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은 강경한 시장 자유주의자였다. 그는 라이센스 제도의 철폐를 주장했다. 자유 시장에서 누군가는 적은 비용으로 실력이 다소 부족한 공급자와 계약을 체결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런데 라이센스 제도는 시장의 공급을 의도적으로 통제함으로써 라이센스 보유자들이 지대를 수취하게 만들며, 일어날 수 있었던 거래를 막아 경제적 효용과 이윤을 감소시킨다.
논리 상으로는 허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정보 비용과 신뢰 비용을 무시했다. 의사/변호사에서부터 택시 기사에 이르기까지, 사용자는 해당 직역의 누가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기가 힘들다. 그래서 사람들은 국가가 보증하는 라이센스의 보유자라는 사실을 믿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라이센스 제도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손실보다 없었을 때의 정보/신뢰 비용이 크기 때문에 라이센스 제도가 정당화된다. 프리드먼은 평판 조회를 위한 종이 잡지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그런데 기술 발전이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모바일 앱으로 평판 조회를 쉽게 할 수 있게 된 시대가 열린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에 우버가 등장한다. 정부가 보증하는 택시 면허를 소유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우버 앱에서 직접 우버 드라이버의 사용 후기와 별점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 우버는 이 평판 관리 제도의 공신력을 유지할 경제적 유인이 강하므로 플랫폼 신뢰도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 더구나 라이센스는 보유/비보유로 단 2단계의 식별 시스템이지만, 우버의 별점은 굉장히 세분화될 수 있다. 우버가 택시 라이센스보다 정보/신뢰 비용 면에서 우월해지면서, 택시 라이센스는 그 존재 가치를 잃고 우버로 대체되었다.
그렇다면 라이센스 직종이 아닌 다른 직무의 변화를 살펴보자. 과거에는 라이센스 직종 외의 다른 직무들은 전문성을 키워나가기 어려웠다(특히 고용이 유연하지 않은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기업 입장에서는 타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의 직무 전문성을 확인할 방법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대규모 공채로 신입 사원을 뽑아놓고 그들을 특정 직무의 전문가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직무를 전환시켜가며 제너럴한 인재로 키웠다. 연봉은 호봉 테이블을 따라갔고 근속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대신 조직에 충성할 것을 요구했다. 자신의 역량을 뾰족하게 키우기보다는 조직에 충성하는 사람이 승진하여 임원을 달면서 보상을 받는 구조였다.
그런데 현재는 특정 직무의 전문가를 다른 조직에서 데려오기가 쉬워졌다. 링크드인 등의 서비스들을 활용하여 쉽게 이력과 평판을 조회할 수 있게 되었다. 헤드헌팅 회사들을 통하여 그 때 그 때 필요한 인재를 모집하기도 쉬워졌다. 또한 소프트웨어 업계, 스타트업 업계 등 이직이 활발한 산업의 성장으로 여러 차례 이직을 거치며 스스로의 커리어를 지수적으로 성장시킨 인재들이 대규모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 기업들은 보상 등의 면에서 이들을 우대해서 스카웃하지, 공채를 통해 신입으로 입사해 조직에 계속 머물러 있는 이들을 우대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모든 직군이 전문직이 되고 있다. 개발자 직군이 가장 앞서고 있으며, 인사, 재무, 전략, 기획 등의 직군도 전문직화되고 있다. 라이센스 제도는 채용시장에서 전문성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웹앱과 네트워킹의 발달로 더 풍부한 정보들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서, 라이센스 제도가 주는 효용이 사라지고 있다.
입시 경쟁을 거친 후에도 또다시 라이센스 획득 경쟁에 매몰되는 친구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사회가 더 변화해 라이센스가 없이도 이직을 통해 직무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는 게 명백해지면, 라이센스 획득 그 자체를 위한 경쟁은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