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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rexband Feb 08. 2022

잡일만 하는 것 같다면

나의 업무를 만드는 법

주니어 시절 종종 '나는 언제까지 이런 중요하지 않은 잡일을 해야할까? 영향력이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내가 이러려고 공부했나'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물론 주어진 업무를 해나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역량을 증명해나가고, 연차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업무가 점차 확대되었지만, 문득 문득 느끼던 회의감은 타격감이 꽤 컸던 것 같다. 당시에는 고민이 많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고군분투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보니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만약 잡일을 피할 수 없다면, 아래처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1. 일을 조금 더 나은 방식으로 개선해보기

한 친구가 전문가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해서 굉장히 인상 깊었던 적이 있다. '전문가란, 그 사람 손을 거쳤을 때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드는 사람'. 어떤 일이든 상관없이 내 손을 거쳤을 때, 일이 조금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전문가의 태도를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천편일률적인 일이지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편할지, 더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변화를 주다보면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또 그 일은 더 이상 내가 처음에 맡았던 그 일이 아닌 다른 형태의 업무로 발전해 있을 것이다. 스스로의 성장 뿐만 아니라, 내 손을 거치면 일이 더 개선된다는 평도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하기

'잡일'이라고 하면 꼭 필요지만 재미없는 행정업무일 수도 있고, 한땀한땀 수기로 해야하는 디테일한 업무일 수도 있고, 또는 '내 생각'으로 중요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인터뷰를 했을 때 스크립트를 받아적는 일이라거나, 행정서류를 작성해서 보낸다거나, 취합을 하는 등의 일이다. 이런 일들은 사실 정말 하기가 싫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는 걸 느낀다. 아직 업무를 처리하는 역량이 부족한 주니어의 경우에 '잡일'을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이라던가, 일을 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작은 일로 시행착오를 겪고 연습을 한 후에 점점 중요한 일들로 영역을 넓혀나가자. 이런 일을 거치지 않고, 관리자가 되면 실무자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디렉팅을 주게 된다. 일을 하는데 얼만큼의 시간이 걸리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대략적으로라도 알고 있는 경우에 디렉팅을 주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천지 차이다. 내가 잡일을 직접 해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제는 어떤 업무를 주도적으로 맡아보고 싶은 경우가 있다.

1. 남들이 맡기 싫어하는 일을 담당해보자.

실제로 주니어가 어떤 업무를 주도적으로 맡게 되는건 참 어렵다. 중요한 업무들은 선배들이 담당하고 있고 이미 업무의 디테일을 꿰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자신이 이미 잘 알는 일종의 밥그릇(?) 같은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잘 넘기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 사람들이 기피하는 업무는 경쟁도 적고 내용을 잘 아는 사람도 없다. 이런 업무를 맡게 되면, 처음에는 업무 파악을 하고 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점점 사람들이 해당 업무의 담당자로 자신을 찾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 일을 만들어 보자.

아예 없는 일을 만들자는 의미는 아니다. 업무를 하다보면 '어, 이거 필요한데.. 이거 챙겨야 하는데..'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윗선에서 챙기지 않고 지시하지 않아서 모두가 그냥 넘어가는 일들이 많다. 실무자의 눈에는 이런 것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 일들을 조금씩 준비해보거나, 먼저 해보자고 제안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의 경우 서비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는데, 방문자 분석 기능을 개발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경험이 있다. 서비스가 런칭되면 분명 경영층에서는 방문자 추이 등을 궁금해 할 것이 분명했지만, 당장 개발해야 하는 것들이 급해서 진행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방문자 분석 기능 개발을 제안했고, 이후에 방문자 통계를 챙기고 분석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나의 업무가 되었다.


'잡일'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디테일을 챙기는 일이다. 작은 근육을 단련시켜야 점차 큰 근육을 만들 수 있듯, 업무 역량을 키우는 것는 생각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돌이켜보면 주니어 시절 다양한게 경험했던 모든 일들이 버릴 것이 하나도 없었고, 나의 자양분이 되어 현재 업무에도 활용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연차가 쌓여도 '잡일'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예전이 7이었다면 지금은 3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내가 가장 하고 싶고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제반 일들이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된다. '잡일'을 어떻게 현명하게 처리하느냐가, 나의 업무역량을 결정 지을 수 있는 요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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