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고양이인가 황소인가
우리 아기들 중 우다다를 가장 잘하는 친구가 감자다. 노란색 치즈태비 남아. 몸무게는 8.5kg
이 아이의 우다다는 특별하다. 먼저 황소처럼 울어재낀다. 우어어 우어어 도저히 고양이라고는 볼 수 없는 두껍고 웃긴 목소리로 말이다.
울음으로 시선을 집중시킨 뒤엔 뛰어넘기 재주를 선보인다. 바로 누워있는 나를 뜀틀 삼아서.
지쳐 쓰러져 자는 나를 가운데 두고 좌우를 넘나들며 거구의 고양이가 뛰며 위협을 한다.
어느 날은 뛰어넘기 전 그 아이가 서있던 곳에 우연찮게 콘센트가 있었고 콘센트 버튼의 빨간 불빛이 정감자의 얼굴에 비쳤다. 흡사 처키 같았던 내 새꾸.
‘어차피 일어날 거 얼른 일어나.’라고 말하고 있다.
이후에는 협탁, 옷장, 책장 가리지 않고 올라간다. 거구의 고양이치고는 매우 날렵하다. 올라가서는 물건을 하나씩 떨어뜨린다. 또는 물어뜯는다. 구내염 때문에 전발치를 했는데 이빨이 없으니 잇몸으로 물어뜯는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말을 왜 여기다 쓰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빨이 없으니 잇몸으로 갖은 애를 쓴다.
이쯤 되면 나는 k.o. 패다. 자리에서 일어나 앉는다. 때는 대략 새벽 5:45분쯤일 것이다. 앉아서 양 발바닥을 가운데로 모아 마름모 모양을 만든다. 그 후 가운데를 팡팡 치면 정감자가 마름모 사이로 들어온다.
그다음부터가 중요하다. 최대한 빨리 다시 누우려면 이 아이에게 정성껏 마사지를 선물해야 한다.
궁디팡팡을 기본으로 납작한 이마를 폭풍 쓰다듬고, 등도 끊임없이 쓸어내린다. 이게 이 아이가 나를 깨운 이유다. 그렇게 한참을 만지면 휙 하고 마름모를 벗어난다. 그다음 행선지는 뻔하다. 바로 밥을 먹으러 간다.
춉춉춉 소리가 들리면 그때서야 나는 누울 수 있다. 그것이 정감자가 만족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일련의 과정을 우다다로만 표현하기 억울하다. 장장 8년을 넘게 당했으니 난 정도로는 표현해야 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황소의 난’이다.
고양인데 황소 같은 몸매와 황소울음소리를 내니 너무나 딱 맞는 죄명(?)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