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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날 Sep 19. 2019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시작을 위한 REBOOT

어린시절부터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웠다. 긴 머리를 싹둑 잘라버리는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급하는 일도 그런 예 중에 하나였다. 정들었던 누군가, 추억이 깃든 장소를 뒤로하고 새로운 현실와 마주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일까. 나는 새로운 것보다는 오래된 것이 익숙하고 좋았다.



그래서인지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나는 처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1반 밖에 없는 작은 시골 학교였기 때문에 6년 동안 모든 친구들이 같은 반에서 생활을 했다. 당시 나에게는 20명 남짓한 친구들과 학교가 세상의 전부였고 이 곳에서 떠나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에 더해 작은 시골 동네 꼬마에게 버스를 타고 읍내 중학교에 매일 나가야 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무서운 도깨비라도 만날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친구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졸업식에서 모두 닭똥 같이 눈물을 한바가지 씩 흘렸다. 졸업식이 끝난 2월, 조그만 방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학교에만 가면 언제든 볼 수 있었던 사소하기 짝이 없는 모든 것이 그리웠고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점차 나이를 먹어가면서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나에게 기존의 생활방식을 타파하고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나를 쭈뼛되게 만든다. 사실 낯선 것을 싫어하는 현상은 모든 사람에게 지극히 당연하다. 과거 몸소 겪었던 인종차별 문제에 격분하면서 최근 한국사회 내 외국인 노동자나 예맨 난민에 대해서는 색안경부터 끼고 바라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생소한 어떤 것이 나에게 위험하지는 않는지 탐색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며 더 궁극적으로는 우리 인생에 리허설이 없는 까닭이다.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는 한 곳에만 정착할 수 없는 즉,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대로 통용된다. 과거에는 씨족 사회를 이루며 공동체의 순리에 따라 정해진 일하고 정해진 혼인치뤘다. 또한 전체주의는 개인에게 필요 이상의 의무를 부과해 변화에 대한 잡념조차 갖지못하도록 했다. 반면 최근은 어떠한가. 요즘에는 개인 자체가 부각되는 사회다. 오롯이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만큼 우리는 꿈과 이상을 향해 이동하고 도전하며 변화해야 한다. 변화와 도전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양립의 관계로 현대사회에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다.


도전과 변화, 그리고 '꿈'


최근 감명 깊게 듣고 있는 꿈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노래를 소개하고 싶다. 지컬 '모차르트!'에 나오는 노래 '황금별(gold von den sternen)'에는 파멸로 가득찬 세상으로부터 왕자를 지키고 싶은 왕이 등장한다. 성 밖 세상에 대해 환멸을 느낀 왕은 왕자를 성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보호하게 되는데 반대로 왕자는 성 밖에 세상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결국 뮤지컬은 자신의 꿈과 살아가는 이유, 세상의 이치를 알고 싶다면 익숙하고 안락한 성을 박차고 아무도 가보지 못한 성 밖, 황금별을 찾아 떠나야 한다는 내용을 전한다.



최근 나는 새롭게 받아들이고 도전하고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이 꽤 많았다. 이것들을 내가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사실은 아직도 꽤나 두렵다. 그러나 받아들이고자 한다. 결과의 성패 유무와 별개로. 우리는 본능적으로 익숙한 것을 좋아하지만 그만큼 두려운 환경으로 뛰어들어 경험을 하는 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에 대해 베이컨은 오래된 습관과 선입견이 새로운 세계관을 확립함에 있어 방해가 된다고 봤다. 때문에 새로운 지각작용(경험적 관찰)을 할 때는 이것들을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기존의 시각과 틀에서 벗어났을 때 제대로 된 경험적 지식이 쌓이게 되며 의미 있는 학문은 현실에 대한 새로운 경험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황금별'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보자. 꿈과 이상으로 대변되는 황금별을 찾는 과정은 개인마다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황금별 자체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황금별을 찾아가는 과정은 험난하고 힘들지만 인생이 원래 그렇다. 평생 안락한 성안에서 아무런 고민없이 살아온 왕자였다면 더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그렇기에 삶의 모든 순간은 아름답고 의미 있다.



의미없는 쾌락은 허무하다. 쾌락은 한 순간이지만 도파민이 부재한 뇌는 

맹목적인 쾌락을 쫒는다. 니체는 자신의 영원회귀 사상에 대해 가장 무거운 짐이라고 언급했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영원히 반복되는 것이라면 그 행위는 견디기 어려운 짐(책임)이 된다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이 같은 짐이 없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려 그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진다고 말한다. 황금별을 찾는 각자의 삶과 선택을 존중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 더 아프고 조금 더 고독하자.



황금별 노래 한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끝 맺는다. "황금별을 찾기원하면 인생은 너에게 배움터. 험한 세상 너 사는 이유, 이 모든 걸 알고 싶다면 너 혼자 여행 떠나야만해. 저 높은 성벽을 넘어서 아무도 가보지 못한 그 곳으로 저 세상을 향해서 날아봐. 날아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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