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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치 Nov 07. 2024

글렌 굴드  명상을 연주하다

홀로 있음을 연주한 피아니스트 15화

"혼자 있으십시오. 은총이라고 할만한 명상 속에 머무르십시오."



글렌 굴드가 음악원 학생들에게 한 충고는 단 한 마디였다.

인디음악을 좋아할 뿐 클래식에는 문외한이 나에게 렌 굴드의 바흐의  골드베르 주곡은 우연히 만난 것이다. 

지인 백작의 불면증 완화 의뢰를 받고 바흐가 작곡한 곡을 글렌 굴드가 변주 도돌이로 한 음 한 음 또랑하면서도 잠의 으슥함으로 인도다.

무아에 심취했을 때 들리는 글렌 굴드의 허밍은 그래, 그래, 다 다달았어. 잠의 입구로 인도하는 피리 부는 사나이의 같았다. 그 허밍은 피아노의 음과 충돌하지 않았고 화음으로 어우러졌다.


직접 제작한 의자에서만 꼬부랑 연주하고 늘 위생에 과잉집착하듯 장갑을 끼고 연주회보다는 밀폐된 녹음실을 선호했던 음악계의 은둔자이며 명상 속에 연주하는 수행자 같은 글렌 굴드는 인상이 콕콕 박혀 궁금하기도 하고 편린의 궁금증의 퍼즐을 한데 맞춰나가픈 욕구까지 들었다.


그는 여느 연주자와는 달랐다. 관객의 피드백의 호흡의 참견도 없이 오직 자신의 세계에만 충실하다.


"녹음 스튜디오와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모태의 안전은 나의 안전 생활 스타일과도 아주 일치한다. 내밀한 생활을 극단까지 밀고 나가는 것, 이는 내가 꿈꾸는 환상의 일부라 생각한다"


이 부분을 읽노라면 에니어그램 유형 중 하나인 5번(사색가) 유형이 떠오른다.

5번 유형들은 타인의 욕구와 요구의 윤색 없이 방해받지 않고 자신이 현재 흥미로워하는 세계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있다.

렌 굴드가 녹음스튜디오를 선호했던 것은 5번 유형 스스로 안정감과 스스로 제 삶을 지휘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기 위해서 남들한테 간섭받지 않는 독립성을 추구한 결과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가장 고독하였기에 가장 중요한 시기에  그토록 세상과 벽을 쌓녹음실에 은거한 은둔자  굴드는 녹음실에서 마치 파우스트박사가 된 듯 양피지 펼치며 근처에서 부유하는 먼지들까지 반짝이는 빛무리로서 선율오선지로 옮겨내는 듯한 정밀함과 유연자적함은 수행을 하는 선승 같다. (실제로 수도승 중 일부는 5번 유형이 많다.)


"예술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바는 예술은 사람들 마음속에 타오르는 내적 연소이며, 그것을 천박하게 드러내어 공공연하게 과시하는 일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술의 목적은, 신경을 흥분시키는 아드레날린을 순간적으로 분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금씩 일생 동안 설레는 놀라움과 차분한 평온의 심적 상태를 구축하여 나가는 것이다."


그토록 평온한 명상의 세계가 환해졌을 때   그의 특유의 허밍이 피노와 화음을 이루어낸다.

비록 그의 실제 연주를 직접 보지 못했으나 녹음된 그의 허밍은 광활한 내면의 용암이  내부에서 입술로 연주되 이질감 없이 없이 귓바퀴로 흘러들어  뜨겁게 달군다.



https://youtube.com/watch?v=G7EEACEefH0&si=TFaHRASz-OtIUkE5



연주자의 길을 명성 자자한 다른 연주자들의 비해 거리낌 없이 은퇴하고서 그는 여러 일을 모험하면서 탐구생활을 했다.

연주를 통해 명상을 경험했던 그는 어쩌면 삶의 제반의 건반들에서도 놀라운 생기와 호기심이 기저 된 차분한 심적상태를 직접 삶의 족적들로 연주하고 싶었으리라...


글렌 굴드의 무덤,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첫 3마디가 돌에 새겨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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