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노트 '썸'] 2. 책 좀 같이 볼까요
나의 연애일기
모든 관계는 '안녕'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이제 문제는 내가 호감이 있는 그녀와 자연스럽게 진해져야 한다. 근데 이 문장은 말이 안된다. 호감이 있는데 어떻게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가. 그녀 앞에 가면 난 고장나서 삐걱거리는 뚝딱이 로봇처럼 부자연스럽기만 하다.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이부분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고, 실제로 많은 친구들이 어려워하는 것 같다.
하지만 20대 후반으로 가면 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각자만의 해결방법이 생긴다.
1) 술로 해결하기
같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친해지기에는 술이 최고다! 라는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종종 쓴다. 몇가지 주의사항을 조심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술을 먹고 너무 편해진 나머지 상대방을 10년지기 친구처럼 막 대할 수 있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술을 먹다가 나도 모르게 준비도 안된 그녀에게 메시지를 집어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둘 다 최악이다.
물론, 술을 먹으면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면 절대 나쁜 선택지는 아니다. 술먹으면서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공유한다면 그 어떤 방법보다도 빠르게 가까워 질 수 있다.
2) 같이 취미를 공유하기
같이 있는 시간을 늘림으로써 또는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면서 그녀와 대화할 빈도를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 또한 좋다. 좋은데 한가지 단점이 있다.
그녀가 좋아하는 취미만 하다가 끝날수 있다. 가령 그녀가 운동을 좋아하면 그녀와 같이 운동에 관한 주제를 이야기 하여야 하는데, 그 운동을 같이 좋아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어느덧 3대 500(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백스쿼트 중량 합계가 500kg이 된다는 뜻이다.)을 칠 수도 있다.
만약 같이 취미를 공유하거나 시간을 같이 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을거야.' 라는 생각은 하지말자.
3) 나의 능력(?)에 기대기
앞의 두가지 방법보다 진짜 최악의 방법이다. 근데 많이들 이 함정에 빠져나오지를 못한다. 만약에 A가 B를 좋아하는 상황이라고 하자. 그럼 나는 A에게 가서 "그래서 방법이 뭔데?" 라고 이야기를 하면 본인의 배경을 이야기 한다. 연봉을 이야기하거나, 옷입는 스타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스펙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이면에는 '난괜찮은 사람이기 때문에 친해지는건 큰 문제가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답변이다. 하지만 '내가 사람으로써 괜찮은 사람'인 것과 '연인으로써 상대방에게 괜찮은 사람'인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만약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분이 계신다면, '그래서 그녀랑 어떻게 친해질건데?'에 대한 답변을 꼭 준비했으면 좋겠다.
대학에서 잘 먹혔던 '책 같이 볼래요?'
대학에서 모솔인 친구들에게 내가 권했던 방법이고, 실제로 유행까지 했던 방법이다. 일단 해당 친구들이 좋아하는 이성이 교양과목에서 마주치는 이라면 자연스럽게 그사람 옆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권한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성은 나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거나 내 옆자리에 누가 앉았다 정도의 인식을 할 뿐이다.
이후 책을 몇 번 가지고 오지 않고, 옆자리에 있는 상대방에게 같이 책을 봐도 괜찮겠냐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건 책을 같이 보는것이 아닌, 내가 도움을 요청했고 그/그녀가 이를 승낙했다는 점이다. 그를 핑계로 다음에는 가벼운 캔커피 하나를 줄 수도 있고, 편의점에서 파는 2,000원 짜리 젤리를 줄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것만으로 이성의 호감을 살수는 없지만, 천천히 상대방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제는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입구에서 만나서 가볍게 인사를 할 수도 있고, 이런 저런 대화를 진행할 수도 있다. 더 이상 내 상상속에서만 사는 그/그녀가 아닌 것이다.
이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음챕터에서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축하한다. 이제는 그/그녀를 천천히 알아갈 기회가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