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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초록 Aug 28. 2020

초록이 분다

식물이 주는 소소한 위안


초록색 위안이 가득한 공간



햇살 방석을 도톰하게 깔고  허리에는 시침핀을 꽂은 듯 바르게 하고 공간의 초록들을 바라본다.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초록들이 분다. 하늘하늘거리는 잎들이 바람에 산들거릴 때면 생기 있는 위안들이 내 마음에 가득 들어찬다.



자라고 변화하는 식물들



소장하는 물건들과는 다르게 식물들은 매일 자란다. 한 번도 같은 모습이었던 적이 없다. 어제는 없었던 새잎이 나고 오늘 피었던 꽃이 내일은 진다. 잎이 나지 않는 식물들도 가만히 보면 뿌리를 살찌우고 있다. 잎에 무늬가 있는 식물들은 무늬가 다 다르고 생겨나는 잎마다 같은 무늬가 없다. 식물들은 시간을 먹고 공간을 마시고 어느새 달라져 있다. 그런 변화하는 오브제로 집안 곳곳을 채워본다. 오브제들이 자꾸만 변화하고 공간을 재해석하고 재해석된 공간을 시시때때로 바라보는 나는 생기 있는 위안을 갖는다.



내가 식물을 키우지만 사실은 식물이 나를 키우는것


아침에 일어나면 밤의 시간과 공기로 모습이 달라진 식물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새잎이 올라오지는 않았는지 시든 잎을 떼어내고 쳐진 식물들은 물을 주기도 하면서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핀다.  내가 식물들을 들여다보고 만져주는 것 같아도 어느새 보면 식물들은 내 마음이 되어있다. 아침마다 매만지고 보살펴주고 있는 건 밤이라는 절망과 우울과 시련에 피고 진 내 마음이었다. 내 마음의 시든 부분을 떼어주고 내 마음의 쳐진 부분은 물을 주고 내 마음의 새잎들을 기뻐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반려식물을 보살피는 동안 식물들이 자라듯 내 마음도 자라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창가에선 나를 위로하듯 초록들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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