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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더 Jun 11. 2020

데이터라는 재화가 중요한 이유

아는 것은 더 이상 힘이 아니라 돈이다.

필자는 블록체인 업계에 있는 사람이지만 블록체인이 우리에게 준 효용은 매우 한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블록체인 이전과 이후가 크게 변화했다고 느끼기가 힘들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우리에게 준 교훈과 가르침은 상당히 많다. 누군가는 주식을 한 번도 안 해봤지만, 암호화폐 투자를 통해서 ‘자본소득’이라는 개념을 몸소 체험해보고 자본소득에 대한 매력을 느끼거나 노동소득의 안정성을 깨달았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국가가 화폐를 독점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가지거나, 화폐라는 것이 재화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필자는 블록체인이 우리 사회에 준 효용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던져준 교훈은 상당히 크다고 보고 있다. 필자의 주관이지만, 블록체인이 우리에게 준 교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가 가치 있는 재화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이전의 데이터를 생각해보자. 물론, 정보가 가지는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영국의 저명한 철학자인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아는 것이 곧 힘이다.”라고 이야기했고, 우리는 꽤 오래전부터 정보를 사고팔았다. 활자의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서 책을 자유롭게 인쇄하여 판매하고, 인류는 번영했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들은 일반적이진 않다. 지금도 책은 나오지만, 아무나 책의 저자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필자가 말하는 데이터는 이러한 것들이 아니다.


그렇다면 필자가 말하는 데이터는 무얼까. 바로 인터넷에서 우리가 취하는 모든 행동들을 이야기한다. 좋든 싫든 간에 우리는 인터넷에서도 행동하고, 활동한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들은 다 기록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인터넷에 등록하는 기록들도 있다. 이름, 주민등록번호, 성별, 주소, 본적지, 전화번호, 생년월일, 출생지, 이메일 주소, 가족관계, 얼굴, 지문, 홍채, 음성, 키, 몸무게, 학력, 성적, 건강상태, 진료기록, 검색기록, 구매기록, 종교, 정당, 잡지 구독 정보, 소득, 계좌번호, 재산내역, 신용평가정보, 신용카드 사용내역, 위치, 통화기록 등이 바로 그런 기록들이다.


물론 필자도 위에서 언급한 정보들을 입력한 경험이 있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정보들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이 얼마나 돈이 되는지도 말이다.


한때 페이스북을 열심히 사용하면서 “도대체 페이스북은 어떻게 돈을 벌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의 나에겐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서 돈을 가져와서 페이스북 서버 비용을 감당하는지 궁금했다. 어떻게 돈을 버는지 몰라서 언젠가 파산을 당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어차피 내가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기에 어찌 되었든 잘만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SNS를 표방하지만 결국 데이터 은행으로써 데이터를 필요로하는 회사에 제공해주고 이에 대한 커미션을 받아 가는 회사였다.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출처: VENTUREBEAT

페이스북은 유저들의 데이터를 사용하고 파악하여 타깃 광고를 만들어내고, 이런 모델을 통해서 수십조 원에 달하는 수익을 만들어내는 회사다. 데이터를 판매하는 회사인 것이다. 사실 페이스북의 본질은 여기에 있었다.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을 알고 나서, 필자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물론 데이터는 중요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중요성이란, ‘돈이 되는 성질’을 이야기한다. 데이터는 정말로 돈이 된다는 것을 페이스북을 통해 깨달았다.


그리고 블록체인을 공부하면서 이러한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선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하였다. 권리는 반드시 이득으로 이어진다. 인류에게 재산권이 허용되자 더 많은 재산을 얻기 위해서 온갖 혁신이 일어났던 것처럼, 데이터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면 더 많고 양질의 데이터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한 데이터를 만들어서 판매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데이터에 대한 가치를 자각하면, 정말로 재미있는 시장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엔 특정 업체들의 편의를 위해서 업체마다 필요한 데이터들을 묶어서 판매하는 상품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데이터를 가져올 땐 데이터의 주인에게 동의를 받고 수익을 셰어하는 구조도 같이 생겨날 것이다.


아는 것은 더 이상 힘이 아니라 돈이다. 물론 블록체인이 완벽하게 그런 데이터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을지엔 많은 의문이 있다. 하지만, 최소한 데이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 것만으로도 분명히 큰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행동이 인터넷에 기록될 것이다. AR과 VR이 상용화되면 더욱더 그 범위는 광범위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데이터가 차지하는 중요성의 범위도 더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데이터는 가치가 있다. 데이터란 재화를 가지고 사업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본 콘텐츠는 블록체인 인사이트 미디어 '노더'에 기고된 글입니다.

https://noder.foundation/data-import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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