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담
이별을 했다.
이별을 한지 어느덧 3주가 지나가고 있다.
많이 좋아했고 많이 좋아하던 중 순식간에 닥쳐버린 이별이라 준비할 수 없었다.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대비할 틈이 없었다.
왜지? 왜 갑자기 헤어진 거지?
혼란스러움의 의문 투성이었으나 이제는, 지금은 알겠다.
그때 이별을 해야만 했던 이유를.
단순하다.
그저 마음의 크기 차이였다.
나는 마음이 커서 서로 맞춰가는 노력을 하는 연애를 원했고
상대는 마음이 작아서 노력 없이 즐길 수 있는 연애를 원했다.
하지만 내 마음이 크다고 해서 내가 원치 않는 연애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아무리 상대를 많이 좋아한다고 해서 상대만 원하는 연애를 해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게 다행히
이별을 했다.
이별 직후엔 더 오래 만나지 못해 함께 하지 못한 것들에 관한 아쉬움이 남았다면
지금은 더 오래 만나지 않아 내가 덜 상처받을 수 있었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그리고 안도감이 아쉬움보다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가장 친했고 가장 솔직할 수 있었던 내밀한 관계가 끝났다. 마치 원래 없었던 사람처럼 내 삶에 깨끗하게 사라졌다.
참 연인이란 허무한 관계다.
하지만 원래 모든 관계가 그런 거 아닌가, 아니 인생 전체가 그런 거지.
이별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내 마음이 더 커지는 연애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도 않는다.
또다시 혼자서 뚜벅뚜벅 잘 걸어가다 보면 궁금한 사람이 나타날 거고 하루아침에 다시 연애라는 것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가 돼도 지금처럼 아끼지 않고 마음껏 마음을 키워야지.
사랑받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하는 것이 나의 연애니깐.
허무한 인생에 허무한 관계를 맺는 것만큼 적절한 삶의 방식이 어디 있으랴.
그래서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겠지.
너무 애쓰지는 않되 단단한 사랑을 지켜나가야지.
안녕!
난 다음 단계로 가볼게!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