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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리 May 14. 2024

Expensive Phone Call

툭툭이 요금 4200불

새벽 다섯 시,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


"굿모닝. 현재 시장가격이랑 다른 프로젝트 단가 등 반영해서 최종 업데이트한 자료 보냅니다. 총 0백만 불 줄어들었어요. 원자재 수량 등 최대한 최적화하고 현실적인 금액을 반영했으니,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그는 중국측 나의 카운터파트너로 2년 가까이 하루가 멀다 하고 연락하며 지내고 있는 중이다. 그는 문자와 함께 최종 금액을 비교한 자료를 함께 보내왔다. 새벽 다섯 시에 보낸 걸 보니 꼬박 밤을 새운 것이 분명했다.


그의 문자와 자료를 확인하고, 오전 8시쯤 출근 준비를 했다. 오늘은 회사 차량이 없어, Grab으로 툭툭(Tuk tuk)을 불러 출근했다. 출근하면서 그에게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는다. 통화 가능하면 전화 달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Grab은 우버랑 비슷한 앱이다. 캄보디아에는 원래 오토바이에 연결해서 쓰는 네 발 달린 툭툭이가 있었는데, 요즘엔 삼륜 툭툭이로 거의 다 바뀌었다.


오토바이에 연결하는 사륜 툭툭이
삼륜 툭툭이


삼륜 툭툭이를 타고 회사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한테 문자를 보내고 바로 잠이 들어서 아까 내 전화를 못 받았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미안하긴. 서로 처지를 잘 아는데, 미안하기는커녕 그에게 측은지심이 들었다. 마음이야 어떻건 일은 일이니, 사사로운 감정은 빼고 업무 대화를 해야 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통화는 한 시간이 넘도록 계속되었다.


에어팟을 끼고 그와 통화를 하고 있는데, 재무팀 직원이 내 사무실로 들어와서 내게 무어라 말을 하려 했다. 나는 그녀에게 손짓으로 통화 중임을 알렸다. 잠시 후 그녀가 종이에 뭐라고 써서 내게 보여주었다.


"부장님이 툭툭이 비용으로 $4200을 냈대요! 기사 지금 아래 도착해 있음."


아이고. 툭툭이 비용이 4200리엘(약 $1)이었는데, 내가 4200달러를 송금한 것이었다. (캄보디아의 거의 모든 결제는 은행 QR코드 스캔으로 가능) 입금내역을 확인한 기사가 깜짝 놀라서, 나를 내려준 곳으로 돌아와 건물 경비에게 상황을 설명한 듯했다. 경비가 그 사실을 그녀에게 알리고, 그녀가 내게 알려준 것.


당장 $4200 보다 그와의 통화가 더 값비쌌다. 당장 전화를 끊을 수 없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내려가며 연신 서로의 입장을 피력했다. 1층에 도착하니 그랩 기사와 우리 재무 직원 두 명이 내려와 있었다.


에어팟 반대편에 있는 그와의 통화가 한 시간 반 넘게 계속되었지만 결론은 나지 않고 있었다. 내가 그에게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계속 얘기해 봐야, 어차피 우린 결론 낼 수 없어요. 서로의 사정은 이미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 각자 보스에게 보고해서 결론 냅시다. 당신은 당신 보스에게, 나는 나의 보스에게. 그리고 월요일 오후에 미팅해서 최종 결정하자고요, 오케이?"


그는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툭툭이 기사를 마주했다. 그는 너무 큰 금액이 들어와서 적잖이 놀란 듯했다. 툭툭이 1대가 약 $4000이라고 했으니, 툭툭이 한 대를 사고도 남을 금액을 그에게 지불한 것이었다. 내게 $4200을 다시 송금해 주는 그의 손이 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내게 돈을 돌려준 그의 은행잔고는 $3.4이었다.


$1 요금에 팁을 얹어 $5 정도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의 잔고를 본 순간 마음이 멍 했다. 얼마를 주는 게 가장 좋을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원래 생각했던 금액의 두 배인 $10을 송금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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