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깨워드림

인생 2회차 신입사원(처럼) 살아남기 (실행가이드)

힘숨찐 먼치킨 신입사원되는 법

by 파도

요새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면 회귀물이 상당히 유행이다.


특히나 대기업 사장까지 됐다가 회귀해서 신입사원이 됐다거나 (상남자), 재벌기업의 창업자가 손자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회귀했다거나(재벌의 품격), 혹은 기업에서 비윤리적인 악덕 임원이 자신의 잘못을 깨달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비윤리적인 기업에 철퇴를 가하는 웹툰까지도 (공정거래위원회) 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완결까지 재미있게 봤던 법조인 회귀물 웹툰(판사 이한영)까지.


이 모든 흥미로운 스토리의 공통점은, 한 기업이나 분야에서 정점을 찍거나 후회할만한 삶을 살았다가 회귀하면서 못다 한 일들을 마치거나, 후회할만한 일들을 올바로 되잡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일단 ‘회귀’라는 현실적이지 않은 설정으로 시작이 되지만, 소름 끼치도록 현실적인 이야기와 설정들은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른바 현실적인 ‘먼치킨((균형을 깨뜨릴 정도로 강력한 능력을 지닌 캐릭터를 의미함)’ 캐릭터가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리고 매우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그럼 이런 회사회귀물 먼치킨들의 능력은 무엇일까? 단순히 미래를 안다는 것뿐일까? 내가 만약 회귀한 먼치킨 캐릭터라면 나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었을까? 이들의 능력의 공통점을 보며 인생 1회 차 신입사원이 2회 차처럼 먼치킨화 할 수 있는 팁들을 공유해 본다.



1. 조직의 목표에 대해서 명확히 이해한다.


- 사실 신입사원 때 회사의 목표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신입사원입장에서 봤을 때는 너무나도 거대한 목표라 추상적 이어 보이기도 하고, 그 목표를 알았다고 해서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조직의 목표는 매우 중요하다. 만약 지금 당신이 회사나 조직의 목표에 대해서 명확하지 않다면,


1)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회사 소개에서 회사의 목표와 비전, 그리고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미션이나 핵심가치들을 꼼꼼히 보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2) 그리고 그 목표를 더 현실감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표이사의 신년사라던가 최근 신문기사에서 밝힌 회사의 목표, 혹은 회사 홍보팀에서 회사의 성과와 관련하여 어떤 부분들을 홍보하기 위해 기사를 발행했는지를 알아보면 좋다.


이렇게 보고 나면 대략적으로 회사에서 어떤 목표와 가치를 최근에 중시하고 있는지, 어떤 성과에 대해서 더 의미를 두고 우선시하는지를 큰 그림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는 회사의 대표나 임원, 홍보팀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 그런 단어들을 회의나 이메일에서 자주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서 나도 그 가치를 중시한다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2. 부서별, 사람별 역할에 대한 이해


- 회귀물에서 보면 이런 조직의 목표를 다 이해하고 나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서별로, 그리고 부서장과 부서원들 별로 역할과 안력관계 등을 파악하고 이를 최대한 이용한다. 사실 이런 얘기를 하면 너무 조직의 정치적인 부분을 이해하려는 거 아니냐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르다. 좀 나누어 설명해 보겠다.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서별로 하는 역할을 이해한다. 이러한 부서별 역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면 인사 담당자들에 문의를 해도 좋고, 각 부서별로 친한 사람들을 한 명씩 만들어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다. 추천하는 방식은 두 가지 모두를 하는 것이다.


1) 인사 담당자들은 해당 부서의 실무적인 것은 자세히 모르더라도 부서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은 명확히 알고 있다. 회사에서 기대하는 부서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부서 간에 어떤 협업을 기대하고,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지는지 말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들이 실제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2) 부서별로 친한 사람들을 사귀어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서에서 어떤 것을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잘 안 되는 부분들, 잘 안 되는 이유들을 들을 수가 있다. 부서별 빌런에 대해서 알게 될 수도 있고, 다른 부서와 종종 마찰을 빚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 그러면서 여러분은 ‘회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부서별 역할과 목표, 그리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해하게 된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 업무를 진행하면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전체 조직에서 부서들과 어떤 흐름으로 연결되는지, 일을 하면서 어떤 부서에서 어떤 도움을 받고,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조심해야 할 사람과 부서는 어디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 신입만 할 수 있는 일

- 이러한 회귀물들에서 소름 끼치게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신입사원들이 위의 1번과 2번을 파악하고 (평생을 경험했으니 모두 파악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 ‘신입’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한다는 것이다. 신입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사실 회사에서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것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신입사원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자꾸 스스로를 ‘검증’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미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했다는 것은 회사에서 일할 자격을 받은 것이다. 자신을 검증하는 것은 업무로서 해야 할 일이지 검증 자체에 집중하면 상당히 인생이 피곤해진다. 그럼 신입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보도록 하자.


1) 준비단계 – 앞에서 나온 1, 2번을 건너뛰고서는 다음 것은 하면 안 된다. 무조건 조직의 목표와 우리 부서의 목표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팀의 팀장님, 옆에 과장님 차장님이 왜 매일 한숨을 쉬고 야근을 하는지, 전화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나면 이 팀에서 어떤 구멍을 메워야 하는지가 어슴푸레 보일 것이다. 거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2) 자료 수집 – 사실 멋들어지게 ‘수집’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건 ‘노가다’다. 아주 귀찮고 방대하고 방치되어 있는 자료들, 특히나 옆자리 대리님과 과장님이 머릿속으로는 두리뭉실하게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내용들이 실제로는 자료 속에 있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없어서 하나하나 들여다보지 못하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나 데이터를 못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는 이런 자료들이 정리가 안되어 있어 분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더 최악인 경우에는 손으로 쓴 서류들이 정리나 취합이 안되어 있어 그냥 쓰레기 취급당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부분인데 다들 시간이 없어서 손을 놓고 있다? 여기서부터 신입사원에게 아주 매력적인 일거리가 되는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주워서 해라.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귀찮다고? 최대한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효율적으로 찾아라. 그리고 나면 사람들이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드디어 이걸 누가 해줬구나!’ 신입사원에게 제일 좋은 칭찬은 ‘기특하다’ 일 것이다. 이런 신입사원이라면 누구나 기특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예를 들어 거래처별 판매 데이터, 거래처별 고객 데이터, 업종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데이터들은 대부분 매일매일 빠르게 쌓여가지만 정리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누군가 이런 자료 수집만 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실제로 ‘자료’로서 정리되고 있지는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것들이 신입에게는 보물이 된다. 보물을 찾아서 보물 신입이 되어보자.


3) 자료 검증 – 앞서 자료 수집이 완료되면 거의 신입으로서 할 수 있는 최종 스테이지에 왔다. 바로 ‘자료 검증’이다. 대량으로 수집된 자료들을 정리하다 보면 ‘이상한 점’이 생길 것이다. 이상하다는 것이 어떤 회사의 비리라던가 그런 것들이 아니라 – 그렇게 연결될 수도 있기는 하지만 – 신입사원으로서 회사의 목표와 부서의 목표를 봤을 때 ‘왜 이렇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보일 것이다. 왜 매출이 월말에는 많이 나오고 월초에는 없는 것인지. 왜 거래처별로 매출의 차이가 큰 것인지. 왜 잘 팔리는 제품은 항상 재고가 부족하고 안 팔리는 제품들의 재고는 많은 것인지. 너무나도 의문스러운 것들이 많이 보인다면 이제 그 궁금증을 해소해 나갈 차례이다. 우선 옆자리 친한 대리님한테 슬쩍 물어본다. 그럼 대부분 ‘우리 지금까지 그렇게 했어’라는 답변 내지는, ‘그게 맞기는 하는데 현실은 안 그래’라는 답변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실제로 어떤 어려움 때문에 이상과 현실이 다른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면 당연히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해결책까지 찾아낸다면 신입사원의 능력을 벗어난 것이다. 일단은 그런 자료들을 친한 옆자리 대리님과 슬쩍 공유해 보거나, 팀장님과 면담을 할 기회에 슬쩍 얘기하거나, 코칭을 해주시는 사수한테 얘기를 해보자. 그리고 나면 –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면 – ‘이 내용 좋은데? 한번 팀장님이랑 얘기해 보자’라던가, 팀에서 평소 고민하고 어슴푸레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보고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웹툰에서는 여기서 해결책까지 알고 그 해결책을 윗사람들이 찾아내고 실행할 수 있도록 움직이지만, 실제로는 그것까지 필요 없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들은 사람이 ‘에이, 이거 문제는 맞는데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어. 잘 넣어두고 연습한셈 쳐.’ 라거나, ‘쓸데없이 이런 걸 왜 했어?’라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앞으로 진짜 실력을 보이면 안 되거나 거리를 좀 두고,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이다. 그런데 두 번째 삶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과감할까? 어떤 것이 옳은 일이고 어떤 것이 옳지 않은지 모른다고? 아니다. 여러분도 이미 알고 있다. 필요한 것은 ‘과감히’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냥 정면 돌파하는 것이다. 정면 돌파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면 과감하게 할 수 있다.


웹툰도 현실도 언제나 ‘힘숨찐(힘을 숨긴 찐X 캐릭터)’의 반격은 통쾌한 법이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생존기록- 평범하다고 믿었던, 여러 하루 중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