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설립된 회사다. 중고 거래는 그것을 위한 수단이다. 현재까지만 놓고 봤을 때 당근의 커뮤니티 빌딩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당근마켓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1,500만에 이르는 데 반해 일간 이용자 수(DAU)는 450만에 불과하다. DAU/MAU 비율이 30%인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58%, 카카오톡은 84%다. 다수의 유저가 당근마켓을 일회성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이용할 뿐이지, 매일 드나드는 커뮤니티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끈끈한 커뮤니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커뮤니티 서비스는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공통의 관심사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거래다. 물품을 사고 팔기 위해 모인다. 둘째, 애호다. 무언가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모인다. 셋째, 공통의 경험을 기반으로 고충을 털어놓기 위해 모인다.
나는 세 번째 유형의 커뮤니티가 가장 강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커뮤니티에 대한 소속감, 공동체 의식이라는 감정의 뿌리는 결국 동류 의식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이입할 수 있을 때, 그들을 돕는 것은 곧 나를 돕는 것 같이 느껴진다. 이 동류 의식을 만들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통의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경험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즐겁고 좋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누구와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일을 겪고 그 해결을 고민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것은 정말 그 일을 겪어본 자만이 할 수 있다. 직장인들이 업무 상의 고충을 이야기할 수 있는 블라인드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다시 당근마켓으로 돌아와, 지금 한국에서 ‘지역’이 커뮤니티의 기반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자. 사회가 시간이 지날수록 복잡하고 다변화되고 있는데, 단지 같은 지역에 산다는 것만으로 공통의 경험을 하고, 서로의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 회의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현대인들은 점점 물리적 지역이 아니라 통신망을 통해 연결된 친구들과 소통하며 인간 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에 쓴 글 '비인간적인 관계가 주는 인간관계의 자유'를 참고하면 좋다.
현대에 로컬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일상적인 상거래이며, 이 상거래는 기본적으로 비인간적이다. 심지어 쿠팡, 컬리, 배달의 민족은 상거래를 비대면으로 대체하고 거래의 범위를 로컬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당근마켓이 지원하는 중고 거래를 포함하여 거래의 목적은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이지 상대방과 친교를 맺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더라도 공통의 강렬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서로 친구가 되기 위해 모인다면, 그들은 커뮤니티에 강한 소속감을 느낄 것이라 가정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흥미로운 서비스를 최근에 발견했는데, ‘육아 크루’라는 서비스다. 육아의 고충을 털어놓고 서로를 위로하고 정보도 교류할 육아 친구가 필요한데, 그 매칭을 도와주고 지역 기반 육아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는 회사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활동 반경이 좁으므로, 주로 해당 지역에서 일상이 대부분 펼쳐지게 된다. 활동이 강제로 지역에 머물게 되므로 지역 커뮤니티의 이용이 강제된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강렬한 경험을 공유했으므로 서로에게 이입할 수 있으며 동류 의식이 형성되기도 쉽다.
현재 막 활성화되어가고 있는 앱이라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칠 수 있다. 다만 매칭이 주로 아기의 생후 개월 수를 기반으로 하므로, 매칭에 필요한 네트워크는 전체 네트워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분절된 네트워크에서 나오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매칭은 서비스로 유저를 끌어당기기 위해 제공하는 도구로 보고, 서비스의 목적은 더더욱 커뮤니티 빌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육아 크루 서비스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 당근마켓, 카카오톡 DAU, MAU 출처:
* 인스타그램 DAU, MAU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