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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예 May 06. 2024

힘내라고 말하고 파이팅이라 쓴다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방법

  격려와 응원의 말을 건넬라치면 자연스레 튀어나오는 세 글자가 있다. 다름 아닌 ‘파이팅’이다. 심심치 않게 쓰고, 심심치 않게 듣는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쓰지 않는다는 콩글리시 표현인 이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면 ‘힘내’ 정도가 되리라. 하지만 정작 ‘힘내’라는 말보다 ‘파이팅’이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은 어째서!


  매우 주관적인 해석이겠으나, 내가 감각하는 ‘힘내’와 ‘파이팅’의 차이는 이러하다.


  ‘힘내’는 응원이면서도 다소 무책임한 느낌이 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출전 선수는 경기장에 있고, 먼발치 관중석에서 바라보며 던지는 말이라고나 할까. ‘힘내’라는 말에는 온정이 담겨 있지만, 플레이를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을 명확히 구분 짓는 듯한 인상을 준다.


 ‘파이팅’을 볼까. 일단 응원하는 차원으로는 힘내와 거진 다르지 않다. 하지만 ‘파이팅’은 어쩐지 좀 더 활기찬 느낌이다. 스타카토가 찍힌 것 같달까. 실제로 경기를 뛰는 건 오롯이 선수 몫 이래도 어쩐지 함께 으쌰으쌰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미지로 비교하면 이렇다. ‘힘내’가 좌석에 앉아서 선수를 응원하는 모습이라면, ‘파이팅’은 좌석에서 일어나는 것은 물론 양손으로 풍선까지 흔들면서 던지는 장면이다. 어쩌면 ‘팅’이라는 글자가 묘하게 활기차서 이렇게 느끼는 건가.




  좌우지간 이 ‘파이팅’이라는 표현을 곱씹고 있는데 별안간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 의미 때문이다. 파이팅, 즉 fighting이란 것은 fight와 ing가 결합된 형태이다. 여기서 핵심은 fight의 뜻인데 사전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싸우다, 투쟁하다, 겨루다.

  그러니까 한국인은 힘내라는 표현이 아니라 fighting, 잘 싸우라는 말로 응원을 하는 것이다. 힘을 내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힘을 냄은 물론이요, 잘 싸워 이기기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빡세다. 고로 파이팅이란 표현 자체가 이미 파이팅 넘친다.


  싸움과 투쟁과 겨룸이 일반적인 응원의 표현이 되기까지… 파이팅에는 어떤 역사가 있었기에 오늘날 힘내라는 순우리말을 넘어서는 관용구로 자리매김했을까. 분명한 출처까지는 몰라도 파이팅의 어원을 생각하면 응원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구나 싶어졌다. 호락호락하지가 않구먼. 그럼에도 역시 파이팅 넘치는 한국인으로 살고 싶다! 여느 노래 제목처럼 ‘파이팅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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