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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나현 Jul 06. 2020

엄마, 안녕하세요?

그리고 안녕히 계세요.

‘엄마’라는 단어와 ‘안녕하세요?’라는 문장만큼 같이 사용하기에 어색한 것도 없다.


마찬가지로 엄마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어렸을 적 가끔씩 엄마를 만날 때면 엄마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그리곤 존댓말을 썼다. 아빠에게는 반말을 썼지만 엄마에겐 존댓말이 계속 나왔다.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였지만 오랜만에 만난 엄마에게 친한 표현을 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해서 엄마에게 항상 깍듯하게 대했다. 가끔씩 엄마와 함께 만나는 이종사촌 언니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낯설어했다. 조금 더 어렸을 땐 엄마의 이름을 'XX야~'라고 부르며 반말을 내뱉었는데 엄마에게 존댓말로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을 것 같기도 하다. 


혹여라도 엄마 없이 자란 자식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을까 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최선을 다해서 예절 바른 아이로, 인사성이 좋은 아이로 기르려고 노력하셨다. 그 예절은 엄마에게도 적용되었던 듯싶다. 그러지 않아도 될 것을, 가끔 만나는 엄마에게는 실컷 어리광을 부려도 좋았을 것을... 지금보다 생각이 더 영글지 못했을 때는 엄마에게 조금 더 응석을 부리지 못했던 게 못내 아쉬웠다. 그런 모습을 다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작고 어린것이 갑자기 철이 든 것 같은 모습을 봤을 엄마도 속이 많이 아팠겠구나 싶다.


엄마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항상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엄마는 가족이라는 느낌보다 손님의 느낌에 더 가까웠다. 우리 집에 요구르트를 배달해 주시던 아주머니에게도 매일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는데 엄마에게도 똑같은 인사를 건네는 것이 이상한 줄도 몰랐다 그때는.


'나 왔어'라든가 '배고파'라고 엄마 얼굴을 보자마자 이야기하면 엄마는 그에 맞는 말을 건네는 생활을 하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내가 '안녕하세요?'라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면 엄마도 어떤 말로 나를 맞아줘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 말고 자연스러운 인사말로 서로의 하루를 확인하고, 늘 그랬왔던 것처럼 대화를 이어나가는 상황들 말이다. 



엄마와의 짧은 만남 뒤에 다시 헤어질 때면 '안녕히 가세요' 또는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했다. 문자 그대로 눈물이 앞을 가리고 목이 콱 메어서 웅얼거리며 말했지만 그래도 인사는 꼭 했다. 제일 하고 싶지 않은 인사. 그래도 다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면서 만날 날을 꿈 꾸며 인사했다. 


엄마와의 마지막 만남은 거의 20년이 다 되어간다. 마지막으로 엄마를 만났을 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아서 다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며 만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든지 밝게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지금은 엄마가 '안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다.


엄마, 정말로 안녕하세요? 그리고 꼭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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