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녁주 Jul 05. 2020

따뜻하게 데울 수 있다면

"형, 여기 또 스크래치 있어요."

"여기 불려야 해."

"이건 어떻게 하면 돼요?"


업무 중 가장 많이 하는 말들이다.


여름의 더위에 못 이겨 부쩍 예민해진 내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감이 끝난 가구에 난 작은 상처들이다. 내 업무 중 하나는 모든 가구를 상처 없이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기에 나는 가구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가장 참기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은 가구를 배송하기 직전에 상처나 손자국을 발견할 때이다.


그럴 때, 그 동안 쌓아온 시간과 마음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상처들은

때론 오일을 바르기 전에,

때론 마감이 끝난 후에, 

때론 포장하기 바로 직전에 발견된다.


보이는 부분의 상처는 가구의 퀄리티를 좌우하기 때문에 크기와 상관없이 작업자에게 굉장한 스트레스를 준다.


가구에 생기는 상처는 대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스크래치가 생긴 경우, 나머지는 패이거나 찍힌 경우이다. 이 두 가지의 해결방법이 다른데, 스크래치는 샌딩기를 이용해 지우고, 패이거나 찍힌 상처는 뜨거운 물에 푸욱 적신 휴지를 서너 시간 붙이고 가만히 두거나, 오일을 바른  그 위를 샌딩 페이퍼로 수십 차례 훑어준다.


그중에서도

휴지를 떼어내는 순간에는 좋아하는 사람의 말풍선 숫자가 사라지길 기다릴 때처럼 가슴이 요동친다. 


두근 두근

잘 아물었을까.


패인 상처가 잘 올라온 경우엔 새로이 오일을 입혀 새것처럼 만들어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다시 뜨거운 물로 적셔 흠뻑 불려준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가구에 난 대부분의 상처들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말끔히 지워진다.


사람과 나무는 닮은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에겐 주름살이, 나무에는 나이테가 늘어간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의 개성이 있듯, 하늘 아래 같은 결의 나무는 없다.


사람의 마음도 나무처럼 치유될 수 있을까?


가장 마음에 와닿는 건, 나무의 상처를 말끔히 지울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이다.


마음에 난 상처를 샌딩기로 완전히 지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상처로부터 자유로웠을 것이다.


찍힌 상처나 패인 상처를 따뜻한 물로 불리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따뜻한 말 한마디, 배려가 담긴 행동, 애정 가득한 눈빛,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건 다른 사람의 사소하지만 따뜻한 마음이다. 

상처가 난 부위에 사랑하는 이들의 적당한 말과 마음이 차곡차곡 쌓이면, 상처는 이내 아물게 된다.


사람이란 참 재미있는 동물이다. 자기 자신이 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동물이면서, 홀로는 이겨내기 어려운 순간에 자주 부딪힌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주기도 한다. 

내가 하는 말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안다. 그러므로 아끼고 아껴 소중히 간직해두어 내 마음을 소중히 간직해 두었다가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오롯이 전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톱의 무게만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