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은 길다.
자투리 시간으로는 안된다.
작정하고 달려들어야 한다.
문을 열고 두리번두리번 혹시나 하는 기대감.
스크롤을 주르륵 내려본다.
역시나 화들짝 놀란다.
헐, 너무 길잖아.
후유. 숨 막힐 뻔했네.
후다닥 라잇킷 누르고 서둘러 나간다.
헐, 너무 길잖아.
도망갈 수도 없고 어쩌지.
댓글까지 20분 걸렸잖아.
염체가 없으니 줄여보자.
이 빠진 가위를 들고 가지치기에 나선다.
까슬거리고 질척거리는 행간 사이를 누빈다.
뭐가 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이게 으뜸가지인가? 아닌가? 어렵다.
다른 집 나무는 정갈한데
내 나무만 어지럽다.
필요 없는 문장 같아서 싹둑 자른다.
앗! 이 가지가 아니었나?
잘못 자른 것 같은데
갈팡질팡 종잡지 못한다.
남은 가지와 잘린 가지가 뒤죽박죽.
으... 으... 실패다.
발행 횟수를 줄여보자.
염체는 조금 생겼는데 놀고먹는 느낌이다.
농작물은 주인 발자국 소리 듣고 자란다는데
엉성하고 수확이 적다.
이래도 저래도 답이 없다.
아니, 답은 있는데 가위질이 엉뚱한 거지.
이 글은 전라도에 사는 상촌파 아지매가
댓글창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이웃작가님들의 심경을 헤아리며 미안한 마음으로 읊조리는 한탄입니다.
뭐 한구석도 잘 난 곳이 없는 것 같아서
글방에서도 자꾸 주눅이 들고
눈이 시큰할 때가 많아요.
그러면서 글은 또 왜케 길어가지구ㅠㅠ
또 댓글창은 왜케 요란스러운지
답글 좀 찾아 읽으려면 스크롤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ㅠㅠ
작가님들의 귀찮음을 잘 헤아리고 쓴 글입니다.
그럼에도 시골 고향친구 같다고 글벗, 글벗 하며 오랜 친구처럼 다정반 걱정반 마음으로 챙겨주시는 우리 자**묘작가님 댓글로 위로를 받는 오늘입니다.
실속 없는 긴 글에 구독자님들께서 붙여주시는 다정한 댓글과 라잇킷이
뒤처지지 말라고, 열매가 없어도 괜찮다고
손잡아 주시는 것 같아서 더욱 감사한 날이기도 합니다.
구독자와 관심작가로 소통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대문사진은 강경 미내다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