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지붕과 처마 모양은 한국건축의 조형미를 나타내는 상징처럼 쓰인다.
날아갈 듯 휘어 오르는 처마는 경쾌하고, 여러 선이 한데 어울린 지붕 실루엣은 우아하다.
또, 검은 바탕에 은회색이 감도는 기와의 색감은 단정하고 차분하다.
억제된 듯 화려한 한옥의 지붕은, 가만히 보면 볼수록 눈이 가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한옥 지붕은 건축을 떠나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이 된 것도 같다.
나는 한옥 지붕을 구성하는 세부 요소에 비결이 있다고 본다.
길이와 각도를 조절해 자연스런 곡률을 형성한 처마 서까래의 율동감 같은.
기와 골의 기울기와 높낮이가 일률적이지 않고, 딱딱한 직선을 탄력 있게 휘어서 유연한 곡면을 이룬 지붕면의 세련미 같은.
한 장 한 장 빚어 가마에서 구운 기와 질감이 지붕의 기품을 완성하는 것 같은.
이런 건축 요소들을 한데 모아, 거대한 지붕의 위압감을 덜고 사뿐하게 만든 솜씨에 그 아름다움의 비밀이 있다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