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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Jan 19. 2020

Review_시나브로가슴에 <제로>

국내외에서 사랑받는 이재영 예술감독이 이끄는 시나브로가슴에(시가)의 작품은 늘 젊고 독창적이며 재미있다. <제로(Zero)>(1/16-17, 국민대학교 대극장)는 지난해 연말 시작한 시가의 ‘디깅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으로 이재영이 드라마터그를, 권혁(시가 대표)이 안무를 했다. (새로운 작업 방식을 찾고 구성원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을 비전으로 한다는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 <신체파동소리>는 아쉽게도 관람하지 못했다.)

작품은 간결하고, 명확했다. 춤을 추는 이유를 찾으며, 움직임이 주는 희열을 그대로 담아낸다는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된 잘 만든 작품이었다. 한 곳을 바라보며 계속 달려 나가는 그들. 때로는 진전 없이 같은 자리에서만 맴도는 것 같기도, 때로는 또 다른 유혹이나 이상적인 것들에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결국 다시 끝없는 달리기로 묵묵히 돌아간다. 머리를 짧게 밀고 똑같은 옷을 입은 세 명의 무용수는 대부분 한 곳에 뭉쳐 있는데, 재치 있고 일관된 구성과 그것을 밀어붙이는 안무가와 드라마터그의 힘이 잘 반영되었다.

c)iden_photo  출처)시가 공식 페이스북

다만, 개인적으로, 국민대학교 예술관 대극장이라는 공간은 이 작품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든다. 전문 무용 공연장으로는 생소한 만큼, 특별히 이 공간을 선택한 이유는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이 강렬한 에너지가 소극장에서 펼쳐졌다면 움직임이 주는 희열과 그것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관객 또한 온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관리되지 않은 거친 플로어가 날 것으로 느껴지며 어떤 의미를 주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작품을 방해하는 요소로 내내 거슬렸고, 앞자리에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이 안타까웠다. 소극장이었다면 어느 순간 관객은 땀 흘리는 그들과 같은 호흡을 하며 어떤 희열에 함께 다다를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큰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군더더기 없는 완성도와 관객을 집중시키는 힘, 그리고 모든 요소들이 하나로 응축되어 내뿜는 강렬하면서도 명확한 에너지이다. 디깅 프로젝트의 세 번째 작품 <Hit&Run>(3/6-7,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또한 기대할만해 보인다.


<제로>티저 영상으로 보기

https://www.facebook.com/750587015005479/posts/2802767209787439?sfns=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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