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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우 Sep 04. 2023

작은 빛들이 모여 거대한 흐름이 되길

alookso  인터뷰

Q. 교단을 떠나고 싶었던 순간이 있나요?


네, 종종 자주 그래왔는데 요즘은 매일이 그렇습니다.

교사가 온전히 교육에만 몰입할 수 없게 하는 환경,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하는 일들에 그 어떤 것도 보호받지 못한 채 각자도생하게 하는 사회, 교사가 수많은 잡무와 행정업무로 인해 정말 교사로서 중요한 본연의 업무인 수업 연구나 학생들에게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 교육의 의미와 교육적 방향성 및 학교 현장감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온갖 비교육적인 정책을 펼치는 이 나라 시스템에는 늘 환멸감이 있어왔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교육정책권자들과 교육부가 해 온 일들이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데 그나마 학교 공교육 현장이 교육적 유의미성을 가지고 어떻게든 굴러온 것은 대다수 교사들의 선의와 사명감에 기대어 온 노동력에 기인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부장관은 심지어 ‘노동자가 아니다’라고 했는데, 그럼 지금까지 교사들이 해온 것은 무엇일까요? 서이초 선생님께서는 그럼 노동을 하다 돌아가신 게 아니고, 직장도 아닌 학교에서 마지막 순간이 있으셨던 걸까요? 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극노동집약적 직업을 하면서도, 정말 유일한 보상이 있다면 ‘가끔 아이들에게서 오는 보람’ 정도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교육이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제 교사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교직을 떠나야 하는가 깊은 고민이 듭니다. 교육부와 교육지원청은 물론이고 관리자나 일부 보호자들은 교사를 사람으로 전혀 존중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일부의 학생들로부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어떤 사람이 이런 모멸감과 폭력을 겪으며 인간성을 잃고 생존을 위협받으면서까지 이 직업을 하고 싶을까요? 교사는 쉽게 간편하게 싸게 쓰다 버리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조용히 가만히 하고, 낡고 닳으면 갈아끼우는 부품이 아닙니다. 그저 한 노동자이며, 사람입니다. 지금 있는 모든 일들은 분노도 있겠지만 그보다 교사들의 살려달라는, 살고싶다는 절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답게’ 살고싶다는 매일의 절망감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Q. ‘언제까지 교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무기력, 분노, 좌절이 들었을 때, 어떻게 버티셨어요?


'버틴다'고 말씀해주신 표현이 슬퍼서 잠시 울컥했습니다. 버틴다는 표현을 스스로도 하고싶지 않았었는데, 정말 지금은 낭떠러지에서 꺾여지기 전의 나뭇가지 하나 붙잡고 버티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고 다 못 들은 척 못 본 척 모른 척 눈을 감고 놔버리고도 싶습니다.


그럼에도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분이 단 한 분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짧게나마 시작해봅니다. 저는 오래도록 교사를 꿈꿔왔습니다.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수업을 하는 것이 재밌습니다. 가치 있는 것들이 삶 속에 깃들게 함께 배우는 일이 무척 제 적성에 맞습니다. 아이들이 웃을 때 저도 행복합니다. 학생들이 뭔가 배우려고 열심히 할 때, 저도 함께 열심히 배우게 됩니다. 현실이 비참하고 인간 자체에 대한 희망이 없어질 때도 아이들이 꿈이고, 희망이고, 미래입니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배움의 현장에 있을 때 저의 아주 정말 별 것 아닌 삶도 괜스레 의미있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버틸 수 있는 것은 사실 '학생들' 덕분입니다. 아이들이 저에게 주는 것들만이 정말 교직의 유일한 보상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저는 적어도 오늘까지는 운이 좋은 편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이것 또한 언제 잃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제가 일을 관두지 않더라도, 언제라도 '관둠을 당할 수 있겠다'고 신규교사 때부터 생각해왔습니다. 항상 살얼음판 위에서 매일매일 복불복에 기대어있는 일상입니다. 당장 다음 수업에라도, 쉬는 시간에라도, 화장실에서도, 점심시간에도, 방과후에도, 주말 중에도 도통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습니다.  노동의 물질적 가치로 생각했을 때도, 건강을 생각했을 때도, 삶을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향성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도 이 직업을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학교에 학생도 없고 교사도 없는 것 같다는 마음마저 듭니다. 그저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계로만 바뀌어가는 것일까요? 당장 교사들의 고통이 내 일이 아니라고, 나에겐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라고 절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서이초 선생님의 일은 특수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교사들에게 오래도록 매일의 일상이었습니다.



Q. 우리 학교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교사가 교사로서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이 학생으로서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교육을, 교육 현장인 학교를, 그리고 교육구성원을 정량적으로 접근해서 경제적 논리와 효율성으로만 바라보는 것을 그만두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사들은 오래도록 전국 단위로 평균을 내지 말고 실제 ‘학급담임교사가 담당하는 학생 수'를 집계하여 “학급 당 실질적인 학생 수”를 줄여달라고 요구해 왔었습니다. 정말 정 안되면 초등학교 1학년 학생수라도 줄여달라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학생수 20명 상한제가 가장 필요한 학년이 초등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현실은 30명 안팎의 과밀학급들이 전국 5학급 중 1학급이라고 합니다. 서이초 1학년 학급 당 학생 수가 15명 이하였으면 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66제곱미터 좁은 교실 한 칸에 아이들이 다닥다닥 붙어앉아있는 게 아니라 책상 크기를 늘리고 학생 개인 당 누릴 수 있는 교실 공간을 확보해 주었다면 서이초 선생님께서 겪으신 연필 사건도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지는 않았을지요.


학교 현장에서도 단 1년이라도 일해 본 사람만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을 하고, 교육부에서, 교육지원청에서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경감"해달라고 늘상 이야기해 왔었습니다. 단지 교사가 일을 더 안하고 싶고, 어느 이의 무례한 어느 말처럼 놀고 먹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교사가 제발 교사로서의 본연의 업무를 하고싶다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교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 이어야 하지 않나요?  그리고 '수업'이어야 하지 않나요? 지금 이 나라에서는 진정으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면 교사가 되어선 안됩니다. 공교육 교사 외의 다른 일을 찾아야 합니다. 교사가 잡무와 행정업무, 온갖 각종 민원과 고소가 남발하는 곳에서 시름하며 병드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지 않습니까? 아이들과 진정으로 교육적 만남이 이루어지게 해주어야 하지 않습니까? 지금의 현장은 학생들을 뒷전으로 몰게 하고, 수업은 중요한 일이 아니며, 싸고 손쉽고 간편하게 그저 아이들을 한 공간에 데리고만 있으라고 하는 형국입니다. 교육은 없습니다. 교육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교육의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


무엇보다 현장 교사들의 의견이 교육정책에 반영되었으면 합니다. 최근 <현장교사들이 생각하는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현 정책에 대한 해결방안 연구>가 있었습니다. 현장교원 정책 TF팀 연구보고서로서 아동학대법, 문제행동 제도 매뉴얼, 민원처리 시스켐 개선, 학교폭력에 집중하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무엇보다 ’현장 교사‘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현시점에서 교사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모이셔서 300페이지에 가까운 연구와 보고서를 내주신 점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요즘 교육부의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행태를 봤을 때에 더더욱 정말 앞이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상황입니다. 공교육 현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교사가 죽었고, 영혼이 상한 채로 산 송장처럼 죽은 것과 다름없는 교사들이 태반이며, 이대로는 앞으로도 죽거나 죽기 일보 직전에 교직을 관둘 수밖에 없습니다. 살아있는 한 사람으로서의 교사가 없으면 학생도 없습니다. 생생한 삶 속에 깃든 배움과 성장이 있는 학교도 없습니다. 이 나라의 교육이 없으면 미래도 없고 희망도 없습니다.


부디 제발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빛들이 모여 거대한 흐름이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서이초 사태, 교사 7인의 발언]

https://alook.so/posts/54t4eO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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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look.so/posts/VnteZ8a?utm_source=user-share_QPtwW9e


 이호우  ㅣ  표지사진 Nathan 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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