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의 변화를 일으킬 세대
2023년 올 한 해 동안 MZ세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다. 80년대생 이후를 통틀어 가리키는 원래 의미와 달리, 언론이나 커뮤니티에서는 코로나를 전후하여 회사에 들어간 95년생 이후의 Z세대를 주로 지칭하고 있다. 초기에는 자기표현과 자기주장을 할 줄 아는 현대적인 세대라는 긍정적인 인식도 꽤 있었지만, 어느새 조직 문화에 일부러 적응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 나로서는 이런 현상이 의아할 뿐이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Z세대에 대해 보이는 반응은 뒤이어 등장할 알파 세대(00년대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일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Z세대가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않을' 수 있었던 데에는 코로나로 대기업의 임금이 오르면서 협상력이 강해진 데다, 후술할 인구 구조 상의 문제로 저숙련 서비스직 임금도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알파 세대는 그 적은 인구 덕분에 Z세대보다 훨씬 더 강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를 바꾸어 놓을 것이다. 향후 10년 동안 진행될 한국 사회의 변화를 알파 세대(00년대생)를 중심으로 인구 구조에 기반하여 예상해 보자.
90년대생들은 한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세대인 60년대생의 자녀 세대이기 때문에 인구가 80년대 중후반생보다도 많다. 98년 IMF 경제위기와 2000년대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출산율이 급감하고, 부모 세대가 인구 많은 60년대생에서 인구가 적은 70년대생들로 바뀌면서 2000년대생들의 인구는 대폭으로 줄어든다. 이들 알파세대가 성인이 되어 아르바이트라 불리는 저숙련 서비스직군의 노동시장에 나오면서 이미 한국의 1차 인구 충격이 시작되었다.
01년생은 56만 명으로 64만 명의 00년생보다 거의 8만 명이 적다. 02년생은 50만 명으로 01년생보다 6만 명이 적다. 05년생은 44만 명으로 02년생보다 다시 6만 명이 줄어든다. 요컨대 스무 살 인구는 2년 만에 14만 명, 5년 만에 20만 명이 줄어든다. 01년생이 성인이 된 2020년부터 자영업자들이 구인난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기에 코로나로 인해 재정/통화정책이 매우 확장적으로 변하면서 사회 전반에 돈이 풀리니 구인난이 더 심해졌다. 코로나가 잦아들어도 줄어드는 20대 초반의 노동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제약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사람 구하기는 어려워지고 임금은 오를 것이다. 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영업 종료 시간을 앞당기거나 폐점하는 식당들이 늘고 있다. 키오스크, 테이블에 딸린 결제 단말기, 무인 가게 등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수혜는 90년대생들도 함께 누렸다. 저숙련 서비스 직군의 임금이 오르면서, 대기업 정규직/공공기관 등 상위 10%의 일자리를 제외하면 중견/중소기업의 사무직 임금과 저숙련 서비스 직군의 임금 차이가 별로 안 나게 되었다. 따라서 억지로 참고 수직적 문화에 적응하던 과거 세대와 달리 90년대생들은 쉽게 회사를 나올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수 틀리면 나가 버리니 기업들은 조직 문화에 일부러 적응하지 않는 90년대생들을 용인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코로나로 임금이 오르고 이직이 쉬운 저연차 사원들의 협상력이 강해져 용인하게 되었다), 이것이 최근 조직 문화 변화의 원인이다.
여기까지는 현재까지 일어난 변화를 서술한 것이다. 앞으로 몇 년 내에 닥칠 충격은 알파 세대의 대졸 채용시장 진입과 관련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 재화와 서비스를 파는 대기업들의 경우 내수 시장과 무관하게 성장을 지속할 것이고 인력을 계속해서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런데 인력 공급은 줄어드니 점차 인재난을 겪을 것이다. 01년생이 2년 정도의 재수/휴학 기간을 거쳐 대학을 졸업하고 채용시장에 뛰어드는 2026년부터 음의 공급 충격이 가시화될 것이며, 05년생 군필 남자가 대졸 채용시장에 나오는 2032년이 되면 인재난은 절정에 이를 것이다. 대기업 등 고용시장의 상위 10%를 시작으로 추가적인 임금 인상이 필요해질 것이며, 주 4일제와 재택근무 등 워라밸의 개선을 약속하거나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강조하는 기업들이 지금보다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알파 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젊은 시기에 높은 구매력을 갖추게 되며, 자유로운 근무 여건에 익숙해질 것이다.
알파 세대의 생활양식과 소비를 예상해 보자. 이제 결혼과 출산이 선택이라는 것이 너무 명백해졌으므로, 결혼과 출산의 준비(주택 구매 등)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억제하는 것은 아예 선택지에 없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2,30대가 주로 선호하지만 지금까지 시장이 크게 형성되기에는 고가였던 재화와 서비스들을 이들이 대규모로 소비하기 시작할 것이다.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고, 이로 인해 단가가 낮아지면서 추가 소비층을 끌어들이는 선순환이 나타날 것이다.
파티룸이나 공유주방에서의 네트워킹 파티, 각종 전시나 공연, 특색 있는 카페나 서점 등 문화 예술 소비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PT, 크로스핏, 필라테스, 요가, 로드 바이크, 스키, 서핑, 스쿠버 다이빙 등 운동 취미들이 더욱 대중화될 것이다. 춤, 노래, 요리, 도예, 다도, 그림 등 즐기기 위해 초기 학습이 필요한 취미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며, 이들을 교육해 주는 서비스의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취미를 같이 즐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모임 서비스의 미래도 밝다.
주거 면에서도 1인가구가 원룸이 아닌 1.5룸과 투룸에 거주하게 될 것이고 주차를 지원하는 고급 오피스텔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이들이 집을 꾸미기 위한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에 대한 수요도 우상향 할 것이다.
또한 전통적으로 기성세대가 즐긴다고 인식되었던 재화에 대해 2,30대가 본격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할 것이다. 2,30대가 와인과 위스키, 칵테일의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골프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알파 세대의 커리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90년대생들부터 회사를 오래 다니고 싶어 한다기보다는 자기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트렌드가 생겼다. 코로나로 임금이 오르면서 협상력이 증대된 Z세대들은 수직적 조직 문화에 균열을 내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조직 하부의 실무자일 때는 오히려 자기 권리 주장을 할 수 있지만, 연차가 차고 관리자로 승진할수록 다시 조직 문화의 한계를 고심하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과장 연차(7년 차~) 시기다. 이 시점에는 실무 역량이 어느 정도 길러졌고 인적 네트워크도 쌓였다. 앞으로의 업무는 실무보다는 관리 업무에 가까우며 승진에 조직 내의 역학관계가 중요해진다. 어차피 평생 직장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으니 회사에서 언제 나가라고 할 지도 모르는데 조직에 남아 충성 경쟁을 할 이유가 별로 없다. 회사를 나와 자기 사업을 하거나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알파 세대는 이러한 구조가 분명해진 시점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회사를 나오기 전에 회사의 인프라와 네임밸류에 의존하지 않는 자신만의 역량과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질 것이다. 퇴근 후나 주말에 자기 계발에 집중하기 위해 직장이 아닌 곳에서의 독립적인 업무공간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이 수요에 대응하는 공유 오피스나 카페가 많아질 것이다.
현재 하고 있는 도메인/직무에서 쌓은 역량에 더해 다른 도메인/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면 그 교집합으로서 자신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다른 도메인/직무를 공부할 수 있는, 직장인을 위한 강의/교육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다.
또한 공부한 것을 직접 실행해 보기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이들이 서로 연결되기 위해 네트워킹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될 것이며 이를 위한 네트워킹 파티가 많아질 것이다. 팀원 모집 플랫폼 서비스들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모집된 팀원 중에 개발자가 없더라도 프로덕트를 기획하고 만들어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싶어 할 것이므로, 노 코드 툴의 수요는 계속해서 늘 것이다. 프로덕트가 아니라 콘텐츠가 개인이나 팀의 사이드 프로젝트 결과물이 되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며, 이들의 콘텐츠를 업로드할 각종 전자책, 영상 플랫폼은 성장할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려 사이드 프로젝트 팀원을 모집하거나, 이직을 할 때 도움을 받기 위해 퍼스널 브랜딩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될 것이다. 글을 통해 자신을 알리기 위한 각종 블로그/sns 서비스들이 더욱 흥행할 것이다. 이들의 글쓰기에 대해 조언하고 실력을 늘려줄 수 있는 서비스들이 나타날 것이다. 또한 사진을 통해서도 자신을 표현해야 하므로, 1인용 사진 스튜디오가 늘어날 것이다. 자신이 표방하는 이미지에 어울리는 패션/헤어스타일/화장법을 알려주는 이미지 컨설팅 시장이 커질 것이다. 최근 퍼스널 컬러의 유행은 그 시작이다.
이렇게 준비 과정을 거쳐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보자. 이들이 자기 사업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각종 서비스들의 미래는 무척 밝다. 대표적으로 재무/마케팅/외주 관리 등의 SaaS 툴들이 성장할 것이다.
또한 사업이 커지면 인력이 필요해질 것인데, 이들에게 믿을 만한 인력을 소개해주는 HR 서비스, 헤드헌팅 회사들도 성장할 것이다. 기업들이 신입을 채용해서 직무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닌 것이 아니라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을 찾게 됨에 따라, 믿을 수 있는 창업자가 있는 작은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직무 경험을 쌓으려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므로 수요와 공급 모두 우상향 할 것이다.
단 작은 회사는 프로세스가 부족해 인력 채용에 따른 리스크가 많은데, 협업에 필요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나 최소한의 직무 경험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직무 체험/교육/멘토링 프로그램의 수요 또한 늘어날 것이다. 대표적인 커리어 루트는 ‘직무 교육 프로그램 이수 -> 작은 회사에서 직무 경험 쌓기 -> 규모 있는 회사에 중고 신입으로 입사 -> 회사 생활 중 자기 계발/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역량을 쌓고 2~3차례 이직 -> 창업하여 자기 사업 일구기 -> 그 간의 경력을 기반으로 커리어 컨설팅, 투자업 등에 종사’가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들 사업가들에게 투자를 하는 엔젤 투자자들이 나올 것이고, 이들이 벤처 캐피털의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카페 창업에 여러 차례 성공한 사람은 자신이 축적한 자본과 노하우를 가지고 카페를 새로 창업하는 이들에게 투자해 줄 수 있다. 카페는 하나의 예시일 뿐이고 창업 카테고리마다 이런 투자자들이 나올 것이다. 이들의 투자 관계는 대출/채권/주식 등의 형태로 표현될 것이고, 이 금융 상품들을 시장에서 2차 유통시키기 위한 플랫폼들이 활성화될 것이다. 현재 증권사를 중심으로 도입이 진행되고 있는 토큰증권(STO)의 내용물은 결국 이들 사업가들이 만든 회사의 주식이나 채권이 될 것이다.
위에서 예상한 변화들은 스타트업 업계에 있으면서 직접 경험한 것들이나 지인들에게 전해 들은 경험에 기반한 것이 많다. 아직 스타트업 업계는 한국 시장 위에 떠 있는 작은 섬이다. 그러나 이들은 분명 사회 변화의 최전방에 있으며, 그들의 사고방식, 생활양식, 커리어를 바라보는 관점은 사회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