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다가 주역이라는 책을 보게 됐다.
역학이라는 학문을 가르치는 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철학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철학적 사색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서일까, 사실 별 기대 없이 주역 책을 꺼내 들었다.
50에 읽는 주역이라는 제목이 왠지 부담 없이 다가왔다. 나는 40을 앞뒀지만 10년을 미리 읽는다는 느낌에서 더욱 부담이 없었을 수도 있다.
운이 무엇인지, 명이 무엇인지, 마치 역술인들이 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는 말들이 내게는 안갯속에서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것 같던 내게 삶의 지혜를 밝혀주는 것만 같았다.
여전히 완전한 이해는 없지만, 완전한 이해를 바라고 읽을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의 이치에 대해 풀어놓은 책이라는 것이 적절한 표현 같다.
하늘의 이치란 결국 만물을 낳고 기르는 것이라고 하며, 모든 일에는 그 이유가 있고 그 일들은 길과 흉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이다.
책의 서두에 ‘현재를 바꾸면 과거와 미래가 바뀐다’는 표현이 있었다.
미래는 바뀐다는 말은 많았지만, 과거가 바뀐다는 말은 좀 의아했다.
책을 좀 더 읽어보니, 내가 겪은 과거가 지금의 내 인생에 어떠한 교훈을 주었는지, 나를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좀 더 그 과거의 순기능에 집중하면 내가 힘들었다고만 생각했던 그 과거가 더 이상 마냥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말인 것 같았다.
문득 내가 과거 홍콩에서 경험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지금껏 고생스러웠던 시간으로만 느껴졌었다.
누군가 어려워질까 봐 옳다고 생각한 바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어려워했다.
결국에는 옳은 방향으로 흘러갔고 나는 불편했지만 옳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뜻을 펼쳤다.
조직을 완전히 분해했다가 조립하고, 사업 전체를 들었다 놓는 수준의 프로젝트였다.
누군가는 떠나야 했고, 많은 이들이 떠났으며, 누군가는 의지를 잃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나는 결국 모든 일은 옳은 방향으로 흘러가며, 나는 그 옳은 방향의 판단과 의견, 행동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배웠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나는 떳떳한 결정과 행동을 했기에 후회는 없는 시간이었다).
그 이후의 내 삶에서, 조직 생활에서 나는 더욱더 옳은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행할 수 있었다.
나는 신뢰를 얻고 새로운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앞으로의 삶에서 어떠한 결정의 순간에서도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야말로 과거와 미래가 변화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책 한 권을 읽고 올해 가장 내 삶에 가장 좋은 영향을 끼친 책으로 소셜미디어에 포스팅한 적이 있다.
한 지인은 이런 내 포스팅에 그 책에 대한 본인의 혹평을 올리며 나의 안목에 실망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긴 적이 있다.
이해한다.
어떠한 책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영감의 깊이와 방향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버전이 있고, 여러 인식이 있는 주역이라는 책에 대해 직접 읽고 스스로 울림이 있는 내용을 정리하고 받아 적기를 시작했다.
울림이 있는 내용은 이렇게 내 경험과 함께 정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