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였던 P&G (Proctor & Gamble 社)의 기억을 떠올리면 먼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많은 브랜드를 갖고 있는 회사였다는 것이다.
지금은 켈로그(Kellogg)로 넘어간 프링글스(Pringles) 감자칩부터 오랄비(Oral-B) 칫솔, 브라운(Braun) 면도기, 섬유유연제 다우니(Downy), 팬틴(Pantene) 샴푸, 위스퍼(Whisper), 듀라셀(Duracell) 건전지에 페브리즈(Febreze)까지. 거기에 SKII와 같은 고급 화장품에, 한국에서 팔지 않는 제품들까지 하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유명한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이런 브랜드들은 연관성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렇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브랜드들 대부분이 P&G라는 한 회사의 것이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수많은 브랜드를 팔면서, 그리고 다양한 카테고리 제품을 팔면서도 브랜드 전체를 관통하는 브랜드 전략 그리고 소비자 전략 있었기 때문에 회사는 계속해서 유지되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관통하는 시스템에 본질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단순화(Simplification)'이라고 하는 한 단어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단순화(Simplification)'의 장점은 결국 '표준화(Standardization)'이 된다는 것이다. 마치 어떤 숫자를 갖다 넣어도 답을 구할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수학공식과 같다는 것이다.
예컨대 P&G에서 배웠던 모든 영업 전략의 기본은 '입점(Distribution)', '진열(Shelving)', '머천다이징(Merchandising)', 그리고 '가격 설정(Pricing)'이다.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카테고리의 제품을 판매하고 전략을 수립하여 보았지만 영업 전략을 기획하는 데 있어서 이 기본틀을 벗어나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규제 산업의 경우 가격설정이나 머천다이징에 대한 규제가 있어 해당 틀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폭이 굉장히 적었을지언정, 이 네 가지 카테고리를 벗어나는 것은 영업적인 전략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외 이커머스(E-Commerce) 전략 이라던지 모바일 커머스 전략(Mobile-Commerce), 코스트코(Cost-co)나 이마트(Emart)와 같은 다른 모델의 대형마트에 대해서도 이러한 기본 전략의 틀을 바탕으로 상세 전략을 수립해 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전략에 중심에 있는 것은 소비자(Consumer)와 고객(Customer)이다. 또 다른 하나의 개념을 말하자면 구매자(Shopper)인데, 굳이 구매자와 소비자를 나누는 것은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항상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과 동일하지는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저귀를 구매하는 사람은 부모이지만, 기저귀를 소비하는 것은 아기이다).
또 한 가지, 여기서 고객(Customer)라 함은 보통 구매자(Shopper)에게 우리의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 혹은 기회를 주는 사람들을 뜻 하기도 한다. 예컨대 고객(Customer)은 리테일러(Retailer)가 될 수도 있고 이커머스의 쇼핑몰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기본 개념들이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만든 제품과 서비스가 어떤 경로로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이 되고, 소비자가 그 제품이나 서비스에 가치를 위해 지불 한 돈이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되돌아온 지를 명확히 맵핑(mapping)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요소가 정의되고 나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떻게 의사 결정을 내리는지이다. 전체 그림에서 거래처의 누가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어떤 기준에 의해서 하며, 그 기준에 우리가 부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전략의 기본 출발이다.
가끔 회사들을 보면 거래처에 의사 결정에만 집중을 하는 경우, 혹은 소비자의 의사 결정 요소에 대한 고민만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둘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다. 아무리 거래처에게 좋은 조건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실제 구매와 사용까지 여치 지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
하지만 아무리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거래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거래처에 의해 거절당해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기회조차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거래처 선택을 받는다 하더라도, 우리 회사에 이익이 남지 않는다면(가끔은 단기적 이익이 아닌 장기적 이익을 봐야 할 때도 있지만) 사실 그 상품은 회사로서는 가치가 없는 상품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이 3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했을 때 균형 잡힌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어찌 보면 교과서에서도 나오고, 어떤 성공한 기업의 기업 비밀 수준의 비법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이러한 기본적인 개념 안에서, 상황을 단순화하고 요소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서 그려나가다 보면 상황을 정리하고 개선할 수 있는 큰 그림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