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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Mar 21. 2024

스토리텔링이 있는 삶


『시대 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 송길영 저자는 말한다.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은 '서사'입니다. 성장과 좌절이 진실하게 누적된 나의 기록은 유일무이한 나만의 서사입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도 비슷한 글이 있다.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네.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 가 그 사람의 럭셔리지."

글과 말에 나만의 고유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나만 아는 경험, 그때의 감정, 깨달음이 담겨 있어야 있다. 기록하지 않아도 순간은 기억할 수 있다. 물론, 순간의 감정이 희미해진 기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스토리텔링으로 남겨 나만의 서사를 만들어가면 어떨까.




작년 봄까지만 해도 블로그 운영에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 1일 1포스팅은 물론 그 이상 게시물을 쓰기도 했다. 체험단으로 활동하면서 후기도 남기고 이웃 블로거들에게 지수 높이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몇몇 인플루언서들이 의외의 답을 주었다. 모두 '글쓰기'를 말했다. 간결하거나 정보 전달 관련한 글만 있으면 AI가 광고성으로 인식한댔다. 실제로 먹어보고, 가보고, 사용한 경험을 입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팩트 있는 쉬운 글로 스토리텔링처럼 술술 읽을 수 있게 쓰는 게 좋다고 했다. 가독성은 곧, 게시물을 보러 온 방문자의 체류시간과도 연결된다. 그 시간이 줄어들면 블로그 지수에도 영향을 준다. 이런 글쓰기가 낯설다고 언급하는 이웃들을 보면서 지금이라도 배워서 다행이다 싶었다.


한 달 전부터 타로를 배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무료 자격증 과정이라 재미 삼아 들었는데, 선생님의 설명에 빠져든다. 주역과 타로점을 같이 봐주시는 선생님은 홍대 쪽에서 꽤 오랫동안 일하셨나 보다. 이론적인 부분 외에 내담자의 경험을 사례로 들어준다. 매번 한번 강의에 30분인 시간은  짧게 느껴진다. 오늘 배운 강의 후반에, 선생님이 언급한 말이 뇌리에 남는다.

"타로 상담은 보통 10분 안에 끝나지만, 그 10분이 긴 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담자가 묻는 질문에 대답만 해주는 경우 상담비도 내지 않고 가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어떻게 말하냐가 중요합니다. 단답형보다는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그래서 그렇습니다' 등 수긍하고, 대화하는 상담을 해야 합니다. 타로점은 말을 잘한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내성적이라고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잘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새 학기가 시작된 3월. 첫째 아이가 참여하고 싶은 동아리가 있다고 했다. 신청하려니 자기소개서 작성란이 있었다. 반드시 본인이 써야 한다고 적혀있었다. 쓰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는 아이라 걱정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써서 그런지 거부감이 덜했다. 왜 가입하고 싶은지, 장점은 무엇이고, 어떤 점을 고치고 싶은지, 고친다면 어떻게 노력할 건지, 이 팀을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건 어떤 게 있는지, 나중에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를 작성해야 했다. 가입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적는 것부터가 아이만이 가지고 있는 서사다. 본인이 가진 경험, 마음가짐, 포부 모두 아이만이 제대로 알고 있다. 사실, 엄마인 내가 대신 개입할 수도 있었지만 그냥 지켜봤다.  작성을 마친 아이의 글을 보며 틀린 문법, 단어, 길게 쓴 문장 정도만 체크해 주었다.




우리 아이들도, 나도, 지인들도 정보성 글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글을 좋아한다. 술술 읽히는 책, 언제 이만큼 시간이 흘렀나 싶은 책, 한 편의 드라마를 본 듯 빠졌다 나오는 책을 말이다. 덮고 나면 간단한 줄거리만 남는다는 걸 알면서도 왜 그럴까. 어쩌면, 내가 경험한 이야기가 담겼을 수도, 공감 가는 내용이 있어서일 수도, 동경하는 삶이 담겨있어서일 수도 있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시대라면,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는 수밖에. 거부하기보단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나도 나만의 삶을 말과 글로 기록하자. 이렇게 쌓인 스토리텔링은 곧 나만의 '서사'이자 '럭셔리'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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