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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티셰 Feb 16. 2017

고독 컬렉터, 올리비아 랭

고독하다는 건 배고픔이다... 

에드워드 호퍼, 앤디 워홀, 데이비드 워나로위츠, 헨리 다거, 클라우스 노미, 조 레너드. 오늘 소개하는 책인 <외로운 도시>의 주인공들입니다. 문화 비평가 올리비아 랭이 뉴욕에서 활동한 아티스트들의 사연과 작품을 소개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려면 스마트폰이 필수입니다. 소개된 수많은 작품들을 보려면 검색을 해야합니다. 전화하고 게임하고 톡하고 가끔 검색을 하는 스마트폰은 호사를 누립니다. 이 책은 제 폰을 갤러리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퍼포먼스나 예술 다큐, 공연 같은 것도 찾아서 봤습니다. 이즘 되면 제 폰은 공연장이나 영화관이 됩니다. 앤디 워홀의 작품들을 찾다보면 ‘앤디 워홀이라는 이름만 알았구나’라는 아픈 깨달음도 얻습니다.



저자 올리비아 랭은 영국에서 뉴욕으로 갑작스럽게 혼자 오게된 소심하고 두려움많은 글쟁이입니다. 영국에서 원래 그녀의 옆엔 뉴욕으로 같이 가기로 한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방을 얻고 짐을 붙이고 난 후 남자친구는 변심을 합니다. 그래서 결국 혼자 뉴욕으로 오게된 그녀는 친구하나 없는 외톨이가 됩니다. 시끄러운 뉴욕의 구석방에서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간소한 아침을 먹고 산책을 합니다. 말도 없어지고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보는 것같고 마음은 점점 위축됩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https://youtu.be/yuSrsGzhD9U?list=RDkQeWvFPb5zA 

<카운터테너, 클라우스 노미의 퍼포먼스>


“고독하다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 그건 배고픔 같은 기분이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잔칫상에 앉아 있는데 자기만 굶고 있는 것같은 기분이다.” 배가 고픈 것도 서러운데 진수성찬을 먹고 있는 것을 구경하는 것을 고독이라고 말합니다. 그녀의 고백은 이어집니다. “창피하고, 경계심이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기분이 밖으로도 드러나, 고독한 사람은 점점 더 고립되고 점점 더 소외된다.” 의연히 자존심을 지키며 잔칫상 앞을 지나가지만 배고픔은 더 심해지기만 합니다. 



<앤디 워홀이 혼자 뉴욕을 산책하는 배우 그레타 가르보 사진을 몰래 찍은 사진> 


그래서 그녀는 미술관을 가고 도서관을 갑니다. 호퍼, 워홀, 워나로위치…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자료도 찾고 책도 읽습니다. 유투브에서 작가들의 인터뷰도 빼놓지 않고 봅니다. 그곳에서 중요한 것을 수집합니다. 그녀는 ‘고독 컬렉터’입니다. 그녀도, 작가들도, 우리도 그렇지만 ‘고독을 즐기라는 말’에 공감하기는 힘듭니다. 슬픈 단어지만 ‘고독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독사는 혼자서 죽음을 맞는다는 말입니다. 올리비아 랭은 심리학 서적과 의학 서적을 읽고 고독사에 대해 다르게 말해줍니다.


<<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1942, 캔버스에 유채, 76*152cm,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고독한 사람들은 불안하게 얕은 잠을 자기때문에 잠이 지닌 회복능력이 줄어든다. 고독은 혈압을 올리고, 노화를 재촉하며, 면역체계를 약화하고, 인지력의 쇠퇴를 알리는 전조 구실을 한다. 2010년 어느 연구에 따르면 고독은 질병과 사망률의 증가를 예고하는데…” 고독해서 죽을 수 있다니! 같이 살라고 설계된 인간의 고독은 죽음을 친구로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혼밥, 혼술, 1인 가구… 이런 말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찾습니다. 


<<밸러리 솔라니스, 앤디 워홀을 쏜 페미니스트 작가, 남성거세 '스컴 선언'으로 유명하다>>


올리비아 랭은 자신의 ‘고독한’ 뉴욕생활에 수혈을 해주었던 고독한 뉴욕 아티스트들의 삶을 수집하고 작품에 대한 감상을 쏟아 냅니다. 뉴욕이라는 도시의 고독을 그대로 담아내었던 에드워드 호퍼, 언어장애를 겪으며 고독한 인생을 반복과 복제라는 테마로 풀어냈던 앤디 워홀, 그 워홀을 총으로쏜 페미니스트 작가 밸러리 솔라나스, 어린 시절 학대를 겪고 15살에 타임스 스퀘어에서 남창을 했던 워나로위치는 사회적인 소외와 자신의 고독을 사진에 담습니다. 



<<데이비드 워나로위츠, <뉴욕의 아르튀르 랭보> 연작 중에서>>


그의 연작 <뉴욕의 아르튀르 랭보>에는 시인 랭보의 가면을 쓴 사람이 뉴욕의 거리와 지하철과 할렘가에 서서 혹은 앉아 있습니다. 가면을 통해 자신의 진실함을 가리고 현실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태도는 현대인의 고독이 어떤 것인지를 뚜렷하게 알 수 있게 합니다.


 81세를 살면서 한 번도 자신의 작품을 밖으로 보이지 않았던 한 남자의 소설과 그림은 살아있는 고독을 보여줍니다. 친한 친구는 일찍 죽었고 오직 혼자서 병원 잡부로 일하며 자신의 집에서 작업했던 헨리 다거의 작업실은 그대로 갤러리가 됩니다. 자폐증, 편집증, 강박증의 성격이 상상력과 결합하여 작품이 됩니다. 그 속에서 스스로를 구원을 얻었던 헨리 다거. 


<<15,145페이지에 달하는 긴 공상 소설을 쓰고 그 그림도 직접 그렸던 헨리 다거>>


뉴욕에서 가장 외롭다고 느꼈을 올리비아 랭의 고독 컬렉션은 작품 비평으로 멈추지 않습니다. 기이하고 순탄치 않았던 작가 개인사에서 들어나는 모든 고독의 흔적을 모읍니다. 그리고 작가들이 겪었을 심리적 장애에 대해 심리학자와 정신의학자의 글을 통해 그 상태를 진단합니다. 거기에 작가 주변 인물들과 그 관계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도 시도합니다. 사진 작가 낸 골딘은 자신의 애인에게 폭행당해서 멍든 얼굴을 직접 찍습니다.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아픔과 상처를 기록하고 있는 그대로 드러냅니다.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는 여성들이 힘든 것 중에 하나가 사회생활입니다. 무섭고 두렵고 부끄러워 사람들을 피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잘 몰라도 스스로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낸 골딘이 그 고통스러운 상황 후에 사진을 찍은 이유는 얼굴의 상처가 자신의 마음까지 침범하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였을지 모릅니다. 


<<낸 골딘>>


그리고 자신의 멍든 얼굴 사진을 보는 여성들에게 남성들이 가하는 폭행에 대해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말라는 신호일수도 있습니다. 가해자는 당당하고 피해자가 수치심을 내면화하는 이런 역설적 상황. 낸 골딘은 시퍼런 멍이 든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여 그 수치감을 털어내고 타인의 차별적인 시선에서 벗어납니다. 랭은 ‘그 자체로 고독을 치유하는 방법이었고, 자신의 감정이나 욕망이 유달리 수치스럽다고 믿을 때 받는 차별감을 해소해준다’고 덧붙입니다. 


뉴욕에서 작업을 했던 이 외로운 예술가들의 작품은 고독이라는 감정의 실체를 느끼게 합니다. 그 옆에 작가와 작품을 읽어주는 올리비아 랭은 고독의 실체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도 알게 합니다. 고독을 담은 예술작품을 향유하는 ‘고독한 개인’은 ‘또 다른 고독한 개인’과 유대감을 만듭니다. 


랭은 말합니다. “예술은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 사이에 스며들어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을 중개하는 기묘한 능력이 있다.”



뉴욕을 가기 어렵다면 올리비아 랭의 <외로운 도시 : 뉴욕의 예술가들에게서 찾은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읽어보세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려운 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왜냐면 그도 외롭기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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