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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희수 Nov 05. 2020

내 자리 10

나도 사람들의 말을 두려워한다

<사람들의 말을 나는 두려워한다>  릴케


사람들은 모든 것을 너무 명확하게 말한다.

이것은 개, 저것은 집,

여기가 시작이고, 저기가 끝이다.


장난을 일삼는 그들의 감각이 나를 불안케 한다.

지나간 일, 다가올 일을 그들은 모두 알고 있다.

어떠한 산도 이제는 신비하지 않고

하느님 바로 옆에 정원이나 재산을 놓는다.



내가 늘 당부하는 것은 '떨어져 있어라'이다.

나는 사물들이 노래하는 것을 들으면 즐겁다.

그러나 너희가 닿으면, 사물은 굳어지고 입을 다문다.

너희는 사물을 모두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고 만다.




나도 사람들의 말을 두려워한다.

사람들은 많은 것을 너무 뻔뻔하게 말한다.

우리가 진리라고 여겼던 많은 것들,

전문가들이 신나게 얘기했던 것들도

새로운 연구와 경험을 통해 달라지고 있다.

같은 것에 대해서 어제는 동그라미라고 했다가

내일이 되면 네모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바꿔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또 어제의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감탄하며 따라간다.


sns에서 잠시 스치듯 보았던 정보도 아주 유용한 것인 양 알려준다. 알려주고 싶어서 안달이다.

하물며 자신이 한 번이라도 경험한 것은 어떻겠는가

자신의 작은 세계에서 일어난 그 사건을

절대적이고 보편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가끔은 그 덕에 좋은 정보를 쉽게 얻는 것은 이점이기는 하다.

하지만 도를 넘는 친절하고 과도한 정보 때문에 내 감사한 마음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다.

심지어 댓글 조작을 의심할 때의 내 마음까지 스멀스멀 올라오려고 한다.  

아무튼 이래라저래라 떠드는 통에 이래저래 하지 못하는

나는 괜한 자책감에 시달린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알고 있는 정보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깨닫는다. 실행하지 못할 방대한 정보는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떨어져 있자. 잠시 모든 이야기들로부터 떨어져서 나 혼자만의 리듬으로 호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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