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을 쉬고 오늘 출근을 준비하는데 느낌이 생경합니다.
회사를 매일같이 출근하던 것이 불과 2주 전까지이고 심지어 저번 주도 하루만 쉬었을 뿐 4일이나 근무를 했는데, 겨우 4일을 쉬었다고 버스와 만원 지하철이 낯설게 느껴질 줄 몰랐습니다. 모르는 누가 들으면 한 달이나 쉰 줄 알겠네요. 예전에 일주일 넘는 휴가를 낼 때도 이 정도로 느낌이 이상하지는 않았는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가 일상화되면서 회사에서까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괜찮기 때문에(는 핑계고 원래 화장을 잘하지 않았지만) 유독 마스크 덕분에 내 가벼워진 화장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것 같습니다. 화장을 더 하지 않고 싶지만 아직은 회사 내 분위기가 그걸 허용할지는 모르겠어요. 가끔 까먹고 화장 몇 단계를 스킵해버릴 때가 있는데 그때도 아무도 대놓고 화장 이야기하지 않기는 하지만 과거에 누군가 저에게 화장하지 않냐고 입술 좀 바르라던지, 예의가 없다던지 등 얘기를 들어온 터라 회사에 맨얼굴로 출근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습니다. 사실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말입니다.
회사에 가려고 거의 매일같이 신던 스타킹을 신을 때도 생경함을 느꼈습니다. 복부에 불편한 압박감이 전해지면서 사회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편한 청바지, 추리닝 바지를 벗어두고 일선에 나아갈 때는 역시 몸가짐을 단정히 하기 위해 약간의 긴장감은 필요하다는데 저는 잘 모르겠고 역시 불편할 뿐입니다.
이번 주는 계속 근무고, 다음 주에는 선거까지 포함하면 또 이틀을 쉴 수 있으니 더 쉬고 싶어 늘어지는 몸을 끌고 일터로 나갑니다.
아직 덜 쉰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아직 회사로 인해 지친 몸도 마음도 채 회복이 되지 않은 느낌이지만 쉬는 내내 코로나 관련 너무 안 좋은 뉴스들을 많이 봤던 탓인지 드디어 약간이지만 회사에 감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와중에도 고용 유지를 해주고 임금을 지불해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5월까지도 아마 단축 근무를 하게 될 것 같은데 그동안 많이 쉬면서 회사뿐만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긍정적이고 감사한 일들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이렇게 암울한 시기에 나마저 암울해버리면 끝이 보일 것 같지 않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