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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테 Aug 17. 2024

나의 아저씨는 행복의 나라로

영화스포 아닙니다

오랜만에 아들과 단 둘이 극장 나들이를 갔다. 책이나 음악도 그렇지만 영화도 취향에 맞아야 하기에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는 일이 쉽지 않다.


나는 배경이 아름다운 영화, 잔잔한 영화, 로맨스가 어느 정도 있는 영화, 여운이 오래 남는 영화, 폭력적이지 않은 영화를 선택의 기준으로 두어서 입맛이 좀 까다롭다. 그깟 영화 한 편에 뭔 편식이 그리 심하냐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이런 유의 영화는 대부분 흥행에 그다지 성공하지 못하는 영화라서 차라리 혼자 보는 게 편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영화관 스크린보다는 넥플릭스를 많이 이용하게 되고 봤던 영화를 반복해서 보고 또 보게 된다.

보통은 이런 내 취향이 고루하다 여기기에 온 가족이 영화를 보러 갈라치면 서로 의견이 분분하다.

가족구성원 3명이 각자 선호하는 영화가 다르다. 어느 한 사람이 양보해야 다 함께 볼 수 있다.


이번 영화는 개봉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최신 영화다. 나의 인생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주인공 고 이선균 배우의 유작이기도 하다. 연기 잘하고 비염이 있는 듯한 특유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그를 좋은 배우라고 여겼기에 팬으로서 그의 어이없는 죽음이 몹시 안타까웠다. (죽음의 원인이나 사건에 대해 다루자는 것이 아니다)

연기자는 하늘 이슬로 사라지고 연기와 영화만 남았다. 팬이라면 꼭 봐야 하지. 스토리야 어떻든 그가 출연한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그 영화는 나에게 가치가 큰 영화였다.

솔직히 아들은 영화에 대한 기대가 없다고 했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 '고구마 계속 먹다가 끝에 가서 사이다 한 병 먹는 영화'가 아니냐는 추측을 했다. 이렇듯 썩 내켜하지 않는 아들과 영화를 함께 보게 된 이유는 또 한 가지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이 1979. 10.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사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적 사실은 있으나 분명 등장인물이나 사건의 전개는 픽션이다. 주인공 2명 중 한 명인 이선균이 맡은 역이 암살사건과 깊게 관여된 인물이고 그의 신분이 군인(육군 대령)이었기 때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육군 대령이 대한민국 전군을 대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스토리 속 그런 상황이라면 과연 군인 신분으로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다.

조조영화를 보고 난 후 진사댁으로 가서 고기도 구워 예비장교를 접대했습니다ㅎㅎ


아들은 현재 예비장교 신분으로 4학년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2학년때부터 방학 때마다 2~4주 군사훈련을 다녀오고 학기가 더할수록 아들 입에서 우리와 다른 단어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가령 오후 3시를 가리킬 때도 15시라 하고 취침, 기상 이런 말들은 기본이다. 교수님과 통화라도 할라치면 급격히 정자세를 유지하고 지금도 지속되는지 "다, 나, 까"어투를 쓴다. "군인은 상명하복이다"라는 문장을 수없이 들어왔다.


입학할 때만 해도 내 아들이었는데 차차 대한민국의 아들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어떤 땐 엄마로서 마음이 짠하다. 그 많은 직업 중에서 하필 장교의 길을 선택했는지, 임관 후에는 오지로 전국을 떠돌 생각을 하면 우리 집 귀한 막내가 살아갈 삶이 미리 걱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본인이 어릴 때부터 흔들림 없이 선택한 길이니 후회를 하더라도 해보고 후회해야지. 나는 아들을 힘껏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수밖에.

모두에게 만남의 복이 중요하지만 특히 아들에게 만남의 복을 주시라고 오래전부터 기도해 왔다. 아들의 어깨에 대한민국의 안보가 있기 때문이다. 혼자만 잘해서는 감당할 수 없는 신분이며 지금도 폐쇄집단의 대명사로 떠오르는 특수집단이기에 더욱 그렇다.


"상명하복"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가 영화 속 박대령(이선균 분)의 입에서도 등장한다. 군인은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삶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국가가 부르면 언제 어디든지 가야 한다. 명령 앞에 내 생각과 판단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런 길을 걸어야 하는 아들을 둔 어미로서 전능자 그분께 내 아들을 맡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털끝하나 상하지 않게, 생명캡슐로 감싸주시라고 미리 기도한다.


그리고 아들에게 부탁한다.

"총, 칼, 어떤 무기든 사람을 살리는 일에 써야 한다. 전장에서도 사람을 살리고자 싸워야 한다. 군인은 앗고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다. 지키는 것이 목적이다. 혼자 단독결정할 절체절명의 때가 오거든 살리는 쪽을 선택하라.  살리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다."


덧)

쓰는 일이 요즘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몇 가지 글감을 손대다가 아무것도 완성을 못하고 머리속에서만 맴돕니다.

그래도 글쓰기 흐름이 끊어지면 더  힘들것 같아서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글을 발행합니다.

이래도 되는건지요?? 

그럼에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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