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된 첫째는 첫 시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초등시절 단원평가와 달리 이번에는 성적이 A, B, C, D, E로 나옵니다. ‘대충’이라는 선택지는 없는 셈이죠.
입학한 지 한 달 남짓. 아들의 하루는 그 나름대로 촘촘합니다. 다만 그 방향이 공부 쪽은 아닙니다. 영어와 수학은 교습소에서 배우고, 국어는 내신 대비가 아닌 독서 수업 정도만 합니다. 숙제 양도 많지 않습니다. 대신 게임, 유튜브, 인스타그램에 하루 평균 3시간 이상을 씁니다. 자전거도 타야 하고 친구들이랑도 놀아야 합니다. 잠은 8시간 정도만 자고요. 시험이 다가오는데, 아이는 비슷한 하루를 이어갔습니다.
이틀 전,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다른 엄마한테 물어보니까 학원에서는 보통 4주 전부터 시험 준비를 한다더라. 네가 다니는 곳은 어때?”
“그런가?
아들은 시험 준비라는 단어를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듯했습니다. 학교 수업, 학원 수업, 숙제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거죠. 배운 걸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공부가 따로 필요하다는 걸 아직 모르는 얼굴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3월 3일 입학 이후, 한 달 넘게 스스로 공부한 날이 없었습니다.
일단 계획표부터 세워보라고 했습니다. 현실 가능한 시간과 과목부터 적자고요. 일단 일주일을 먼저 채웠습니다. 하루에 1시간, 많아야 2시간. 속에서는 고구마가 올라왔지만 티 내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시작이 더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어제, 첫 번째 개인 공부를 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국어와 과학을 해야 했지만, 국어는 미루고 과학만 하겠다고 하더군요.
“근데 개념노트도 만들어야 돼?”
“일단 네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부터 체크해야 되지 않을까?”
아이는 알겠다고 말하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폰은 방문 밖 바닥에 두고, 타이머에 1시간 스톱워치를 입력했습니다. 닫힌 방문을 보며 ‘정말 하긴 할까’ 물음표가 몇 번이나 오갔습니다. 그동안 저는 설거지를 하고 온라인 강의를 들었습니다. 둘째는 데스크톱으로 온라인 바둑 대국을 뒀고요.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때와 같은 저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방문 하나가 닫혀 있다는 점만 빼고요.
1시간 후, 첫째가 주방에 있는 저에게 와서 그러더군요.
“생각보다 할만한데? 재밌는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책상 위에는 공부한 페이지가 그대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자습서에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구분되어 있었고, 아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에는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틀린 문제 옆에는 다시 보겠다는 듯 강한 빗금이 쳐져 있었고요.
“오답 노트가 필요할까?”
제가 묻자, 아이는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공방에 사진 찍어서 바로 출력하는 기기가 있으니 그걸로 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시험날까지 아직 보름 이상 남아 있습니다. 계획표대로 매일 하면 좋겠지만, 첫날부터 삐거덕거리는 걸 보니 변수가 생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친구들처럼 스터디 카페에 가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매번 혼자 저렇게 집중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안했습니다.
“너도 중간고사 기간이고, 엄마도 중간고사니까 저녁마다 같이 공부할래?”
“엄마는 또 시험 기간이야? 그러자 그럼.”
이왕이면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아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받아보면 좋겠습니다. 여기는 학군 지라 시험기간이 되면 동네 공기부터 조용해집니다. 잘 나오면 오만해질까 걱정이고, 못 나오면 흥미를 잃을까 걱정입니다.
아무튼 이번 시기를 통해 중학교 시험이 어떤 건지, 시험 기간에는 뭘 해야 하는지라도 몸으로 깨우치길 바라며, 우리의 첫 시험 준비를 시작해 봅니다. 오늘은 오후 5시부터 수학 공부를 한다고 아이가 방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그동안 글을 씁니다. 곧 아이가 방문을 열고 나올 시간이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