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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s Jan 26. 2023

간헐적 단식

Episode 1.

한창때 보다 10kg 이상 몸무게가 불었다.

물론 근육량도 늘긴 늘었지만 무분별한 먹음새로 살이 많이 따라붙은 것은 맞다. 무릎 수술 이후 주 3회 이상 꾸준히 축구하던 것도 못하게 됐으니 확실히 몸이 불었다.

한 5kg 정도. 근육을 유지한 채 빼기로 마음먹었다.


정도라 하는 모호함은 마귀가 붙은 것이 아니라, 내게 다이어트는 하나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살이 빠지는 루틴을 만들어 지속하면 처음에는 효과가 없거나 미비해도 어느 순간 가속도가 붙어 순식간에 살이 빠져버리고 힘도  든다. 나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기에 목표치만큼 빼고도 순식간에 요요로 볼품없는 몸이 돼버리기 십상이다 보니 루틴을 만드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한창 살을 뺐을 때는 간헐적 단식을 철저히 지켰다. 16시간 공복을 꼭 유지했으며 그 안에 2끼 중 한 끼는 다이어트 식사로 했다. 그리고 잠을 많이 자면서 이 공복 시간을 유지했다. 운동은 해도 무게는 많이 치지 않고 오히려 구기 종목을 자주 했다. 공에 정신이 팔려 몸을 막 움직이고 나면 느끼는 것보다 몸을 더 많이 움직이게 됐고 꽤 오래 몸이 힘들긴 했지만 잠과 식사 시간에 자유가 주어진다. 그렇게 루틴화가 되면 익숙하게 지내는데 살은 쭉 빠져있다. 이 때는 약간 피골이 상접한 형태로 빠졌다.


이번에 전쟁터로 돌아가기에 앞선 나와의 첫 사투.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첫 번째로 다시 간헐적 단식에 도전하기로 한다. 

단식은 여러모로 아주 좋은 것 같다. 당연히 여러 가설과 이론들이 있지만 단식의 좋은 효능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우선 인슐린 감도를 향상해 준다는 점, 신진대사를 가속화해 지방연소 호르몬을 증가시킨다는 점, 심혈관 상태도 개선시켜 준다는 점등 인터넷만 쳐도 금방 좋은 효능들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현대인들에게, 우리는 너무 많은 먹거리들이 주변에 있다. 그런 만큼, 에너지는 쌓이고 쌓여 해소되지 못하기도 하며 좋지 않은 음식들이 몸에 과도하게 쌓여 몸을 더 게으르게 하고 가짜 배고픔을 불러일으켜 계속 또 먹고 먹게 한다. 실제로 사람은 선사시대 때부터 에너지를 축적하고 필요할 때 사용하게 끔 만들어져 왔기 때문에 며칠 굶는다고 절대 죽지 않는다. 오히려 혈관과 각종 호르몬들이 더 정신 차리고 제 작용을 하고 축적된 에너지를 쓰고 또 갈망하는 과정에서 건강한 몸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단지 몸만 굶주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음식에 취해있는 뇌를 맑게 해 준다.

종교적 깨달음이나 중요한 배움을 하기에 앞서 단식기도, 단식 등을 하는 것은 단순 제사 혹은 희생의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뇌를 맑게 해, 그들이 찾는 진리 혹은 영적 소통을 하는 데 있어 장애물들을 치워주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단식을 하면서 수많은 좋은 점들이 있다고 나열된 있지만 내가 느낀 바 실제로 좋다. 다만 처음 며칠이 너무 어려워서 그렇지.


전과는 조금은 방법을 수정해서 더 오래, 더 건강한 모습으로 형태를 만들 수 있게 루틴을 수정했다.

주 4일 이상을 16시간 단식, 주 1회는 18시간 단식을 지킨다. 나머지 2일도 최소 12시간에서 14시간 단식은 지킨다. 그렇게 단식을 하기 시작했고 처음엔 이틀 만에 실패했다.

오랜만에 하려니 밤에 도저히 배가 곪아 잠이 안 왔다. 밥 먹는 시간을 11시에서 7시, 1시에서 9시로 옮기면서 자는 시간과 가까이 둬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며 실패와 성공을 거듭해 가며 루틴화 하려 애썼다.

역시나 핑계 마귀는 따라붙었다.

‘이제 나이가 있어서 어려워, 일단 먹고 내일 다시 해.’ ‘밥은 조금씩 여러 번 먹으면 되잖아.’ ‘몸에 계속 조금씩 영양분을 넣어줘야 근육도 더 잘 자라.’등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핑계마귀는 계속해서 나 자신과의 약속을 건드린다. 얼굴을 뭉게 버린다.


처음 간헐적 단식을 하기로 한지 현재까지 2달가량.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물론 어쩌다 약속이나 행사 등으로 못 지키는 날도 더러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루틴이 익숙해졌고 편해졌다. 이젠 관성이 이 루틴으로 생겼다. 살이 극적으로 빠지고 있진 않지만 분명히 가벼워지고 있고 한동안은 첫끼 식사 할 때 폭식하는 경향도 있었지만 이젠 한 끼 한 끼 적당량을 찾아가며 보통 1시경에 첫 끼, 7시경에 마지막 끼니를 채우며 그 외 시간엔 칼로리 있는 어느 것도 먹지 않는다. 그리고 더불어 커피도 끊었다.

나는 느닷없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만큼 커피도 좋아했지만 매일 습관처럼 먹고 운동 전 의지하는 것에 대해 바꾸고 싶었다. 지금은 커피를 온전히 끊고 오전에 얼그레이 한잔과 저녁 자기 전 페퍼민트 혹은 꽃잎 차 한잔을 마시며 건강한 루틴을 만들어 이어가고 있다.


몸뿐 아니라 머리까지 가벼워지고 건강해지는 느낌이라 너무 좋다. 음식과 함께 밀려들어오던 기름진 온갖 잡념들이 많이 걷어지고 온전히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루틴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얼마 전부터, 공복 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전에는 운동 전 무언가를 먹어야 운동 능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강박이 나를 가둬놨는데 실제로 우리 몸이란 것이 먹는다고 바로 에너지로 바꾸지도 않을뿐더러 직접 해보니 충분히 가능했다.


그렇게 간헐적 단식이라는 루틴을 시작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하며 개인적인 사투들을 치르고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승기를 꽂은 것 같다. 이 승기를 쥐고 계속 나아간다면 보상으로 체중감량과 득근이란 보물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싸움. 아침 사수 전으로 들어갔다.


Ego And Self (2023,midjourney b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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