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과 학원강사의 결정적 차이가 바로 이것이다. 직장인이야 다리가 부러지면 병원에서 쉬면 되고, 멘탈이 무너지면 멍 좀 때리면 된다. 그러다가 욕 좀 먹으면 되지. 칼퇴를 하고 나면 핸드폰을 좀 꺼두고 카톡 좀 씹으면 되지. 그러고 나면 얼마 후엔 괜찮아진다. 일반화해서 미안한데 이게 내가 느낀 직장인이다.
그런데 학원강사가 어디 그런가. 다리가 부러지면 깁스를 하고 서있어야지, 팔이라도 부러지면 '어이쿠 왼팔이 부러져서 다행입니다.'라며 안도하는 게 학원강사다. 멘탈이 무너져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9회 말에 등판한 마무리 투수에게 웃으라는 격이다. 어딜 감히 표정관리도 안 해. 서비스직이.
어쩌겠는가. 이 세상이 본디 천국이 아니고, 지옥불에서도 웃어야 하는 게 학원강사 아닌가. 죽을상 하며 학생을 지도했다가는 지옥이 불지옥으로 바뀌게 된다.
사람인 이상 컨디션이 매일 좋을 순 없다. 그렇게 밝아 보이는 노홍철도 가끔은 '절전모드'의 순간이 있다지 않나. 강사라는 직업은 누군가에겐 슈퍼스타처럼 빛나는 직업이지만 어두운 그늘도 많은 직업이다. 대부분은 긴 터널을 지나는데 그 와중에 터놓을 대상을 찾기 힘들다. 찾아도 서로 솔직해지기 힘들고.
피드 특성상 학원강사 친구분들이 많아서 써 본 글이다. 내일 다시 웃어야 하는 분들께 응원 한 줄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한달 #day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