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교사유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호우 Nov 14. 2023

여전히 기이하고 슬픈, 7월 그 이후ㅡ지금 우리 학교는

alookso 현장교사 인터뷰 2



Q1. 요즘 학교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교사들은 실제로 ‘집단 트라우마’를 겪고 있습니다. 7월 이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비롯하여 법과 제도적으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의 경우에는 매우 극심한 무력감과 좌절감을 겪었습니다. 이는 저뿐 아니라 많은 교사들이 비슷한 상황 것으로 보입니다.


   실은 그 이전에도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미 일상 속에서 많은 폭력과 억압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그 일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바로 내 일이었고, 바로 내 곁의 동료의 비일비재한 일이었습니다. 교사들은 이미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몸과 마음이 아픔에도 제대로 쉬거나 치유받지 못한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특히 2020년부터 지나온 코로나19 시기는 급격한 변화에 대한 대처와 더욱 늘어난 업무들로 번아웃을 토로하거나, 의원면직을 하는 교사들도 매우 늘어났었습니다. 저부터도 정말 이제 와 생계를 유지할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나, 찾을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하는 나날들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학교 현장 교사들은 본연의 업무인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뿐 아니라, 여전히 담임 업무의 연속선상에서 민원을 비롯한 잡무, 전혀 줄지 않은 행정업무를 모두 수행 중입니다. 모든 교사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수많은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는 일은 한 편으론 경이롭게도 느껴지기도 하고, 또 매우 기이하게도, 너무나 슬프게도 여겨집니다.


   학교 근무시간 내에는 교사들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특히나 초등학교는 교무실에 자신의 업무 자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교실의 한 켠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소수의 교과전담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교사는 모두 각자의 학급 담임을 맡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행정업무도 짊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하교한 후에도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서로의 고통이나 힘듦에 대해 나눌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게 출근하자마자 1분 1초를 쉬지 않고 일하다 집에 갈 때쯤 되어 마치 이제야 한 인간으로, 한 사람으로 정신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런 학교 현장이 정상인걸까요? 이런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제정신일까요? 이런 교사들과 함께 하는 아이들은 영향을 받지는 않을까요? 당장 겉으로는 괜찮아보일지라도, 앞으로 대한민국 공교육은 어떻게 될까요. 교육부가 공교육 멈춤의 날에 대해 징계, 엄벌을 외치고 이에 장단을 맞추었던 교육감, 자신의 안위만 중요하게 여긴 보신주의자들 관리자들 덕분에 또 많은 교사들은 또 하나의 허탈감으로 트라우마가 과중되었을 뿐입니다. 그저 누구 하나 병들거나, 죽어서야 이 곳을 떠나며 다른 부품으로 대체되기 직전까지, 마치 ‘아무 일이 없었던 듯’ 잘만 돌아가면 그 뿐인걸까요? 여전히 하루하루, 앞이 캄캄하고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나라에 교육이 없습니다.





Q2.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지금 학교 현장에서 가장 시급하게 바뀌어야만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이미 돌아가셔서 돌아올 길이 없는 서이초 선생님께서 맡으셨던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학급 당 학생 수가 더 적었다면 어땠을까. 아이들 한 명이 누리는 교실의 공간이 좀 더 넓고 쾌적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이들 책상 크기가 더 널찍하고 의자가 폭신한 교실이라면 어떨까, 책상 간격이 멀어서 아이들끼리 학습 활동 중에 부딪치는 일이 적어지고, 때로는 일어나서 움직일 공간도 여유로웠더라면 어땠을까.


   자꾸만 방과후교실이나 돌봄실, 이제는 늘봄실을 늘릴 것이 아니라, 교실을 늘리고 특별실을 늘린 학교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교실이 없어서 개조해서 좁고 후미진 곳이 아니라 학생들도 교사도 넉넉하고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이라면 서로가 서로에게 좀 더 여유가 생기지는 않았을까, 그러면 연필 사건 같은 일도 없을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선생님께서 나이스가 개편되는 상황에서 행정업무를 맡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니 적어도 젊은 신규교사들에게, 사수도 없이 맨땅에서 헤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몇년간 행정업무를 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교사에게 수업과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부질없고 희망없는, 생각할수록 슬프기만 한 생각의 나열들을 늘어놓았었습니다.


   현장교사들은 ‘전국 단위’로 평균내지 말고, 실제 “학급담임교사 1인”이 담당하는 “학급당 실질적인 학생 수”를 줄여달라고 늘상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한 정책연구에서는 실제 학급당 학생수 20명 상한제를 기준으로 교원수를 상정했을 때, 2만 명을 증원해야 한다는 정책 연구가 있다고 합니다. 학생편성지침과 과밀학급에 관한 실질적 대안 및 학생 개인 한 명 한 명의 교육의 질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었습니다. 교육에다 정량적으로 접근해서 경제적 논리와 효율성 잣대를 들이밀지 말아달라고 했었습니다. 예전에 교실에 학생 수가 60명씩 있었는데 그나마 지금 많이 줄었다는 고조선 이야기 그만해달라고, 제발 OECD 기준이라도 적용해달라고 이야기했었습니다. 교사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간편하고 싸고 빠르고 경제적인 방식을 거두라고 했었습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먼저 보기보다 사회 경제적인 측면에서 먼저 보는 식의 접근을 그만하라고 했었습니다.


  교육기관이 교육기관으로서만 있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었습니다. 교육은 교육으로서, 보육은 보육으로서 개념 정립을 해달라고 말했었습니다. 교육 당국이 ‘교육이 무엇인가’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 ‘교육의 방향성을 어디로 해야 하는가’ 함께 고민하여 정책을 펼쳐달라고 요구했었습니다.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제발 좀 교육당국이 들으라고 절규했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바뀌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문제를 아무리 이야기해도 듣는 이가 없었습니다. 이 나라에 “교육” 당국은 있는지조차도 의문입니다.





Q3. 교권보호 논란에 대한 교육당국의 대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단 교권을 학생 인권에 반대되는 것으로 사용하는 것을 그만두십시오. 구성원 간의 이간질을 그만 두길 바랍니다. 교권보다는 ‘교사의 교육권’ ‘인권’ ‘생존권’이라는 용어가 더 어울립니다. 이를 교육법에 제대로 정의하며 시작하길 바랍니다. 또한 단순히 문서상이나 허울뿐인 제도가 아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특히 교원평가 재검토 폐지, 교원수당인상은 교사의 교육권 보호 대책 마련과는 결이 다른 문제입니다. 마치 수당을 인상하거나 교원평가를 폐지하는 것만으로 많은 것이 해결되는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 정말 불쾌합니다.


    현장 교사의 의견을 듣는다고 하면서, 근본 해결에 대한 논의 없는 알맹이 없는 대화도 그만두길 바랍니다. 지난 9월 21일 민원처리의 학교장 책임을 명시한 초중등 교육법과 유아교육법 일부가 국회에서 통과되며 학교장의 역할이 한층 확대된 것은 그나마 반길 일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세부적이고 실질적으로 세워야 할 일입니다. 이를 다시 교사에게 업무로서 손쉽게 지시하는 것을 그만 두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정당한 생활지도 사례 규정 및 학교 생활 인권 규정도 직접 교육부가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여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9월에도 각 학교의 생활인권업무를 맡은 전국의 수많은 교사들이 생활지도에 관한 특례를 반영한 학교생활인권규정 개정 관련 업무를 했었습니다. 이를 10월 31일까지 학교 규칙을 개정하라고 공문이 왔는데, 도대체 이게 왜 교사의 일입니까? 여전히 교사들이 하고 있는 수많은 일들은 도대체 왜 교사가 수업과 아이들을 등한시하며 해야 합니까? 교육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유보통합과 늘봄 정책을 교육 현장의 반영 및 의견 수렴 없이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그만두길 바랍니다. 교사의 교육권, 인권, 생존권은커녕 오히려 늘봄정책을 강압하며 교사들의 더더욱 극심한 업무 과중을 주면서 처우 개선에 대한 대안없는 무시를 중단하기를 바랍니다. 보호와 책임은 제도적으로나 정책입안자들, 교육부청이 전혀 해주지 않으면서, 일개 업무담당자인 교사에게만 모두 전가하는 것을 그만하길 바랍니다. 현장의 혼란이 계속되며 실직적인 대책 마련 없이 섣불리 추진하는 모든 것들을 제발 그만 멈춰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호우 2023.10.10   

표지사진  Romain Beillon




[교원 인터뷰 2. 지금 학교 현장에서 가장 시급하게 바뀌어야만 할 것들]

https://alook.so/posts/potbwo9


매거진의 이전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