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by 성성이

“언니 괜찮아? 몸 많이 안 좋아?”

“괜찮아, 별거 아니야. 그냥 배가 좀 아파서 그래. 나 먼저 들어가 볼게. 다들 재밌게 놀아.”

“알았어. 언니 가서 푹 쉬어! 다음 달에 또 만나!”

식당을 나온 나는 난간을 잡고 계단에 앉았다. 아까 먹은 볼살이 위 속에서 열심히 소화되고 있겠지. 야들야들했던 수육, 지방과 살코기가 일품이던 뒷다리 찜도 몸의 영양분이 되어 내 몸을 구성하겠지. 두꺼운 문틈 사이로 개고기 냄새와 사람들의 함성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퍽 퍽 퍽. 두 남자는 여전히 개를 패고 있었다. 지금도 전 세계 수천, 수만의 가게에서 수억 마리의 개가 두둘겨 맞고, 칼로 배가 갈리고, 뜨거운 불판에 제 온몸이 구워지겠지.

자리에서 일어나 황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골목길 사이로 뛰어 들어가 전봇대를 잡고 몸을 급하게 숙였다. 우에에엑. 위에서 소화되던 개고기가 쏟아져 나왔다. 우에에엑.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토했다. 위가 모두 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두 쏟아냈다. 골목을 빠져나와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까 봤던 개고기 삼겹집 남자들은 여전히 저마다의 화려한 역사를 늘어놓고 있었고 불어난 초록 병 개수만큼 얼굴은 한층 더 불콰해져 있었다. 남자들은 열심히 그리고 신중히 삼겹을 굽고 있었다. 혹여 고기가 탈까, 혹여 소중한 육즙이 날아가지는 않을까. 그러나 집중하는 와중에도 빈 잔이 보이면 쉬지 않고 소주를 들이부었다. 그 손목엔 빈 잔을 용납할 수 없다는 강한 신념이 깃들어 있었다. 이윽고 삼겹이 갈색빛을 띄며 잘 구워질 때면 한껏 기쁨에 상기된 얼굴로 소주잔을 힘차게 들었다. 수많은 시체를 짓밟으며 깃발을 높이든 잔 다르크처럼 힘차고 당당하게. ‘짠’.

집으로 가는 길 다 쏟아낸 탓인지 몸에 힘이 없었다. 고개를 한껏 숙이고 땅바닥을 보며 걸었다. ‘돼지 식용을 중지하라.’, ‘돼지 잡는 선진국, 대한민국.’ 시위 현장에서 사용한 듯한 수많은 현수막과 전단지, 하드보드지가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었다. 발목에 힘을 주었다.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현수막을 발로 짓이겼다. 두 발을 이용해 불쌍하게 묘사된 돼지 현수막을 찢어버렸다. 발에 통증이 밀려왔다. 한 발씩 힘차게 걷다 보니 어느새 오피스텔 앞에 도착했다. 고개를 들어 집을 쳐다보니 어느새 석양의 노란 빛이 오피스텔 창을 물들였다. 입구로 들어가는 길, 경비 아저씨한테 인사를 건넸다. ‘크흠’. 헛기침을 뒤로하고 계단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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