 없다. 

첫째에게 혼자서 잘한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가족이 아닌 타인만이 나에 대한 칭찬으로 "혼자서 잘한다" 는 말을 한다. 


그렇지 않다고 하는 내 말에도 기어코 "혼자서 잘해" 라는 말을 항상 던지는데

가만보면 나를 둘러싼 타인들은 나를 "혼자서 잘하는 아이"라는 틀에 가둬놓고 있는 것 같다. 

얼핏 들으면 칭찬같지만 사실 칭찬이란 포장지를 감싼 칭찬이 아닌 이 말.

전엔 그래도 칭찬으로 해주는 말이니까... 라는 생각에 참았건만  

이젠 스트레스가 너무 쌓여 터지기 일보 직전인 상태가 되었다. 


왜냐면 

지금 내 심정은 


혼자 지내고 싶고 혼자 있기 싫고


이기 때문이다. 


해당 문장은 세븐틴의 <청춘찬가> 의 가사 중 일부이다. 


나는 내가 봐도 혼자서 잘 하는 사람이긴 하다. 

그런데 이걸 내가 혼자서 잘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내 의지가 아닌 외부의 의지로 이렇게 된 것 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기대고 싶은 순간들이 한 번 쯤 있지 않은가? 

그런 순간들 마다 내곁에 타인은 없었다. 

부모님께는 미안해서 말 못하고 친구들에겐 내가 항상 뒷전이였다.

나보다 우선순위가 되는 것들이 그들에겐 많았다. 

그래서 혼자서 잘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이 무서운 세상에 나같은 사람은 혼자서 "잘" 할 수 밖에 없거든. 


그렇다보니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로인해 혼자 지내는 순간들이 좋긴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혼자인게 매순간 좋냐? 아니다. 

혼자 지내는 건 좋지만 혼자 있기는 싫은 순간이 또 칼같이 찾아오고

인생 살면서는 점점 길어진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지? 싶어 고민을 털어놓으면 

또 나오는 대답은 


"연자씨는 혼자가 어울리긴 해요. 혼자 잘 하니까." 

"연자는 혼자 잘 하니까 또 그냥 시간 지나다 보면 익숙해질꺼야."

"연자씨는 나이 들어도 혼자 잘 사실 것 같아요." 


혼자가 싫은 내게 혼자를 열렬히 말하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난 앞으로도 "혼자서 잘한단"말이 참 싫을 예정이다.

아무리 칭찬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이 글의 결말은 없다. 깨달음도 사실 없다. 

불쑥불쑥 찾아오는 "혼자서 잘한다"는 말이 참 아픈 요즘에

저 노래를 듣고 잠시 기분이 좋아져서 오랫동안 감춰왔던 마음을 적어보았다. 


어쩌다 보니 처음으로 마주하는 오늘이라서
사무치게 아픈 말 한마디에 내가 더 싫어도 신경 쓰지 말자

그렇게 기분 좋지 않은 오늘도 

혼자서 잘하는 나는 혼자 찾은 노래로 잘 위로 받았다. 



힘들어도 딱히 위로해주는 사람도 없고 해서 

혼자 산지 연차가 꽤 쌓인 저는 힘들때마다 

위로 받을 영상과 노래들을 하이에나 처럼 찾아 다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적고 나니 "혼자서 잘한다" 가 사실이 되어버렸잖아요?! 

다시 정정

혼자서 잘 하지만... 혼자는 싫습니다...!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세븐틴 새앨범 듣지 않은 분과 겸상하지 않고

선재를 보고 계시지 않은 분과도 겸상하지 않습니다. 


세븐틴과 선재가 나라다!!!  

 

작가의 이전글 반성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