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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Oct 21. 2023

부끄러운 시선, 분리수거

한국은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가 되었고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을 정도로 경제와 문화의 1번지로 자리매김 되었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 된 IT 천국이라 누구의 도움 없이도 쉽게 여행할 수 있고 유럽이나 그 어떤 나라에 비해 치안이 안전한 나라인 데다 다양한 먹거리는 또 어떤가?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맛을 즐길 수 있고 땅은 작지만, 곳곳에 남겨진 역사적 배경과 함께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세계 최고라 자부할 수 있는 나라다.     


이렇게 단기간 여행지로는 최고라 여길 수 있는 꺼리가 많지만, 장기간 여행객이나 외국인에게는 불편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음식물 처리에서부터 철저하게 분리해야 하는 재활용품은 이들에게 어려운 숙제로 생각된다. 한국은 오랫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정부의 동참을 호소하는 많은 정책과 정부로부터 받은 적극적인 지원을 활용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이제는 모두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한국을 처음으로 간 여행객들이나 한국을 자주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분리수거란 귀찮고 번거롭고 까다롭기 그지없는 꽤 어려운 관문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미국처럼 마구잡이로 버리던 습성이 있는 사람들은 일단 음식이 집에 남아 있으면 큰일 난다. 음식 분쇄기가 없으니 음식쓰레기 봉투에 따로 담아 따로 지정된 장소에 버려야 한다. 온갖 종류의 생활용품 쓰레기는 재활용할 수 있게 철저하게 일일이 확인하며 분리하고 각자의 이름에 맞는 함에 넣어야 성공한다. 패트병에 붙은 라벨도 떼 내야 하고 플라스틱 통도 깨끗이 세척 후 말려서 버려야 한다. 설마 그런 음지에까지 감시 카메라 있다는 걸 아는 이도 많지는 않을 듯하다.     


길거리 음식을 먹다가도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없어서 당황한 적이 많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 어디 시골 어디를 가도 길이 정말 깨끗한 이유 또한 쓰레기통이 없다는 것이다. 쓰레기통이 없으면 오히려 더 지저분해질 일인데 결코, 그렇지 않다. 워낙 시민의식이 높은 한국 사람들은 쓰레기를 각자가 해결해야 함을 알고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미국은 어떤가? 뉴욕이나 엘에이 같은 대도시일수록 쓰레기는 차고 넘쳐 길거리 곳곳에 버려져 있다.      


미국의 분리수거 비율을 보면 한국의 10%나 따라가려나 싶게 아주 형편없는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한국처럼 정부 차원에서 지원과 홍보에 최선을 다하며 정확한 매뉴얼을 주면 그나마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시도조차 아주 미흡하다. 분리 수거함을 아파트나 콘도는 제외된 타운 하우스나 싱글 하우스에는 배분되었지만, 강제 조항이 아니다 보니 이게 과연 제대로 분리수거가 되는 것일까 라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개개인의 집도 문제지만 공공장소는 아예 분리수거라는 개념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일회용 배출이 심한 푸드코트에서 벌어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패스트 음식을 포장한 각종 플라스틱 용기와 종이, 포크, 컵, 각종 소스 같은 것들을 포장한 비닐 등 쓰레기의 양은 쟁반 가득 차고도 넘친다. 누구 하나 제재하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일말의 의심이나 죄책감 없이 몽땅 한 곳에 가져다 부어 버린다.     


한국에서 미국에 온 여행객들은 한국으로 여행을 가는 여행객과는 반대로 어떻게 버려야 할지 대략 난감해할 따름이다. '저 많은 걸 한꺼번에 그냥 휴지통에 쏟아붓는다고?' 하지만 쉬운 길은 어찌 그리 빠르게 받아들이는지 한국에 가면 귀찮고 까다로운 일상이 미국의 생활은 금방 적응되어 누구나 아주 마구 버리는 습성으로 바뀐다. 타인에게 배려와 메너를 강조하는 나라이고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기부를 중시하는 나라인데, 그래서 돈 많은 재벌을 적대시하지 못하는 나라인데 정작 지구를 살리는 아주 작은 실천인 분리수거는 동참하고 있지 않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어있는 이유가 하나 있다. 일단 모든 국민에게 쓰레기를 분리해야 한다는 홍보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교육의 수준을 고려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과 인종 그리고 생활 수준을 차별 없이 균등하고 일정하게 홍보해야만 하는데 인력과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한다. 미국의 교육 수준은 천차 만별이다. 한국처럼 자기의 언어를 읽고 쓰는 수준을 미국에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저 서로 대화만 될 뿐 문맹률은 20%를 상회하고 미국 성인 50%는 중학교 2학년 수준이라는 통계가 말해준다.      


미국이 좋은 이유로 무엇이든 마구 버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순간적으로는 간단하고 쉬울지 모르나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그마한 단체에서 환경을 위한 메시지로 미국 전체의 의식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정부에서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환경을 구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고 그 첫 삽이 바로 한국처럼 철저한 분리수거를 생활화하게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어야 한다. 귀찮고 힘든 숙제를 일상으로 이끌어 낸 한국이 대단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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