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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s Mar 28. 2023

북위 37도

없는 소설 part.1

재앙과 절규의 해가 지나가고 있었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공포와 트라우마에 그리고 죽은 자들의 비명의 흔적과 남겨진 자들의 충격이 도시 곳곳에 가득 차 흐르고 있었다.


그에 반해 어떤 사람들은 마치 준비라도 하고 있던 것 마냥, 빠르게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 건물과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

어찌나 빠른 속도로 재건축들이 시작되는지 순식간에 아파트와 건물 건축을 위한 펜스들이 시야에 가득차기 시작했다. 그들은 ‘여러분의 아픔을 서둘러 치유하겠습니다.’ ‘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모두 힘을 합쳐 질서 있게  좋은 도시로,저희가 앞장서겠습니다.’ ‘힘내십시오.’ 등의 각양각색의 응원과 재건축을 정당화하는 플랜카드를 여기저기 걸어대며 순식간에  많은 콘크리트로 폐허를 채워갔다.

불과 이주일도 안 돼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위에 올라 절규 위에 올라서가는 거대한 콘크리트들을 바라보며 주헌은 심각한 표정에 잠겨있었다. 그리고 근심 가득한 얼굴로 산을 내려왔다.

천천히 차에 올라타 집으로 가려는 순간, 한 여자가 그의 차를 막아섰다. 단발머리에 하얀 피부를 가진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여자가 꽤제제한 상태로 두려움에 떨며 반쯤 흥분한 상태로 그에게 따지듯 물었다.


“이제 어떡할 거예요?”

“뭘 어떻게”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나도 모르지”


“그날 알고 있었죠?”

“뭘”


“지진 온 날, 바닥에 크게 뚫린 싱크홀이랑, 거기 불이랑 다 봤죠 아저씨. 그때도 저기서 보고 있었잖아요.”

“비켜주겠니.”


“아저씨, 신고할 거예요”

“그래”


주헌은 그녀를 무시하고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시동을 걸었다. 그녀는 꿈쩍 않고 울먹이며 차를 막아서고 있었다.

시동이 켜지고 주헌은 그녀를 향해 클랙슨을 크게 눌렀다.


“저는 가족을 다 잃었어요!”

그녀는 결국 눈에 차 있던 눈물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찌나 눈물 줄기가 거세던지, 얼굴에 묻은 검은 자국들을 그대로 씻으며 떨어졌다.


주헌은  동안 울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실  정지가 왔다는 표현이  맞는 듯싶다. 멍하니 정지되어 있었다.

그는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울음은  거세져갔다. 주헌 또한 어쩔  몰라하다 조심히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어색하게 다독였다.


“음.. 일단.. 타, 내려가자..”


주헌은 그녀를 조금씩 끌어당기며 조수석 쪽에 앉혔다.

그리고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와 차를 몰았다.


차에는 통곡의 호흡과 어색함의 호흡이 서로 뒤엉켜 있었고 주헌의 신경은 온통 앞이 아닌 옆에 쏠려 있었다.

그녀의 울음소리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주헌이 어렵게 입을 뗐다.


“.. 밥은 먹었니?”


그녀는 목안에 올라오는 울음을 꾸역꾸역 참으며 대답했다.


“배, 고파요”


주헌은 그제야  시름 놨다고 생각했다. 주헌이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어하는 상대는 우는 여자였다.


그는 차 뒷자리 밑에 손을 어렵게 넣어 무언가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삼다수 500 미리’


그녀는 그 물을 받자마자 뚜껑을 따더니 벌컥벌컥 마셨다.

물을 한창 마시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던 그녀는 이제야 진정이 되었는지 잠시 멍하니 앞 창문을 바라보았다.

주헌도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 되었나 보다 하고 안심하고 있었다.

통곡과 어색함의 호흡들이 싹 사라지고 차 안은 멍한 진공상태가 되어있었다.


“오랜만에 오네요.”


그녀가 입을 뗐다. 멍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며 입만 움직여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가”

“미리 알고서 계속 보고 있던 거죠”


“너 뭐 좋아하니, 내려가면 밥 사 줄 테니 먹고 어여 가라”

“갈 데가 없어요.”


그녀의 말에 주헌은 찌릿했다. 빨리 보내려다 그녀가 던진 말에 달린 갈고리에 걸린 것처럼 찝혀 아팠고 계속 메이게 되었다.

그녀와 같은 사람들은 무척 많았다. TV 틀면 온갖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절망과 절규, 통곡, 원망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남겨진 사람들은  모든 것들을 감당해야 했다.

거기에 공포와 기억은 치명적으로 그들을 괴롭게 했다. 살아있는 것은 고통과도 같았다.

그래서 주헌은  동안  산에 오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분명,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닥치니 결코 쉽지 않았다.

도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혼자, 나름의 두려움과 참혹한 현실을 피해있었다. 그가 다시 나온 이유는, 그저 그가 해야 할 일들 때문이었다.


“이름이 뭐니”

“엄마가 참 미웠는데”


그녀는 잠시 정적을 두다 말했다.


“그 미운 짓들이 엄청 보고 싶네요”


주헌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가 멀찍이 떨어지려 애썼던 절망을 직접 보니 도저히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었다.


“아저씨는 주위에 죽은 사람 없어요?”

그녀는 다소 직설적으로 물어봤다.


“있겠지.”

그런 직설에 주헌은 애매하게 답을 한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그냥 뒀어요?”

그녀가 강하게 쏘아붙였다.


“안 믿으니까. 2주전의 너처럼”

주헌 말에 그녀는 멈칫했다.


주헌은 다시 천천히 말을 이어간다.

“아는 것과 믿는 것. 믿는다는 말과 진짜 믿는 건 천지 차이야. 그리고 믿음이란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란다.”

주헌 말에 그녀는   먹은 듯했다.


이제 시작이야. 너가  거랑 겪은 것들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야. 내가 말해줘도 어차피 너는  믿어. 너가 스스로 찾아서 믿어야 

  없는 주헌 말이 이상하고 희미하게 그녀에게 와닿았다. 그리고 그녀는 무언가에 홀린  다시 멍하게 말을 꺼냈다.


“그 땅 밑에서 뭐가 올라오는 걸 느꼈어요.”


정신없이 달리던 차가 끼익 소리와 함께 멈췄다.


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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