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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Dec 20. 2023

하노이이야기

웃긴 택시.

항공으로 작가들의 샘플운반하는 일은 복잡했다.(나라마다 항공법이 다르니 도리가 없었다. 다행히 항공사 직원의 배려?로 짐은 잘 보내었다.) 하여간 그 덕분에 아끼던 팔찌도 잃어버리고 넋이 나간 체로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하노이 노이바이공항. 나의 캐리어는 이미 나왔는데 작가님들의 샘플이 나오질 않는 것이다. 공항직원 세 명에게나 이야기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한 시간을 기다려 샘플을 받을 수 있었다. 베트남이란 나라의 특성상(?)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게 지친 몸으로 택시에 올랐다. (그래도 나는 이 나라에게 자꾸 끌린다.)

저녁을 먹고 나온 거리모습

택시기사는 시동을 걸었다. 내가 보기엔 시동은 안 걸리고 배터리 전원만 들어온 상태로 보이는데 기사는 문제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택시 안에 앉아 있는 동안 갑자기 남자 네 명 정도가 내가 탄 택시의 앞을 뒤로 밀고 있는 것이다. 엥? 무슨 상황이지.. 하고 잠시 지켜보자 후진을 시켜 주는 것이었다. 차에는 아직도 시동이 걸리지 않은 상태로 차를 밀자 후진이 되는 것이다. 수동으로! 그렇게 후진된 차를  조금 전 그 남자들이 뒤에서  미는 것이다. 수동직진! 기사는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며 도로를 향해 움직였다. 아무래도 불안했다. 나는 내리겠다고 말했지만, 기사는 또 문제가 없단다. 뒤에서 직진을 시켜주던 남성들은 계속 차를 밀고 있었다. 순간 웃음이 푹~~ 나왔고 수동으로 달리는지 기어가는지 하는 차 문을 열고 내려 버렸다. 그리곤 다른 택시로 옮겨 탔다. 그렇게 택시는 숙소로 향하였고 차 창문 밖으로 보니 내가 탔던 택시는 여전히 길에 서 있었다. 이론 황당~~ 벳남~~~! 아니 저 택시기사는 나를 수동(?)으로-남자들이 계속 밀었을까?- 숙소까지 밀고 갈 생각이었던가? 지금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또 웃긴 일은 이번 택시기사는 분명 아는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생소한 길로 향하는 것 아닌가? 나는 이건 뭐지? 하다가 신호등에서 대기하던 기사에게 번역기를 꺼내어 "나는 숙소로  가는 길을 잘 안다. 그런데 지금 어디를 가는 거죠?"라고 묻자 기사는 숙소로 향하고 있으니 걱정 말란다. 당연히 숙소로 향하지 그럼 어디로 가겠어? 내 장기라도 팔 생각이냐~~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숙소에 도착하자 이 기사가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가 보다. 오십이만 동의 요금을 계산하려 지갑에서 오십만 동을 꺼내어 먼저 건네고 이만 동을 꺼내려 하자 이거면 됐다더니 오히려 이만 동을 나에게 거슬러 주는 것이자. 그렇게 총 사만 동을 아꼈다. 진짜 황당 벳남~~

이곳에서 이방인 특히 한국인은 정신은 바짝 차려야 한다. 금전 문제가 걸린 모든 일에서 설렁하고 넘어갔다가는 손해 보기 십상이다.


잠을 거의 자질 못했다. 몸은 피곤하고 정신은 아직도 몽롱하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지금 쉰다는 게 휴식인지 무엇인지도 몸은 느끼질 못하는 상태이다. 거기다 화장실 문에 도마뱀이 보이는 것 아닌가? 기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찌나 귀엽던지.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 베트남 전통 마사지를 받고 식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하늘은 검퍼렇게 보였다.


일이란 것이 잘 풀리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시작부터 요란했던 이번 하노이 방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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