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식당

-고사용 돼지가 웃고 있는 이유를 아는가

by 성성이

“미정 언니! 어디까지 가! 여기야 여기!”

지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돼사모와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미안’. 작은 목소리로 사과했고 회색 돌계단을 올라 2층 식당으로 향했다.

“아, 자리가 있으려나 모르겠네.”

“벌써? 아직 6시도 안 됐는데 자리가 없어?”

“여기 진짜 맛집이라 없을 수도 있어. 유명 유튜버랑 연예인들도 다녀간 맛집이래.”

“진짜? 아 제발 있으면 좋겠다.”

읍. ‘퍽퍽퍽. 후루룩.’ 정체 모를 소리부터 고춧가루와 마늘의 매콤한 내음, 개고기의 진한 육향까지. 벌집에서 수천 마리의 벌이 한꺼번에 튀어나오는 것처럼 온갖 냄새가 쏟아져 나왔다. 식당은 굉장히 넓었다. 100평은 넘을 정도로 넓은 식당엔 보라색 유니폼을 입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7명의 아주머니들, 30개도 넘어 보이는 테이블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개미 떼처럼 공간을 꽉 채우고 있었다. 식당은 가운데 쭉 뻗은 회색 복도를 기준으로 왼쪽, 오른쪽에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오래된 식당이라 그런지 테이블은 전부 나무 형태를 띤 장판 위 좌식 형태로 놓여 있었다.

“여섯 분? 딱 한 자리 남았네! 저~기 저쪽으로 가서 앉으세요.”

바로 옆 아줌마 아저씨 테이블은 다양한 요리들로 푸짐하게 채워져 있었다. 가운데 센 불 위에서 펄펄 끓고 있는 빨간 개고기탕, 살이 잔뜩 붙어있는 등뼈를 통째로 찐 등뼈찜, 숙주와 파 양파를 곁들여 간장에 달달 볶은 개고기 볶음까지. 식당에 에어컨과 선풍기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지만, 더운 날씨 탓에 그들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잠시를 쉬지 않고 먹고, 물어뜯고 있었다. 국자로 그릇 가득 국을 펐고, 커다란 개의 야들야들한 등뼈를 통째로 잡아 뜯고, 곳곳에 붙어있는 살을 혀로 샅샅이 발라 먹었다. 한 아줌마는 목에 수건을 두른 채, 뺨을 타고 흐르는 땀을 열심히 닦으며 먹었다. ‘크’. 중간중간 소주를 마시는 것도 절대 잊지 않았다.

“야 저기 봐봐. 저게 이 식당 특징이야. 진짜 맛있을 수 밖에 없겠지.”

“와 뭐야? 저거 개야?”

끊임없이 들려오던 알 수 없던 소리의 정체가 바로 저기 있었다.

“정답! 이 식당은 직접 손질한 개만 사용한다는 게 맛의 비결이랄까? 저기 개 걸려있는 거 보이지? 저 안에서 남성 두 분이 커다란 몽둥이로 계속 때리더라고.”

“미정 언니 어때? 진짜 맛있겠지!”

“맛있겠다.”

이곳은 커다란 전쟁터처럼 보였다. 끝없이 밀려드는 주문 속 주방은 물론이고 서빙 하는 아주머니들, 특히 커다랗고 차가워 보이는 유리 속 고기를 때리는 남자들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남자 둘은 커다란 쇠갈고리에 걸려 공중에 떠 있는 개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섰다. 개는 털을 모두 뽑힌 채 빨간 가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은 눈빛으로 신호를 주고받고는 몽둥이질을 시작했다. 왼쪽 남자가 먼저 퍽, 오른쪽 남자가 그다음으로 퍽. 두 남자의 모습은 바짝 오른 열기에 힘입어 시위 맨 앞에서 커다란 북을 열심히 치며 소리지르는 시위대장의 모습처럼 강한 열의가 느껴졌다. 퍽 퍽 퍽 퍽… 그들은 오로지 개를 때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한 길만 50년 이상 걸어온 일본의 장인처럼 땀이 흘러 눈을 찌르는지도 모른 채 힘차게 매질을 해댔다. 때리고 때리고 또 때렸다. 쉴 틈 없이 개를 몰아쳤다. 마침내 퍽으로 식당이 가득 차자, 그들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 꽃이 피어났다.

“야야 빨리 시키자! 맛있는 걸로 시켜봐! 빨리!”

“급하기는! 이모님 여기 주문할게요.”

“네! 어떤 걸로 드릴까?”

“여기 수육 하나랑 뒷다리 찜 하나 그리고 차미정으로 예약한 거 부탁드릴게요.”

오른쪽 테이블에는 아이 셋과 그들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 셋이 밥을 먹고 있었다. 아이들은 5~6살 정도로 보였고 엄마들도 어려 보였다. 테이블 위 빈 소주 너덧 병이 그들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나이가 제일 많아 보이는 여자는 취기가 올랐는지 얼굴이 잔뜩 불콰해졌다. ‘야 요즘 남편이랑 어떠냐?’, ‘뭐가?’, ‘뭘 뭐야 이거 말이야! 이거.’ 그녀는 한쪽 손을 보자기로 쭉 펴고, 다른 쪽 손은 주먹을 쥔 채 두 손을 여러 번 부딪혔다. ‘아이참, 애들 있는데 그런 걸 물어봐.’, ‘아이 뭐 어때~ 솔직히 말해봐.’, ‘우리 남편 요즘 운동하잖아. 세.번.씩. 한다.’ 가장 어려 보이는 여자는 부끄러운지 몸을 꼬면서도 환하게 웃었다. ‘아 부러워. 우리 남편은 어후 말도 말아라. 세우는 건 한참인데 죽는 건 뭐 이리 빨리 죽는지.’, ‘술이나 먹자.’ 하하하. 세 여자는 식당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웃었다. 소주 한잔을 마시며 입에 쉬지 않고 개고기를 넣었다. 그들의 입은 언제나 가득했고, 배는 점점 불러갔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커져만 갔다. 하하하. 퍽퍽퍽. 식당은 빈틈이 없어졌다. 아이들은 양손에 제 얼굴보다 큰 갈비뼈를 손에 잡고 신나게 먹고 있었다. 그 작은 입과 이빨로 열심히 물고, 뜯어가며 한 점도 남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우리 우진이 맛있어?’, ‘너무너무 맛있어!’

“잠시만요. 음식 올릴게. 자리 좀 만들어 주세요.”

“네 일로 주세요. 일로.”

“자 여기 우리 집에서 제일 잘 나가는 수육! 내가 먹어봐도 진짜 야들야들해.”

“하하하! 아주머니도 참.”

“자 그리고 한 달도 전에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우리 가게 대표 메뉴!”

“미정 언니, 미정 언니! 이거 좀 봐봐!”

코코. 집에 있는 코코 생각이 났다. 집에 코코를 들인 후 나는 많은 것을 포기했다. 인간관계에 벽을 세웠고, 사랑을 포기했고, 나를 억눌렀다. 혹시라도 우리 집에 오면 안 되냐고 물어볼까봐, 자취하니까 너네 집가서 섹스하자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일까봐, 혹시라도 그런 작은 상실에 무너져 내릴까봐…

나는 한 없이 작아져 갔는데 코코는 하루가 다르게 커졌다. 동글한 찹쌀떡에 눈코입만 달려있던 조그만 녀석이 어느새 학교 앞에서 팔던 몽실한 솜사탕처럼 불어버렸다. 다리에 힘이 생겼고 대소변도 가릴 줄 알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입을 벌릴 때는 빛에 반사된 예쁜 눈으로 환하게 웃을 때, 그리고 아는지 모르는지 개살이 잔뜩 들어간 사료를 실컷 먹을 때 뿐이었다. 넘치는 체력에 산책이 하고 싶을 텐데 코코는 지금까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보면 안기고 꼬리를 흔들었다. 배고 고프면 달려와 다리를 긁고 안아 달라고 칭얼댔다. 그럴 때면 표지에 귀여운 미니미 돼지가 커다랗게 그려져 있는 사료를 그릇 가득 부어준다. 개의 뼈와 살을 잔뜩 넣고 간 사료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득 부어준다. 혹여 목이 막힐까 물을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릇이 넘치도록 물을 따라준다.

“어어 뭔데 그래? 흡…”

“우리 모임과 미정 언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개 머리찜! 진짜 어렵게 예약했다고!”

“야 김수진! 너 진짜 감동이다. 이 미친년 언제 이런 깜찍한 짓을?”

“미정 언니 요즘 힘들어 보이길래… 미정 언니 빨리 먹어봐! 이게 그렇게 맛있대!”

아줌마가 내려놓은 흰 접시에는 커다란 개 머리가 놓여있었다. 1년간 돼사모 활동하며 많이 먹었던 개고기지만 머리는 처음이었다. 개는 머리가 크고 주둥이가 길쭉했으며 귀는 차분하게 내려와 있는 잘생긴 개였다. 개는 눈알이 파여 움푹 들어갔는데도 웃고 있었다. 시선을 내려 툭 튀어나온 주둥이를 살펴봐도 역시나 웃고 있었다. 개는 죽는 게 좋았던 걸까. ‘자 여기 우리 가게 대표 메뉴!’ 뒤 테이블에서 같은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같은 개 머리. 그 개도 웃고 있었다. 산채로 커다란 몽둥이에 피가 흘리도록 맞으면서도, 날카롭고 차가운 금속이 제 몸을 파고들어 생명을 앗아가는 순간에도 개는 뭐가 그렇게 좋았던 걸까.

“언니 안 먹어?”
“먹어야지.”

젓가락을 들었다. 지수, 수진, 시은, 채원, 민경 그리고 눈앞의 개. 모든 시선이 날 향하고

있었다. 식당 아줌마들, 식당을 꽉 채운 모두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눈, 눈, 눈, 눈… 눈에 파묻힌 채 내 시선은 개 머리로 향했다. 각자의 머리에 달린 수천의 눈은 내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았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 파르르 움직이는 입술, 나는 표정을 죽였다. 들키지 않으려 더욱더 나를 죽였다. 집에 있는 코코를 위해서.

내 젓가락은 코를 지나 ‘아 코가 별민데.’, 주둥이를 지나 ‘주둥이 옆 살이 진짜 맛있지.’, 눈 아래 볼살에 도달했다. ‘크 뭘 좀 아네.’ 손가락에 힘을 주어 젓가락을 벌렸고, 찜기의 뜨거운 열에 녹아내린 부드러운 살을 마침내 퍼냈다. ‘꿀꺽.’ 침 넘기는 소리. 젓가락을 입 쪽으로 돌려 천천히 가져왔다. 눈알 굴러가는 소리. 입을 벌려 볼살을 입에 넣었다. 개고기가 입안에서 찢어지며 퍼졌고, 즙이 흘러나왔다. 개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입안 가득 퍼졌다. 티 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씹고 즙과 고기를 내장으로 넘겼다.

“언니 어때?”

“맛있어.”
나는 열심히 개를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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